엘리베이터 버튼을 아무리 눌러도 눌리지 않는 층수
엘리베이터 버튼을 아무리 눌러도 눌리지 않는 층수. 그게 처음엔 그냥 고장 난 줄 알았어. 근데 그날 이후로, 내가 아는 상식이 자꾸만 구겨지더라. 평일 퇴근 시간이라 사람도 많았고, 나도 급해서 버튼을 연달아 눌렀는데 유독 한 층만 “입력”이 안 먹히는 느낌이었거든. 손가락으로 눌러도 감각이 없다는 게 이상했어.
회사 건물은 12층짜리야. 나는 7층에서 내려. 그래서 엘리베이터에 타면 습관처럼 7번을 누르는데, 그날은 7번이 이상하게 반응이 없었어. 버튼 불빛도 평소처럼 켜지지 않고, 뭔가 “다른 쪽에서 이미 결정된 것” 같은 느낌이었지. 누를 때마다 손끝이 퉁, 하고 멈추는 기분이랄까. 분명히 버튼은 있는데, 내가 누르는 동작이 버튼에 닿지 않는 것처럼.
처음엔 내 손이 얼었나 싶어서 주머니에서 손을 좀 비볐어. 근데 다시 누르니까 똑같았어. 주변 사람들도 있었지만, 아무도 그 층을 이상하게 보지 않더라. 누군가는 7번 말고 9번을 누르면서 “왜 오늘 늦지?” 같은 소리만 했고, 엘리베이터는 그냥 자연스럽게 움직였어. 그리고 이상하게도, 엘리베이터가 출발하기 직전에 7층 버튼 옆에 아주 희미한 불빛이 반짝였다 꺼졌어. 마치 누군가 대신 눌러둔 것처럼.
문이 닫히고 나서도 마음이 계속 찝찝했어. 나는 7층을 고정으로 가야 하니까 더 확인하고 싶었는데, 버튼을 다시 눌러도 여전히 반응이 없었지. 가끔 엘리베이터가 느릴 때는 “버튼이 입력을 안 받는 거 아닌가?” 하고 기다리는 경우도 있잖아. 근데 그날은 기다릴수록 더 이상했어. 버튼을 누르는 내내 엘리베이터 안의 조용한 소리만 커지고, 내 손가락만 멍해지는 느낌이 들더라.
결국 엘리베이터는 내리지도 않고 계속 위로 올라가버렸어. 7층이 지나가는 걸 들었고, 문득 창밖이 한 번씩 바뀌는 게 보이는데, 아무도 내리는 사람도 없는 것 같았어. 나는 자동으로 7층에 내릴 생각을 했는데, 계속 층수가 올라가는 거야. “혹시 내가 잘못 눌렀나?” 싶어서 버튼 패널을 한 번 더 확인했는데, 내가 누른 건 분명 7번뿐이었어. 그런데 화면이나 안내음에서는 아무런 표시가 안 떴지.
그때 옆에 서 있던 남자가 슬쩍 나를 봤어. 말은 안 했는데, 표정이 “또 그거냐” 같은 느낌이더라. 나는 괜히 민망해서 웃으려다 말았고, 그 남자는 아무렇지 않게 7층 버튼 바로 아래를 손끝으로 건드리듯 가볍게 스쳤어. 그 순간, 7번이 딱 정상처럼 불이 들어왔어. 근데 이상한 건, 그 남자가 버튼을 누른 것도 아닌데 입력이 된 거야. 마치 버튼이 “누를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가, 조건이 맞으면 그제야 반응하는 것처럼.
남자는 내가 멍하니 보고 있는 걸 눈치챘는지, 짧게 “그 층은 그냥 기다려야 해”라고만 했어. 목소리는 장난 같지도, 무섭게 들리지도 않았는데, 오히려 너무 담담해서 더 소름이 돋았어.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묻고 싶었지만,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속도를 줄이더니 10층에서 멈췄어. 이상하지. 내가 가야 할 건 7층인데, 내릴 수 있는 기회는 10층에서 열리더라고. 문이 열리자 아무도 안 타고, 아무도 내리지도 않았어. 그리고 닫히기 직전에 7층 버튼의 불빛이 잠깐 미세하게 흔들리듯 깜빡였어.
그 뒤로 나는 퇴근할 때마다 그 엘리베이터를 피했어. 그런데 집이 같은 건물이라 결국 한 번 더 타야 했거든. 이번엔 일부러 아무도 없는 새벽 시간대에 갔어. 사람도 없고, 나만 타면 더 확실하다고 생각했지. 그런데도 7층 버튼은 똑같았어. 눌러도 눌린 느낌이 없고, 불빛은 끝내 켜지지 않더라. 대신 엘리베이터가 7층을 지나갈 때마다, 내 귀 안쪽이 살짝 압력을 받는 것처럼 먹먹했어. 그리고 다음 층 버튼들은 정상인데, 7번만 유독 “비어 있는 자리” 같았지.
며칠 뒤에는 관리실에 물어봤어. 직원이 패널을 한 번 확인하더니 “단순 접점 불량일 수 있죠”라고 하면서 교체를 요청하겠다고 했는데, 다음 날에도 똑같았어. 더 웃긴 건, 교체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는데도 불구하고 반응이 안 왔다는 거야. 나는 그때부터 생각이 바뀌었어. 버튼이 고장 난 게 아니라, 7층이라는 정보 자체가 내가 건드릴 수 없는 형태로 되어 있는 게 아닐까. 마치 어떤 층은 버튼으로 호출되는 게 아니라, 누군가가 “이미 정해진 방식으로” 태워야만 열리는 것처럼.
오늘도 가끔 그 엘리베이터를 지나치면, 유리문 너머로 보이는 버튼 패널이 눈에 들어와. 7번 버튼은 언제나 얌전히 있는데, 손끝으로 누르기 직전까지도 “안 눌릴 것”을 미리 아는 느낌이 들더라.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날 이후로 나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때마다 7층 버튼을 한번 더 확인하게 됐어. 누르지 않아도, 확인만 하면 가끔 아주 짧게 딸깍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을 때가 있거든. 엘리베이터는 고장 나서 멈추는 게 아니라, 어떤 층은 우리가 닿지 못하게 조용히 기다리는 걸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