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오토바이 기사들이 절대 가지 않는 길
배달 앱에 뜨는 거리마다 다 똑같이 찍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날, 주문이 하나 들어오자마자 배달 오토바이들 사이에서만 도는 얘기 하나가 머릿속에서 번쩍였다. “저 골목은 절대 가지 마.” 기사들은 이유를 길게 말하지 않았다. 다만 출발 버튼 누르기 직전에 지도에서 그 길이 보이면 자동으로 손이 멈춘다고들 했다.
나는 처음엔 그냥 동네 소문인 줄 알았다. 비 오는 저녁, 배달 시간도 촉박했고 비닐장갑 낀 손가락이 미끄러질 정도로 급했다. 지도는 가장 빠른 경로로 ‘초록빛 다리 아래 골목’ 표시를 내놨다. 익숙한 도로에서 조금만 꺾으면 바로 도착할 거리였다. 그런데 네비가 안내하는 방향대로 가려는 순간, 앞에 있던 같은 배달 오토바이 한 대가 갑자기 멈춰 섰다.
운전자는 헬멧을 살짝 돌려서 나를 보더니 말도 없이 손짓을 했다. “돌아가.” 그렇게 한마디만 남기고는 뒤로 유턴을 했다. 나는 잠깐 어리둥절했다. 어차피 내 속도면 그 골목을 통과하는 데 몇 분도 안 걸린다 싶어서, 그냥 따라 들어가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근데 이상하게, 그 골목 입구로 들어가는 순간부터 엔진 소리가 더 작아지고 주변 소음이 눌리는 느낌이 들었다.
골목이라기보단 도로 폭이 좁은 통로였다. 가로등은 중간중간 꺼져 있었고, 천장 쪽 전선이 축 처져 바람에 흔들렸다. 나는 속도를 더 줄였고, 전조등을 계속 비춰보며 길을 확인했다. 그런데 이상한 건 ‘길이 끝나야 할 곳’에서 계속 벽이 이어진다는 점이었다. 분명 지도에선 직선으로 쭉 뻗어야 하는데, 내가 달릴수록 오른쪽 벽은 더 가까워지고 왼쪽은 더 멀어지는 것 같았다. 마치 시야가 좁아지는 느낌.
그때 내 휴대폰 진동이 왔다. 주문자 위치가 근처로 갱신된 건데, 화면을 보자마자 심장이 철렁했다. 배달 주소가 방금 전과 다르게 바뀌어 있었기 때문이다. 분명 원래는 ‘A동 3층’이었는데, 지금은 아무 표기도 없는 ‘골목 끝’으로 뜨고 있었다. 지도 마커도 그대로인데, 주소 텍스트만 이상하게 바뀌어 있었다. 나는 스크롤을 내리면서도 확인 버튼을 누르지 않았는데도, 화면은 계속 업데이트되듯 새로 고쳐졌다.
더 웃긴 건 그때였다. 내 뒤에서 소리가 들렸다. 배달 소리도 아니고, 차 경적도 아니고, 딱 오토바이 한 대가 일정한 간격으로 따라오는 소리. 뒤를 보니 내 전조등 빛이 벽에 튕겨서 흐릿하게 그림자가 하나 흔들렸다. 그런데 그 그림자가 나랑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 않았다. 내가 멈칫하면 그림자도 멈칫하고, 내가 다시 핸들을 틀면 그림자도 같은 타이밍에 틀었다. 꼭 내가 하는 걸 ‘복사’해서 따라하는 것처럼.
나는 급하게 속도를 올리려 했는데, 핸들이 갑자기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타이어가 미끄러운 것도 아니었고 도로에 물이 고여 있던 흔적도 없었다. 그런데도 오토바이가 내 의지랑 다르게 살짝씩 옆으로 밀렸다. 그때 저 멀리서 누군가가 걸어오는 발소리가 들렸고, 그 소리도 내 뒤에서 따라오는 그림자와 같은 타이밍으로 커졌다가 작아졌다. 나는 순간적으로 도로에서 내리면 끝일 것 같아 급브레이크를 잡았고, 오토바이가 완전히 멈추기 직전 그 발소리가 딱 한 발 앞에서 끊겼다.
정신이 들자 주변이 이상하게 정돈돼 있었다. 방금까지 보이던 낡은 간판들이 한순간에 새 것처럼 정렬돼 있었고, 벽에 붙어 있던 포스터는 내가 지나쳤던 것과는 다른 내용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그 포스터 한 가운데, 아주 작은 글씨로 누군가가 메모해둔 듯한 문장이 적혀 있었다. “들어오면, 나가서도 계속 들어온다.” 나는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내 배달 화면이 다시 진동하면서 ‘도착’ 상태로 바뀌었다. 분명 배달지에는 도착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그제야 뒤를 돌아봤다. 내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다만 골목 입구 쪽 가로등 불빛이 점점 멀어지고, 내가 분명히 봤던 출구 모양이 자꾸만 다른 골목 모양으로 바뀌었다. 나는 핸들을 끝까지 돌려서 빠져나가려고 했는데, 앞에 보이는 벽은 계속 같은 높이로 서 있고, 하늘은 좁은 틈처럼 얇게만 보였다. 마치 출구가 아니라 다른 ‘통로’를 계속 통과시키는 느낌이었다. 그때 전화가 한 통 왔다. 주문자 번호였는데, 화면에는 수신자도 발신자도 모두 내 번호로 떠 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전원을 꺼버리고, 헬멧을 벗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냥 그대로 다시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한참을 더 달렸는데도 골목은 끝이 나지 않았다. 결국 나는 길을 ‘찾았다’기보단, 어느 순간 그냥 평소 도로로 튀어나온 기분이었다. 비는 그대로 내리고 있었고, 가게 앞 전광판도 정상적으로 깜빡였다. 그런데 배달 앱에는 완료가 떠 있었다. 고객은 “감사합니다”라는 짧은 문장만 남겼고, 주소는 여전히 ‘골목 끝’이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그 길 근처를 지나갈 때마다 지도 화면을 아예 꺼버린다. 지도는 편하라고 있는 건데, 그 골목만은 자꾸 손가락을 유도하더라.
가끔은 새로 들어온 초보 기사들이 “여기 지름길인데 왜요?” 하고 묻는다. 그러면 선배들은 대답을 미루다가, 아주 짧게 한 마디만 한다. “가지 마. 그 길은 네가 돌아가려는 순간부터, 이미 네가 들어온 걸로 계산해.” 그 말이 맞는지 틀리는지는 모르겠는데, 아직도 가끔은 주머니에서 배달 앱이 진동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실제로는 아무 알림이 없는데도, 내 귀만 먼저 기억하는 것처럼—그 골목의 박자랑 비슷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