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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냉장고 뒤에서 목격된 작은 불빛

2026-06-05 20:29:13 조회 9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편의점 냉장고 뒤에서 목격된 작은 불빛을 처음 본 건, 비가 억수로 쏟아지던 밤이었다. 손님은 한두 명 들어왔다 나가고, 매장 안은 형광등이 울리는 소리만 남아 있었다. 나는 재고를 정리하려고 냉장고 문을 열어놓고, 뒤쪽 선반 사이를 손으로 정리하던 중이었다.

그때 “틱…” 하고 아주 작은 소리가 났다. 전기장판처럼 따뜻한 냄새가 아니라, 마른 먼지에 불이 붙는 것 같은 냄새가 아주 잠깐 스쳤다. 냉장고 뒤쪽 벽면과 배관이 이어진 틈에서 초록색에 가까운 점 하나가 흔들리듯 켜졌다. 불빛이 반사되는 것도 아니고, 흔들리는 게 방향을 가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처음엔 당연히 착각이라고 생각했다. 냉장고 모터나 온도 조절기에서 새는 미세한 전기 스파크, 혹은 배선 틈에 끼인 작은 LED 광고 잔여물이겠거니 했다. 그래서 나는 휴대폰 플래시를 비춰봤다. 그런데 불빛은 플래시를 피하듯 한 박자 늦게 더 안쪽으로 숨어버렸다. 그 “늦게”가 이상했다. 누가 뒤로 젖히는 것처럼.

나는 손을 멈추고 멀뚱히 바라보다가, 냉장고 뒤쪽에 있는 커버 패널을 건드렸다. 원래는 나사 두 개가 있어서 열어야 하는데, 가끔 헐거워진 날은 그냥 살짝 밀리기도 했다. 그 패널이 “툭” 하고 열리면서 바람이 한 줄기 쏟아져 나왔다. 비 냄새도, 차가운 냉기 냄새도 아니었다. 오래된 서랍을 열었을 때 나는 눅눅한 종이 냄새 같은 게 났다.

안쪽이 보이는데도 불빛은 딱 거기만 비췄다. 마치 누가 손전등 대신 손끝으로 어딘가를 짚고 있는 것처럼, 점이 선반 아래쪽의 빈 공간을 따라 아주 천천히 이동했다. 나는 숨을 삼켰고, 이상하게 그 순간부터 매장 소리가 다 멀어졌다. 냉장고에서 도는 소리도 줄고, 계산대 뒤에서 들리던 알림음도 끊긴 것 같았다.

“사람이 있을 리가 없는데…”라고 중얼거리면서 나는 패널을 다시 닫으려 했다. 그런데 손이 닿기도 전에 불빛이 다시 한 번 ‘틱’ 하고 변했다. 초록 점이 한 번 번쩍였다가, 이번엔 좀 더 작아지면서 하얀색에 가까운 기운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그 불빛이 내 손바닥이 있는 쪽으로 아주 가까워졌다. 시야가 좁아져서 착시일 수도 있는데, 너무 가까워서 불빛이 “점”이 아니라 “눈”처럼 느껴졌다.

나는 급하게 패널을 닫고, 냉장고 문도 닫아버렸다. 그리고 계산대로 돌아와 CCTV 모니터를 확인했다. 그런데 그 시간대 화면이 이상했다. 화면은 정상인데, 냉장고 앞에서 손님이 지나간 장면은 잡혔는데, 하필 내가 냉장고를 열던 각도만 하얗게 끊겼다. 누가 일부러 가린 것처럼, 딱 그 구간만 잠깐 노이즈가 번졌다. 솔직히 말하면 그때부터 등골이 서늘해져서, “기계 문제겠지” 같은 변명은 거의 끝났다.

다음 날이 되자 나는 점검표를 다시 만들고, 사장님께 냉장고 뒤쪽 커버가 헐겁다고 말했다. 사장님은 “작년에도 한 번 열리더라”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하지만 내가 그날 밤 다시 근무를 섰을 때, 상황이 미묘하게 바뀌어 있었다. 냉장고 뒤쪽 커버는 제대로 고정돼 있었는데도, 냉장고 문을 열면 아주 얇은 진동 같은 게 느껴졌다. 손끝으로 전해지는, 아주 작은 떨림.

그 불빛은 또 나타났다. 이번엔 이전처럼 한 점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대신 냉장고 뒤쪽 틈새에 아주 가느다란 빛줄기만 스치듯 지나갔다. 마치 “봐”라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하고, “찾지 마”라고 경고하는 것 같기도 했다. 나는 더는 확인하려고 하지 못하고, 그냥 물류 정리만 대충 끝냈다. 근데 퇴근하고 집에 가려는데, 편의점 뒤편 배수구 쪽에서 뭔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작은 금속 조각이 바닥에 닿는 소리처럼, 아주 짧고 정확하게.

그날 이후로 나는 냉장고 뒤를 열지 않는다. 물론 기계가 고장 나면 정비는 해야겠지만, 그 틈에서 불빛이 ‘먼저’ 움직였던 느낌이 자꾸 남아 있다. 편의점은 늘 같은 곳에 있는 것 같아도, 어떤 밤에는 사람이 모르는 길이 생기는 것 같다. 작은 불빛은 늘 거기 있어야 할 자리만 지켰고, 나는 그걸 보는 순간부터 내가 보고 있다고 착각했던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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