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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안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아니던 순간

2026-06-06 00:29:13 조회 1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택시를 타고 집에 가는 길이었는데, 그날따라 차 안 공기가 이상하게 무거웠어요. 기사님은 말이 없었고, 창문은 살짝만 열려 있어서 여름 냄새랑 낡은 가죽 냄새가 섞여 코를 찔렀죠. 저는 앞좌석 등받이 옆에 달린 작은 거울을 습관처럼 봤어요. 내 얼굴이 떠야 하는데, 그 순간엔 분명 내 모습이 아니었어요.

처음엔 그냥 피곤해서 그런 줄 알았죠. 택시 유리창 밖의 전등이 번쩍거리면 거울 속도 같이 흔들리잖아요. 그런데 거울에 비친 건 제 얼굴이긴 했는데… 각도가 달랐어요. 정면을 봐야 할 제 시선인데, 거울 속 제 눈은 한 칸 옆을 보고 있었고, 입은 미세하게 벌어져 있었어요. 마치 제가 지금 ‘다른 표정’을 짓고 있는 것처럼요.

저는 순간적으로 고개를 돌렸습니다. “아, 거울 각도가…” 하고 스스로를 설득하려고요. 근데 앞유리를 바라보는 제 얼굴은 멀쩡했어요. 손도 가슴에 올려둔 상태 그대로였고요. 그런데 거울 속에서는 손 위치가 조금 달랐어요. 손가락이 더 펴져 있었고, 손목이 더 낮게 내려가 있었어요. 제 몸이 움직인 걸 제가 느끼지 못한 게 제일 이상했어요.

기사님은 계속 도로를 달리며 라디오도 꺼놓은 듯 조용했는데, 갑자기 계기판 쪽에서 아주 작은 잡음이 들리더라고요. “지지직” 같은데, 라디오 잡음이라기엔 소리가 너무 가늘었어요. 저는 그 소리가 거울에서 나는 줄 알고, 본능적으로 거울을 더 가까이 봤습니다. 그때 거울 속의 저는 고개를 아주 천천히 돌리고 있었어요. 제 고개는 그대로인데요.

거울 속 제 얼굴이 저를 ‘확인’하듯 보더니,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어요. 웃는 표정이었는데, 제 표정이 아니었습니다. 웃음이란 건 보통 눈가랑 같이 움직이잖아요. 근데 거울 속에서는 눈동자만 먼저 반응하고, 그 뒤에 입이 따라오는 느낌이었어요. 저는 소름이 끼쳐서 거울을 피하려고 시선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시선을 피하는 동안에도 거울 속 제 시선이 계속 제 쪽에 고정돼 있었어요.

그 순간, 택시 안 거울의 색이 바뀐 것처럼 보였어요. 휙 하고 밝아졌다가, 다시 어두워지더니 거울 속 배경이 바뀌었습니다. 제가 보통 보던 차 내부가 아니라, 어딘가 다른 실내의 어둠 같은 게 섞여 들어왔어요. 마치 거울이 ‘다른 방향’을 비추는 창문이 된 것처럼요. 저는 손에 쥔 휴대폰을 내려다봤는데, 잠금화면 시간은 그대로인데 알림만 계속 늘어나는 것처럼 보였어요. 실제로 알림이 온 건 아니고, 글씨가 잠깐 잠깐 흔들리면서 사라졌거든요.

저는 결국 기사님에게 “거울이요, 이상해요?”라고 말하려고 입을 열었어요. 그런데 목소리가 나올 듯 말 듯 막혔습니다. 말이 목구멍 어딘가에서 끼는 느낌이었어요. 기사님은 그제야 저를 한 번 쳐다봤는데, 그 눈빛이 평소 사람을 보는 눈이 아니었어요. 제가 거울 속에서 느꼈던 ‘확인’의 느낌이 기사님 눈에도 그대로 붙어 있는 것 같았달까요. 기사님은 아무 말도 안 했고, 그저 핸들을 조금만 더 꺾었어요.

차가 어떤 골목으로 들어가던 찰나, 정류장 같은 곳을 지나치지 않았는데도 택시 미터기가 멈칫한 것처럼 느껴졌어요. 동시에 거울 속 제가 급하게 눈을 깜빡였고, 이번에는 몸도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제 고개가 아니라 거울 속의 고개가 먼저 숙여졌다가, 그 다음에 제 고개가 따라가듯 따라오는 착각이 들었어요. 저는 바짝 얼어붙은 채로 숨만 쉬었는데, 공기가 잘 안 들어오는 느낌이었어요.

그 뒤로는 기억이 약간 끊긴 것 같아요. 목적지 근처에서 “여기서 내리세요” 같은 말이 들렸는데, 기사님이 말을 한 건지 제 머릿속에서 만들어낸 건지 헷갈려요. 어쨌든 저는 돈을 내고 내렸고, 택시는 곧바로 사라졌습니다. 문제는 내린 뒤에도 거울이 계속 제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는 거예요. 휴대폰을 켜서 전면 카메라를 봤더니, 평범하게 제 얼굴이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자꾸만 눈동자 위치가 한 칸씩 틀어져 있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집에 들어와서도 신발을 정리하는 손끝이 멍한 채로 굳어 있었고, 샤워 물소리가 들릴 때까지도 거울 속 그 표정을 생각에서 떼어낼 수가 없었어요. 그날 이후로는 엘리베이터 안 거울, 차 유리창, 심지어 편의점 진열대의 반사광까지 계속 의심하게 됐습니다. 어떤 날은 거울에 비친 내가 나와 같은 속도로 숨 쉬고 있는지까지 확인하게 되더라고요. 지금도 가끔, 혼자 택시를 타면 내 얼굴이 아니라 ‘다른 나’가 먼저 고개를 돌리는 순간이 올까 봐, 유리창을 볼 때마다 잠깐 숨을 멈추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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