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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 홀로 타면 들리는 낡은 전화기 벨소리

2026-06-07 00:29:11 조회 7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엘리베이터에 홀로 타면 들리는 낡은 전화기 벨소리, 처음엔 그냥 층간소음처럼 무심코 넘겼어. 근데 그 소리가 이상하게 “나만” 타는 시간에만 정확히 울려. 퇴근하고 7층에서 집으로 올라가는데, 버튼 누르는 손끝이 차가워질 때쯤—딱 그 타이밍에—삐-익 하고, 예전 전화기에서나 들릴 법한 낡은 벨소리가 들리는 거야.

처음엔 아파트 관리실에서 고장 난 벨이나 알림음이 올라오는 줄 알았어. 엘리베이터가 오래됐다고는 해도, 그렇다고 전화기 벨소리 같은 구식 음이 같이 섞일 리가 없잖아. 그래도 확인하려고 다음 날엔 일부러 5층에서 타봤어. 그런데 똑같이 5층에서 문 닫히는 순간, 똑같은 음이 똑같이 울리더라. 누가 밖에서 벨을 누르는 느낌도 아니고, 엘리베이터 안에서 울리는 것처럼 진동이 손목에 닿았어.

그때부터 나는 엘리베이터에서 휴대폰을 손에 꼭 쥐고, 화면을 보면서도 귀를 따로 쓰기 시작했어. 올라가는 동안엔 괜찮은데, 특정 층에서만 꼭 한 번 울려. 그러니까 “1번 벨소리”는 3층쯤, 그다음 “2번 벨소리”는 6층쯤, 그리고 가장 이상한 건 마지막—내가 내리는 그 층에서 문이 열리기 직전에 한 번 더 울려. 마치 누가 집 안으로 들어가라는 신호를 주는 것 같았거든.

어느 날은 용기 내서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보며, 괜히 장난처럼 “여기 누구 있어요?” 하고 말했어. 물론 엘리베이터가 대답할 리 없지. 그런데 그 벨소리가 또 울리더니, 삐익 소리 사이사이에 아주 옅은 숨소리 같은 게 섞였어. 알아듣지는 못했는데, 사람 숨이 쉬는 방식이 분명하더라. 천천히 들이마시고, 멈췄다가, 다시 내쉬는 그 리듬.

그래서 다음엔 아예 녹음을 해봤어. 엘리베이터 내부는 원래 잡음이 많으니까, 벨소리만 또렷하게 잡힐지 궁금했거든. 파일을 재생해보면 이상하게도 음질은 깨끗해. “삐익” 하고 울리는 그 부분은 또렷하게 들어가는데, 그 다음의 숨소리 같은 건 거의 지워진 것처럼 작게 남아 있어. 문제는 내가 이어폰을 끼고 재생할 때, 엘리베이터 벨소리 끝나고 딱 1초쯤 뒤에, 내 귀 안쪽에서 미세하게 또 한 번 울리는 느낌이 드는 거야. 마치 스피커가 아니라 내 몸 어딘가에서 울린 것처럼.

이후로는 사람들이랑 같이 타면 괜찮아졌어. 회사 사람 둘이랑 엘리베이터를 같이 탈 때는 벨소리가 안 울리더라. 문이 닫히고 올라가도 아무 소리 없고, 대화 소리만 들려. 근데 둘이 내린 뒤, 내가 다시 홀로 타면 그때부터는 또 시작이야. 이게 단순한 우연이나 고장이라면, 누가 타든 똑같이 울려야 정상인데, 패턴이 너무 “나”에게 맞춰져 있었어.

관리실에 물어보려고 했는데, 하필 그날 저녁에 이미 경비 아저씨가 엘리베이터 앞에서 누군가를 타박하고 있더라. “또 벨소리 울린다면서요?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또 그 소리야?” 이런 식으로 대화가 흘러나왔는데, 아저씨가 말끝을 흐리면서도 누군가의 말을 피해 가는 느낌이 강했어. 그날 나는 그냥 고개를 숙인 채 엘리베이터에 탔고, 문이 닫히는 순간 그 낡은 전화기 벨소리가 다시 울렸어. 이번엔 더 길게, 마치 전화를 연결하려는 사람처럼 들렸지.

그 뒤로는 엘리베이터에서 시간을 세기 시작했어. 내가 7층에서 누르면 보통 30초 남짓이면 집 앞까지 오는데, 벨소리가 울린 다음부터는 시간이 틀어져. 30초여야 할 게 40초쯤 가거나, 반대로 20초쯤에 뚝 끊기듯 문이 열려. 이상하게도 문이 열릴 때마다, 엘리베이터 안은 늘 똑같이 깨끗하고 멀쩡해. 그런데 내 신발 끝에 아주 얇은 종이 조각 같은 게 붙어 있는 날이 있었어. 뜯어보면 아무 글자도 없고, 그냥 낡은 통지서의 재질 같은 것만 남아 있어. 그걸 손가락으로 문지르면 먼지처럼 풀어져서 사라져 버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늘도 결국 들었어. 밤에 홀로 타고 있을 때, 벨소리는 평소처럼 시작했는데 이번엔 내가 내리는 층에서 문이 열리기 전에 한 번 더 울렸거든. 그 한 번이 더 “삐익” 하고 끝나지 않고, 전화기를 들기 전에 걸려 오는 듯한 짧은 여운을 남겼어. 문이 열리고 복도 불빛이 들어오는 순간, 나는 반사적으로 거울을 봤는데—거울에 비친 내 뒤쪽, 엘리베이터 바닥의 어딘가가 아주 잠깐 어두워지는 게 보이더라. 아마도 누가 나보다 먼저 내리려고 대기하고 있었다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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