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최신글
자유/잡담 괴담 추천 0

원룸에서 기르던 식물이 자꾸 죽는 이유

2026-06-07 08:29:11 조회 7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원룸에서 기르던 식물이 자꾸 죽는 이유를 알게 된 건, 사실 한 달째 되던 날부터였어. 처음엔 그냥 내가 물을 너무 자주 줬나 싶어서 조절했는데도, 새 잎이 펴질 듯 말 듯 하다 어느 순간 갑자기 축 늘어졌어. 흙은 겉으로 멀쩡한데 줄기랑 잎이 동시에 힘을 잃는 느낌이라, 기분 탓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반복이 됐지.

처음 죽은 건 햇빛 잘 드는 창가 화분의 스파티필럼이었어. 물 주고 나면 하루 이틀은 괜찮아 보여. 그런데 밤이 되면 잎 끝이 조금씩 젖은 것처럼 처지고, 다음 날엔 잎맥이 아니라 전체가 축축해 보일 정도로 가라앉아. 물을 준 것도 아닌데 흙이 빨리 마르는 편이어서 더 이상하더라. 제일 황당했던 건 냄새였어. 곰팡이 냄새는 아닌데, 뭐랄까 젖은 천을 오래 말리지 못한 느낌이 아주 옅게 올라왔거든.

다음으로 산 건 작은 몬스테라였어. 이건 비교적 강하다고 해서 안심하고 흙도 새 걸로 갈아줬는데, 뿌리가 내리기 전부터 이상했어. 겉흙은 마른 것처럼 보였는데 손가락으로 살짝 파보면 속이 차갑고 축축했거든. 마치 안쪽은 계속 젖어 있는데, 겉만 건조한 상태랄까. 물을 덜 주면 더 오래 버티긴 했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잎이 갈색으로 변하면서 바로 무너졌어.

난 결국 관리자에게 물어봤어. “혹시 방 안에 누수가 있나요?” 물었더니, 돌아온 답은 너무 흔한 말이었지. 배관 문제 없고, 창문도 새 거고, 전기나 보일러는 정상이라는 식. 그래도 난 계속 의심이 갔어. 특히 밤 시간대에 방음이 이상하게 먹히는 느낌이 있거든. 소리가 새벽까지 잠깐씩 뚝 끊기는데, 그때마다 화분이 살짝 흔들리는 거야. 바람을 느끼는 정도가 아니라, 진짜로 옆으로 미세하게 틀어진 느낌.

그래서 한 번 실험 비슷하게 해봤어. 화분 받침 밑에 마른 종이를 대고, 물 주는 날과 아닌 날을 나눠서 종이 상태를 기록해뒀지. 물 준 날엔 당연히 젖는 게 보였는데, 문제는 물 안 준 날에도 종이가 축축해졌다는 거야. 정확히 말하면, 물이 떨어진 흔적이 아니라 종이가 ‘습기를 먹은’ 것처럼 변했어. 그리고 그 습기는 늘 비슷한 시간대에만 생겼어. 대략 새벽 두 시쯤, 딱 그쯤 되면 방 안 공기가 차가워지면서 뭔가가 스며드는 느낌이 들었거든.

여기서부터는 내가 좀 예민해졌나 싶어. 하지만 내가 실제로 본 건 “빛”이었어. 어느 날은 밤에 휴대폰 불빛 켜고 화분을 보는데, 흙 표면이 반짝였거든. 물방울이 맺힌 것도 아닌데, 아주 얇은 막 같은 게 생긴 것처럼. 그 막이 마치 보이지 않는 손으로 문지른 자국처럼 흐릿하게 번지다가, 다음 날엔 식물이 이미 힘을 잃어 있었어. 난 그때 ‘누수’가 아닐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 단순히 물이 새는 게 아니라, 방 안 어딘가에서 계속 어떤 상태가 유지되는 것처럼.

그다음엔 인터넷에서 비슷한 사례를 찾아봤어. 식물이 반복해서 죽고, 흙이 겉은 멀쩡한데 속이 젖어 있고, 냄새가 특정 시간대에만 난다는 얘기들. 솔직히 대부분은 과습, 배수, 조명 문제로 결론나더라. 그런데 내 상황은 너무 일정했어. 무엇보다도 “방 안의 한 구역”만 피해 갔거든. 바닥을 기준으로 커튼 쪽, 그러니까 벽과 바닥이 만나는 모서리에서 가장 빨리 죽었어. 나는 화분을 옮기면 조금 버티는 걸 확인했지만, 끝내는 다시 모서리 쪽으로 끌려가듯 상태가 나빠졌어.

그래서 결국 나는 마지막으로 방 구조를 다시 봤어. 원룸이라 별거 없을 줄 알았는데, 환기구 주변이 생각보다 헐렁했거든. 손으로 살짝 건드리니까 먼지가 툭 떨어지고, 그 틈 사이로 아주 작은 물기 같은 게 묻어 나왔어. 물론 누수라고 부를 만큼 크게 새는 건 아니야. 다만 “가끔”이 아니라, 계속 아주 미세하게 습기가 들어오는 형태. 근데 이상한 건, 그 습기가 들어오는 것과 동시에 식물이 반응한다는 타이밍이 맞았다는 거야. 내가 환기구를 닦은 날엔 하루, 이틀은 멀쩡했는데, 닦지 않은 날엔 다음 날 바로 처졌어.

나는 그때서야 확실하게 이해했어. 이건 물의 문제가 아니라, 방 안이 ‘습기를 머금는 방식’ 문제였던 거지. 원룸에서 공기 순환이 이상하면, 벽 속 어딘가의 결로가 반복되면서 식물만 먼저 신호를 보내는 것 같아. 그런데도 계속 이상하게 느껴진 이유는, 내가 해결하려고 할수록 더 조용해졌기 때문이야. 환기구를 막거나 틈을 정리하면 습기는 줄었는데, 식물이 완전히 살아나는 느낌은 아니었어. 마치 누군가가 “죽어야 하는 순서를” 정해둔 것처럼, 다음 달엔 다른 식물이 같은 방식으로 쓰러지더라.

마지막으로 남은 건 내가 아직도 못 잊는 장면이야. 어느 새벽, 방이 조용해서 숨소리까지 들리는데 화분 흙이 아주 미세하게 가라앉는 소리가 났어. ‘툭’ 하고 한 번, 그리고 다시 ‘툭’. 나는 놀라서 불을 켰고, 환기구 쪽을 봤는데 아무것도 없었어. 그런데 다음 날, 물 주지도 않았는데 잎이 하나씩 떨어져 있었고, 흙 표면은 어제보다 더 매끈해 보였어. 지금도 가끔 그 시간쯤이 되면, 방이 숨 쉬는 소리처럼 들려. 그때마다 생각해. 원룸에서 식물이 자꾸 죽는 이유가, 단지 습기 때문만은 아닐지도 모른다고.

이 글 반응 남기기
추천과 비추천은 회원당 1회만 가능하며, 다시 누르면 취소됩니다.
추천 0 · 비추천 0
글 신고 안내
같은 회원은 같은 글이나 댓글을 1회만 신고할 수 있으며, 누적 신고가 5회 이상이면 자동으로 숨김 처리됩니다.
현재 글 신고 0회

댓글

댓글 작성은 로그인 후 가능합니다.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