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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출입문 앞에 매일 놓이는 정체 모를 꽃다발

2026-06-07 16:29:13 조회 8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편의점 출입문 앞에 매일 놓이는 정체 모를 꽃다발이 처음엔 그냥 “누가 챙겨주나 보다” 싶었어요. 근데 그게 시작된 날이, 딱 제가 야간으로 바뀌고 첫 주였거든요. 새벽 손님이 거의 없는 시간, 출입문 자동센서가 한 번 울리더니 바닥에 무언가가 ‘툭’ 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났습니다. 전 가게 안부터 확인했는데 누가 들어오거나 나가는 건 없었고, 계산대 앞 유리문 바깥에 꽃다발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더라고요.

꽃은 되게 단정했어요. 포장지는 찢어지지도 않고, 리본도 풀어헤쳐지지 않은 상태. 그런데 이상하게도 꽃을 자세히 보려 하면 시야가 약간 흔들리는 느낌이 들었어요. 마치 유리창에 묻은 얼룩을 오래 보다가 눈이 피로해지는 것처럼요. 저는 그냥 평소에 쓰던 장갑 끼고 들어오려 했는데, 손잡이를 잡는 순간 손끝이 차갑게 굳는 느낌이 나서 망설였습니다. 이상하죠. 꽃다발인데도 말이에요.

그래도 결국 가져가서 진열대 옆에 잠깐 세워뒀어요. 다음 날 아침엔 손님 몇 명이 지나가다가 “어제 누가 놓고 갔나 봐요”라고 웃으며 말하더라고요. 저는 그냥 서비스처럼 치우고 싶었는데, 이상하게 꽃이 시들지 않았습니다. 냉장고에 넣은 것도 아닌데요. 꽃잎이 싱싱한 상태로 그대로 있었고, 물도 없는데도 줄기 끝이 축 처지지 않았어요. 그때부터 좀 찝찝해지기 시작했죠.

그리고 정말로, 다음 날에도 똑같이 출입문 앞에 놓여 있었어요. 전날과 같은 위치, 같은 각도, 같은 높이. 보통은 떨어져 있거나 비닐이 찢어져 있거나 하는데 그건 아니더라고요. 자동문 아래쪽에 딱 맞게 놓여 있는 느낌이었어요. 마치 누구든 “여기”라고 정해준 자리에서만 정확히 두고 가는 것처럼. 저는 CCTV를 확인했는데, 그 시간대 영상은 유난히 화면이 흐려져 있었습니다. 사람 그림자가 지나가는 건커녕, 기록 자체가 약간 끊긴 느낌이었어요.

세 번째 날엔 꽃다발이 살짝 달랐습니다. 같은 리본인데, 리본 매듭이 아주 미세하게 반대 방향이었어요. 전 이걸 보고 혼자 “아, 장난인가?”라고 생각하려 했는데, 손님들 말이 더 꼬이기 시작했어요. 어떤 손님은 “어제는 꽃이 없었어요”라고 하다가, 제가 “있었잖아요”라고 하자 갑자기 말끝을 흐렸습니다. 그 표정이, 말을 못 하겠다는 사람 같았어요. 저도 그때부터 ‘이거 그냥 예쁘게 놓여 있는 게 아닐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네 번째 날, 저는 아예 출입문 앞에 작은 종이를 붙여놨어요. “가져가세요 / 감사합니다”라고 써서요. 누가 놓고 간다면 최소한 흔적은 남기겠지 싶어서요. 그런데 종이를 확인하러 나간 순간, 종이가 바닥에 반쯤 말려 있더라고요. 글씨가 지워진 건 아닌데, 종이를 펼치는 방향에 따라 문장이 다르게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무심코 한 번 더 읽으려는 순간, 제 손에서 종이가 ‘바스락’ 하고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고, 그 뒤로는 글자가 잘 안 들어오더라고요.

다섯 번째 날에는 꽃다발 안쪽에서 아주 작은 쪽지가 나왔습니다. 봉투도 아니고, 종이 한 장이 접힌 채로 리본 끝에 끼워져 있었어요. 저는 그걸 꺼내기 전까지도 손이 굳는 느낌이 다시 왔고, 결국 집게로 조심히 빼서 편의점 계산대 아래 서랍에 넣어뒀습니다. 내용은 짧았는데, 딱 한 줄이었어요. “문은 열었는데, 돌아오는 시간은 정해져 있어.” 읽자마자 목 뒤가 서늘해졌습니다.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으면서도, 절대 확신할 수 없는 문장이었거든요.

그 뒤로 꽃다발은 계속 매일 왔습니다. 모양이 완전히 같을 때도 있고, 리본 색만 바뀌는 날도 있었어요. 근데 중요한 건, 매일 ‘같은 시간’에 들어온다는 거예요. 제가 그 시간에 맞춰 출입문 밖을 확인하려고 기다리면, 늘 바로 그 순간에 자동문이 한 번만 울리고 끝이었습니다. 누군가가 “놓고 가는” 느낌보다는, 출입문이 그걸 “내보내는” 느낌에 더 가까웠어요. 한 번은 제가 문 앞에 서서 직접 확인하려다 바닥에서 신발 끈이 미끄러진 것처럼 쓸려서 넘어질 뻔했는데, 넘어지기 직전에 꽃다발이 제 발 옆에서 사라지더라고요. 분명히 눈앞에 있었는데요.

마지막으로, 저는 더 이상 꽃다발을 치우지 않기로 했어요. 냉장고에 넣든, 폐기하든, 그냥 두든 결과는 똑같았습니다. 대신 출입문 옆에 작은 표지판을 더 세웠습니다. “이하 시간대 외부 물건은 확인 후 처리” 같은 문구로요. 그리고 그날 밤, 평소와 다르게 아무것도 놓이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안도했어요. 그런데 새벽이 지나고 출근하자마자 출입문 유리 안쪽에, 아주 얇게 김 서린 자국이 생겨 있었습니다. 누가 손가락으로 쓴 것처럼, 한 줄이 희미하게 보였어요. ‘오늘은 네가 문을 열었지.’ 그걸 본 순간, 저는 그제야 제가 바깥을 확인하러 나가던 모든 날들이… 어쩌면 문을 여는 쪽이 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뒤로 꽃은 한동안 오지 않았는데, 대신 자동문 소리만 자꾸 먼저 들리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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