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야전 텐트 주변에서 발견된 발자국 무리
군대 야전 텐트 주변에서 발견된 발자국 무리
그날은 비가 그치고 난 뒤였어. 새벽에 경계가 돌면서 텐트 앞 바닥을 한번 훑고 지나가야 했는데, 나는 그냥 담요 덮고 있다가 발소리랑 욕설 섞인 목소리에 눈이 떠졌지. 밖이 축축해서 발자국이 잘 찍히는 편이긴 한데, 막상 뛰쳐나가 보니까 이상했어. 야전 텐트 둘레, 정확히는 출입구에서부터 경계선처럼 동그랗게 이어진 흔적이 있었거든. 군화 자국 같기도 하고, 또 어떤 건 신발 밑창이 아니라… 손바닥이나 발바닥을 눌러 찍은 것처럼 보였어.
처음엔 그냥 후방에서 나온 누가 자고 일어나서 돌아다닌 건가 싶었어. 그런데 그 자국이 한두 줄이 아니었어. 텐트 한 바퀴를 돌고, 다시 반대 방향으로 이어지고, 또 텐트 옆 배수로 쪽으로 빠졌다가 다시 돌아와. 마치 누군가가 “여기서 여기까지는 걸어야 한다”는 규칙을 가진 것처럼 간격이 일정했어. 비 온 다음이라 진흙이 마르기 전인데도, 흔적이 덜 번져 있었던 게 더 찜찜했어. 너무 조심스럽게, 일부러 안 뭉개고 지나간 느낌이랄까.
나는 동기랑 같이 조심히 따라가 봤는데, 그게 사람 길처럼 보이면서도 어딘가 어그러져 있었어. 발자국이 찍힐 때마다 각도가 조금씩 달라졌거든. 오른발처럼 보이는 자국과 왼발처럼 보이는 자국의 크기가 미세하게 달랐고, 무엇보다 걸음이 “정상적인 보행 리듬”이 아니었어. 한 발은 또렷한데, 다음 발은 깊이가 얕아. 누군가가 천천히 기어가듯이 진행하면서도, 어느 순간엔 일부러 자세를 잡고 땅을 찍고 가는 느낌이 들었지.
중대에 보고하려다가도, 우리도 웃음거리 될까 봐 그냥 당직사령한테만 말했어. 당직사령은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넘기더니, 문득 텐트 밖으로 나와서 고개를 갸웃했어. 그는 발자국을 한참 보다가 바닥에 손전등을 비추고는 말하더라. “이건 신발 무늬가 없네.” 군화는 보통 밑창 무늬가 남는데, 저건 무늬가 아니라 눌림만 남아 있었어. 그리고 자국 옆으로 아주 얇게 긁힌 선들이 있었는데, 그 선들이 바람에 흩날린 모래가 만든 것처럼 보이진 않았어. 누군가가 무언가를 끌고 지나간 것 같았거든.
우린 자국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끝까지 가보기로 했어. 텐트 바로 옆 배수로까지 따라가면, 진흙이 좀 더 깊게 패이는 구간이 나오거든. 거기서부터 발자국이 끊기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데, 이상하게도 방향이 훈련장 경계펜스 쪽으로 틀어졌어. 펜스는 밤새 감시카메라가 돌아가는 라인이었고, 그쪽은 철책이 가까워서 사람 발이 잘 못 들어가. 그런데 자국은 정확히 철책과 평행하게 이어지다가, 한 지점에서 갑자기 형태가 무너져. 마치 누군가가 발을 “훅” 들어 올렸다가, 바로 옆에서 다시 눌러버린 것처럼.
그때부터 우리 마음이 확 꺾였어. 눈으로 보는 건데도, 머릿속에서는 자꾸 “발이 닿지 않은 시간”이 상상되더라. 발자국 사이 사이가 너무 매끈해. 사람은 뛰거나 비틀리면 발자국이 더 퍼지거나 옆으로 쏟아지는데, 저건 그런 흔적이 거의 없어. 오히려 누군가가 바닥의 상태를 읽고, 딱 그 순간만 발을 놓는 것 같았어. 그리고 그 주변에서 이상한 냄새가 조금 났어. 젖은 흙 냄새랑은 달랐고, 오래된 천 냄새 같은 게 섞여 있었지. 비 맞은 옷 냄새? 근데 그런 식으로 설명하면 너무 흔한 말이라, 그냥 “낯선데 익숙한” 느낌이었어.
당직사령이 경계병을 둘씩 붙여서 확인하라고 했고, 그 사이 우리는 텐트로 돌아가서 장비를 점검했어. 새벽이라 분위기가 어수선하긴 했는데, 다들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더라. 이상한 건 그 다음 날이었어. 발자국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는데, 자국의 방향이 바뀌어 있었어. 전날에는 펜스 쪽으로 향하던 흔적이, 이번엔 반대로 우리 텐트 출입구 쪽으로 모이는 모양새였거든. 누군가가 “다녀간” 게 아니라, “돌아오고 있다”는 느낌. 진흙이 반쯤 마른 상태에서도 새로 찍힌 것처럼 가장자리만 더 선명했어.
우린 더 이상 추적하지 않았어. 단지 사진을 찍어두고 위치를 기록해뒀지. 그런데 이상한 게, 기록한 사진을 다음 날 확인해보니 어떤 구간이 빛 번짐처럼 흐려져 있었어. 카메라가 흔들린 것도 아닌데, 딱 발자국이 가장 또렷했던 지점만 이상하게 뭉개져 보였거든.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손끝이 차가워져. “찍히지 않는 구간”이 있다면, 그건 단순한 노이즈가 아니라 뭔가 다른 규칙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결국 그 라인은 점호 후에 잠깐 통제됐고, 헌병이 와서 주변을 확인했대. 하지만 그 뒤로도 누구도 확실한 설명을 못 했어. 누군가 야외에서 야생동물이 지나갔을 거라고 했고, 또 어떤 선임은 훈련 중에 장비를 끌고 이동한 흔적이라고 했지. 그런데 우리 텐트 둘레를 “규칙처럼” 돌고, 출입구와 철책 사이를 번갈아 이어지는 그 모양은, 아무리 설명해도 마음이 안 붙었어. 비가 더 오면 자국이 더 퍼질 텐데, 다음 날엔 오히려 특정 부분만 또렷해지더라고.
지금 생각하면, 그 발자국 무리는 단순히 누군가가 걷고 남긴 흔적이 아니라, 우리를 향해 “거기 있지” 하고 표시를 남긴 것 같아. 새벽마다 누가 텐트 앞을 한번 훑고 지나갈 때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바닥을 먼저 봤어. 한 번 찍힌 자국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 같은 자리를 맴도는 것 같은 착각이 들면서도, 동시에 “저쪽도 우리를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그 뒤로 난 군대에서 가장 무서웠던 게 총소리나 훈련이 아니라, 텐트 바깥에 남겨진 조용한 표시였다는 걸 인정하게 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