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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주차장 한쪽 벽에 새겨진 알 수 없는 문자

2026-06-08 04:29:11 조회 7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지하주차장 한쪽 벽에 새겨진 알 수 없는 문자 그거 처음 봤을 때는 그냥 낡은 낙서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 주차장에만 유독 이상하게 사람들 발걸음이 느려지고, 관리사무실에서도 “그거 원래부터 있던 거라 손대지 말라”는 말만 반복하더라고요. 저는 그 말이 더 찝찝해서, 결국 그날 밤에 혼자 확인하러 갔습니다.

사건은 입주 3년차쯤, 비 오는 날이었어요. 저는 2층 지하주차장 끝 쪽에 주차하고 엘리베이터로 올라가려는데, 계단 쪽이 갑자기 어둡게 느껴졌어요. 보통은 가로등 불빛이 조금이라도 비치는데, 그때는 그 구역만 유난히 빛이 끊긴 것처럼 어두웠고, 바닥 물웅덩이에 제 차 바퀴 반사도 흐릿하게 보였죠.

그러다 옆 벽을 보는데, 거기엔 손톱이나 펜으로 긁은 낙서가 아니라 금속 날로 긁어낸 듯한 홈들이 촘촘히 새겨져 있었어요. 문장처럼 이어지진 않는데, 그렇다고 랜덤한 낙서도 아니고, 줄마다 같은 간격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어떤 글자는 동그란 고리처럼 반복되고, 어떤 건 꺾인 선이 갈고리처럼 휘어 있었는데, 전체적으로 “읽는 방식”이 정해져 있는 느낌이었어요.

저는 아파트 관리 앱으로 사진을 찍어 올릴까 하다가 말았어요. 괜히 신고해서 어떤 사람이 “그거 외국어 장난 아니냐” 하고 넘어갈 수도 있으니까요. 대신 집에 가서 지도처럼 확대해서 봤는데, 이상하게도 제 눈이 자꾸 같은 형태로 되돌아갔습니다. 특히 벽 가운데쯤, 유독 홈이 깊은 한 부분이 있었는데, 그 부분만 보면 제 시선이 멈추고 머릿속에 단어 대신… 소리 같은 게 떠올랐어요. ‘딱, 딱’ 하는 타건음. 그게 무슨 언어인지도 모르겠는데, 자꾸 리듬이 맞춰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같은 구역을 지나던 주민 둘이 있더라고요. 한 분은 “저거 또 보이냐” 하고 다른 분은 “난 밤에 보면 더 선명해”라고 하며 웃었는데, 웃음이 너무 빨리 끝났어요. 제가 “혹시 아시는 분 있어요?”라고 묻자, 둘 다 표정이 굳더니 말이 툭 끊기듯 “그냥… 신경 쓰지 마”라고만 하고 서로 다른 방향으로 걸어갔습니다. 이상하긴 했지만, 그 말은 또 이상하게도 제 머릿속에 계속 남아있었어요.

그날 퇴근해서 다시 내려가 보니, 벽의 홈들이 어제보다 더 밝게 보였어요. 비가 그친 뒤라서 물기가 말라서 더 선명해진 걸 수도 있지만, 그건 너무 단정할 수 없었습니다. 홈 끝부분이 마치 신선한 것처럼 반짝였거든요. 저는 휴대폰 손전등을 비추며 가까이 다가갔고, 그 순간 문자가 ‘그대로’인데도 형태가 아주 조금씩 바뀐 것 같았어요. 예를 들면, 제가 어제 봤던 꺾인 선이 오늘은 다른 각도로 기울어져 있는 느낌. 착각이겠죠, 하고 넘기려는데 손전등을 벽에서 살짝 옮기면 다시 원래 형태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다 가장 소름 돋는 건, 제 발소리 때문이었어요. 저는 벽에서 한 발짝 떨어져서 휴대폰 메모 앱을 켰거든요. 기록하려고요. 그런데 메모 화면을 켜는 짧은 순간, 뒤에서 누군가가 제 이름을 부르는 것처럼 들렸습니다. 제 이름은 흔한 편이 아니어서, 평소에도 사람들이 잘 못 부르는데 그때는 또렷하게 들렸어요. 돌아보면 아무도 없었고, 주차장 천장 스피커에서도 방송은 없었습니다.

결국 저는 “사진만 찍고 끝내자”는 생각으로 벽 쪽으로 휴대폰을 들이밀었는데, 화면 속 문자가 제 손전등 불빛과 맞물리면서 이상한 패턴으로 정렬됐습니다. 마치 어딘가에서 조명을 맞춰 주면 제대로 읽히는 암호처럼요. 그때 저는 처음으로 문자가 ‘벽에 새겨진’ 게 아니라, 벽이 ‘문자를 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그리고 그 정렬된 형태가, 어제부터 제가 머릿속에서 들리던 리듬과 맞아떨어졌습니다. ‘딱, 딱’ 하는 소리—근데 제 휴대폰 화면에는 소리가 표시될 리가 없잖아요.

다음 날 관리사무실에 물어보려다 그만뒀어요. 이상한 건, 제가 물어보려고 문을 열려는 순간에도 벽에서 시선이 따라오는 것 같았다는 거예요. 그때 저는 깨달았어요. “손대지 말라”는 말이 단순히 시설 훼손 때문이 아니라, 어떤 반응을 유도하지 말라는 뜻일 수도 있겠다는 걸요. 결국 저는 그 후로 그 구역을 피해서 주차하고 엘리베이터도 다른 동으로 돌려 탔습니다.

근데 이상하게도, 피할수록 그 문자가 더 자주 꿈에 나왔어요. 꿈에서 저는 벽 앞에 서 있는데, 가까이 가면 갈수록 문자가 제 손바닥 크기만큼만 보여요. 나머지는 어둠으로 지워져 있고, 그 대신 어딘가에서 계속 제 발걸음 소리가 따라옵니다. 현실에서도 가끔 지하주차장만 들어가면, 벽 쪽에서 누가 종이를 긁는 듯한 아주 작은 소리가 들리는데… 그게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더라고요. 저는 오늘도 그 구역을 지나갈 때마다, 벽의 홈이 제 쪽으로 한 칸씩 다가오는 것 같아 문득 멈칫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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