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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오랜만에 만난 날 찍은 사진과 추억

2026-06-08 08:14:11 조회 11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퇴근길에 비가 좀 그친 날이었는데, 카톡으로 “오늘 저녁에 잠깐 볼래?”라고 온 메시지 하나로 하루 컨디션이 확 달라졌어요. 오랜만에 연락한 친구였고, 같은 동네에서 학창시절을 같이 보냈던 사이라 마음이 먼저 달아났죠. 약속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반가운 얼굴이 보였는데, 그 순간 진짜로 시간이 멈춘 것 같더라고요.

우리는 카페 앞에서 한참을 같이 서서 수다를 떨었어요. 처음에는 근황 얘기부터 자연스럽게 흘러가는데, 얘기하다 보니 예전 그 시절이 갑자기 줄줄이 따라붙더라고요. “너 그때 그 노래 좋아했잖아” “맞아, 그때는 늘 이어폰 한쪽만 같이 듣고 그랬지” 이런 식으로 서로가 서로의 기억을 꺼내는 느낌이었어요. 웃다가도 갑자기 말이 멈추는 순간이 있었는데, 그게 또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더 따뜻했어요.

사진 얘기 나오기 전까지는 그냥 계속 걸었어요. 골목길을 따라 카페를 지나고, 예전에 자주 앉던 벤치가 있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죠. 바람이 차갑긴 했는데, 이상하게 그날은 추운 줄도 모르겠더라고요. 친구가 휴대폰을 꺼내더니 “우리, 하나만 찍자. 진짜 오랜만이잖아”라고 말했고, 그 말이 되게 마음에 걸렸어요.

첫 사진은 거의 즉흥이었어요. 우리가 서로 어깨를 맞대고 서서 웃는데, 사진 속 표정이 왜 이렇게 ‘그때’ 같았는지 신기했어요. 예전엔 사진 찍을 때도 어색해하면서 결국 웃긴 사진만 남겼는데, 이번엔 그런 어설픈 장난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졌거든요. “여기서 찍으면 너랑 나 같이 있던 느낌이 난다” 라고 친구가 말했을 때, 저는 그 말이 칭찬인지 추억 정리인지 잘 모르겠는데 그냥 고맙더라고요.

우리가 찍은 사진들은 단순히 “기록”이 아니라 작은 사건처럼 쌓였어요. 같은 위치에서 한 장 더 찍고, 조금 옆으로 옮겨서 또 한 장 찍고, 손을 뻗어 하늘이랑 같이 담기도 했죠. 그러다 갑자기 사진 앱에서 필터가 뜨는데, 친구가 “이거 옛날에 너 좋아했잖아” 하면서 웃었어요. 저는 필터를 켜기보단 그냥 그날 색을 그대로 보고 싶어서 “그냥 찍자” 했는데, 결국 둘 다 웃으면서 필터도 한 번은 써버렸어요.

카페로 다시 들어가서는 창가 자리를 잡았어요. 주문하고 나서도 대화가 끊기지 않았고, 오히려 주문한 음료가 식기 전에 이미 다음 얘기가 또 나오더라고요. 중간중간 “너 요즘은 어디 가서 뭐 해?” 같은 질문이 오가는데, 그 사이사이에 학창시절 이야기들이 끼어들었어요. 시험 끝나고 뛰어가던 길, 여름방학에 뭐 했는지, 별것 아닌데도 웃기던 사건들까지요. 저는 그날만큼은 ‘나만 변했나’ 싶은 마음이 사라지고, 둘 다 비슷한 속도로 살아왔다는 걸 느꼈어요.

사진을 같이 보면서 “이거 너 눈이 더 커 보인다” “아니 너가 카메라를 너무 가까이 두는 거지” 같은 말장난도 했고, 웃다가 손등이 닿는 순간도 있었어요. 솔직히 말하면,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연락을 자주 못 했다는 생각이 종종 들었거든요. 그런데 친구는 오히려 “네가 연락 안 했던 거에 대해 뭐라 하려고 연락한 거 아니야”라면서, 그냥 같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더라고요. 그 말이 되게 묘하게 오래 남아서, 집에 가는 길 내내 생각이 이어졌어요.

헤어지기 전엔 또 한 번 사진을 찍었어요. 이번엔 벤치 앞에서, 마지막으로 한 장만 남기자고 하면서도 둘 다 손을 흔드는 타이밍이 어긋나서 웃음이 터졌죠. 그렇게 찍힌 사진을 보면 표정이 조금 더 편해요. 어쩌면 우리는 예전처럼 완벽하게 맞추려는 게 아니라, 그냥 편안하게 서로를 담고 싶었던 걸지도 몰라요. 친구가 사진을 보내면서 “다음엔 내가 먼저 보자”라고 했는데, 저는 그 말에 바로 “응, 약속”이라고 답했어요.

집에 돌아와서 사진을 다시 넘겨보는데, 이상하게 한 장 한 장이 다 다른 계절 같더라고요. 같은 장소인데도 마음의 온도가 달라지고, 우리가 나눈 말의 결이 사진 속에 같이 들어 있는 느낌이었어요. 오늘 하루가 특별해서가 아니라, 특별한 사람이 옆에 있었다는 사실 때문에 오래 남는 날이 있잖아요. 그날의 사진처럼, 앞으로도 연락이 끊기지 않고 추억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잠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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