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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 옆 공터에 밤마다 켜지는 작은 등불

2026-06-08 12:29:14 조회 1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시골집 옆 공터에 밤마다 켜지는 작은 등불, 그게 내 집에 이사 온 지 한 달도 안 됐을 때부터 시작됐어. 처음엔 그냥 벌레나 전기 합선 같은 걸로 생각했는데, 이상한 건 등불이 켜지는 시간이 매번 비슷하다는 거야. 해가 완전히 져야만 하고, 보통 열한 시 조금 넘어서 공터 한가운데에서 빛이 아주 작게 살아나더라. 촛불만 한 크기인데, 바람이 불어도 흔들림이 이상하게 적었어.

나는 그날 밤 진짜로 늦게까지 깨어 있었어. 부엌에서 물 끓이다가 창문을 봤는데, 공터 쪽이 유난히 밝아 보이더라. 그런데 가로등도 없고, 누가 전등을 켜 둔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야. 창가에 기대서 한참을 보는데, 등불이 켜졌다가 바로 꺼지지 않고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있었어. 바닥에 닿아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뭔가 그림자가 얕게만 생기더라. 마치 공중에서 떠 있는 빛인데도 바닥만 살짝 비추는 느낌.

다음 날 아침, 나는 공터 쪽을 대충 살펴봤어. 풀은 자랐고, 누가 놓고 간 물건 같은 건 없었어. 그런데 공터 한쪽 구석에 유난히 흙이 다져진 듯한 자국이 있었고, 그 주변에 얇은 철사 같은 게 땅속으로 살짝 묻혀 있더라. 처음엔 누가 장난친 줄 알았는데, 철사는 녹이 슬어 있었고, 끊어진 끝이 정리된 모양이었어. 누가 일부러 되감아 둔 것처럼 깔끔해서 더 찝찝했지.

밤이 다시 오고, 열한 시가 넘자 또 켜졌어. 이번엔 더 선명하게 봤다. 등불 주변으로 아주 희미한 연기 같은 게 보였는데, 실제 연기라기보단 공기가 빛에 먹힌 것처럼 보였어. 공터 끝에 있는 낡은 나무 울타리 너머로 누군가 숨 쉬는 것 같은 소리가 났고, 등불은 그 소리와 상관없이 계속 자기 자리에서 빛을 유지했어. 신기하게도 그 빛이 켜질 때면 우리 집에서는 전등이 깜빡이지 않았어. 오히려 집 안이 더 조용해지는 느낌이었달까.

나는 참다못해 다음 날 저녁에 공터 쪽으로 나가봤어. 괜히 무서워질까 봐 라이터랑 손전등을 챙겼는데, 그건 내 용기가 아니라 그냥 습관이더라. 공터 한가운데로 가면 갈수록 발밑이 더 축축했어. 풀 사이에 무릎을 내리기만 해도 손끝이 진득해지는 느낌. 그런데 등불이 켜지는 자리 근처에서만 유난히 흙 냄새가 달랐어. 약간 쇳가루 같은 냄새랑, 오래된 종이 냄새가 섞인 것 같은.

등불이 켜지기 전, 나는 그 자리에 눈을 고정했어. 그런데 라이터를 켜려는 순간, 손전등 불빛이 잠깐 흔들렸지. 바람도 없는데 왜 흔들리나 싶었는데, 그때 공터 건너편에서 “딱” 하고 아주 작은 소리가 났어. 꼭 누가 손가락으로 나무를 두드리는 것처럼. 그리고 등불이, 내 시야에 들어오기보다 먼저 “켜져 있던 것처럼” 보이기 시작했어. 마치 내가 늦게 도착해서 이미 켜져 있던 걸 뒤늦게 발견한 느낌. 그 순간 목 뒤가 서늘해져서 도망치듯 뒤로 물러났어.

그 뒤로 나는 습관처럼 밤에 창문을 보게 됐어. 무서워서 보기 싫은데, 또 안 보면 이상하게 마음이 계속 걸렸거든. 등불이 켜질 때마다 공터에서 아주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어. 발로 땅을 차도 울림이 아니라, 피부에 닿는 진동 같은 거. 그리고 놀라운 건, 등불이 켜진 날에는 다음 날 아침에 공터에서 누군가 지나간 흔적이 생긴다는 거야. 바닥에 발자국 비슷한 게 남는데, 사람처럼 길게 이어지지 않고 짧게 끊겨 있더라. 마치 한 발로만 계속 디딘 것처럼.

어떤 날은 등불이 켜진 뒤에 우리 집 마당 쪽 작은 창고 문이 스르륵 열려 있었어. 바람이 불만한 구조도 아니고, 잠금장치는 아래로 눌러 잠그는 타입이었거든. 그런데 그날 아침엔 잠금이 풀려 있었어. 내가 그걸 닫아두고 다음 날 밤을 또 기다렸는데, 등불이 켜지면 창고 쪽에서는 아무 소리도 안 났다가, 꺼진 뒤에야 “딸깍”하고 다시 느슨해지는 느낌이 들더라. 내가 상상하는 걸지도 모르겠는데, 내 손이 가만히 있어도 어딘가가 움직이는 것처럼 감각이 생겨.

결정적으로, 나는 공터 옆 오래된 우물가를 봤어. 어릴 때부터 “저기엔 손대지 마”라고만 들었던 곳인데, 이번엔 밤이 아니라 낮에 확인하러 갔지. 우물뚜껑은 덜컹거리지 않았고, 안쪽도 막혀 있는 것 같았는데, 주변 흙이 등불이 켜지는 자리와 비슷한 냄새였어. 거기에 희미한 흔적이 있었는데, 누군가 땅에 뭔가를 묻고 덮어둔 것처럼 보였어. 누군가가 “찾아야 하는 걸” 숨긴 자리에, 밤마다 작은 등불이 켜지는 거 아니냐는 생각이 들더라.

그 다음 밤, 등불이 켜졌을 때 나는 일부러 공터로 나가지 않았어. 대신 거실 창문을 열어두고, 숨만 고르며 보려고 했지. 등불은 계속 같은 자리였는데, 이상하게도 빛이 점점 내 쪽으로 기울어지는 것처럼 보였어. 바람이 없는 데도 풀잎들이 아주 느리게 한 방향으로 눕더라. 그리고 마치 그 빛이 누군가의 시선을 끌어오는 것처럼, 내 귀에서는 멀리서 누군가가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아주 작게 섞였어. 알아듣지는 못했는데, 어렴풋이 “집”을 부르는 말 같았다고 해야 하나. 그날 이후로 등불이 아예 사라지진 않았어. 다만, 예전처럼 공터 정중앙에만 켜지지 않고, 가끔은 우리 마당 쪽 경계선에서 잠깐씩만 켜져. 그 작은 빛이 계속 켜지는 이유를 아직도 모르겠고, 그게 더 무섭다는 게 솔직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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