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안에서 들려오는 분명하지 않은 전화 통화 소리
엘리베이터 안에서 버튼 누르는 소리랑 케이블이 살짝 떨리는 진동쯤은 늘 있었는데, 그날은 똑같이 층 이동하는 중에 전화 통화 소리가 들렸어. 누가 이어폰으로 통화를 하는 것처럼 “여보세요—” 하고 끊겼다가, 또 다른 사람이 받는 듯한 말소리가 아주 멀게 겹쳐 들리더라. 문제는 그 통화가 문을 열고 나서도 계속 이어졌다는 거야. 나는 처음엔 기계 소리겠지 했는데, 통화 내용이 계속 바뀌는 걸 듣고 등골이 서늘해졌어.
그날 내가 탄 건 야근 끝나고 집에 가려고 6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였어. 엘리베이터는 오래된 편이라 내부에 안내방송도 가끔 먹통이고, 스마트폰 신호가 약한 건지 데이터도 잘 안 잡혀. 그래도 사람들 타고 내리는 건 정상이라, 평소처럼 가방을 앞쪽에 두고 1층 버튼을 눌렀지. 닫히는 소리와 함께 조용해졌는데, 그 조용함 사이로 “통화 연결 중” 같은 잡음이 아니라, 사람 목소리가 분명히 섞였어.
처음엔 “어디야?”라고 낮게 묻는 소리였어. 그러다 “지금… 안에 있어”라는 대답이 따라오는데, 목소리 톤이 너무 가까워서 기분이 이상했어. 엘리베이터 안에는 나 혼자였거든. 거울처럼 반사되는 내부가 있어서 뒤쪽을 한 번 훑어봤지만, 아무도 없었고 휴대폰도 내 것만 화면 켜져 있는 상태였어. 그런데 통화는 계속됐지. 누가 발신 버튼을 누르기라도 한 것처럼 끊겼다 붙었다를 반복하면서.
나는 순간적으로 ‘누가 1층에서 타서 통화하고 있나?’ 생각했는데, 그럴 땐 소리가 더 커야 자연스러워. 그런데 목소리는 엘리베이터가 움직일 때마다 미세하게 커졌다가, 멈출 때마다 다시 작아지는 느낌이었어. 마치 소리가 엘리베이터 내부 구조물 어딘가에서 울리는 것처럼, 내가 타고 있는 구간과 같이 움직이더라고. 그래서 더 이상한 건, 말이 들릴 때마다 통화 상대가 바뀌는 것처럼 들린다는 거야.
“지금 타고 있어요. 내려가면…” 하는 듯한 말이 들리더니, 곧바로 다른 사람이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 같은 게 끼었어. 그리고 아주 잠깐, 내가 못 들은 번호를 말하는 것처럼 “끝자리가—” 하는 조각이 나왔는데 그 다음은 금방 잡음으로 덮였지. 나는 그때부터 엘리베이터 버튼을 한 번 더 확인했어. 1층이라고 분명히 눌렀는데, 표시등이 이상하게 흔들리는 것 같았거든. 실제로 층이 바뀌었는지 확인하려고 눈으로 숫자를 봐도, 숫자는 정상처럼 보이는데 뭔가 ‘확신’이 안 섞여 있는 느낌이랄까.
문제는 통화가 내 이름을 부르는 것처럼 들렸다는 거야. 정확한 발음까지는 아니었고, “승…” “아니, 형…?” 같은 식으로 어렴풋했는데, 내 출입구에 붙어있는 가족 이름이랑 비슷한 조합이었어. 나는 웃음 나올 정도로 과민한가 싶어서 스스로를 달랬지만, 그 순간 통화 속에서 한 사람이 “그럼 지금은 조용히 있어. 움직이지 말고.”라고 말했어. 엘리베이터는 계속 내려가고 있었고, 나는 가방끈을 꼭 쥔 채 숨도 억지로 멈추는 기분이 들었어.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을 때, 문이 열리면서 공기가 바뀌는 소리가 났어. 근데 복도는 평소처럼 환하고, 주변 사람 그림자도 없었어. 나는 얼른 뛰쳐나가려 했는데, 등 뒤에서 “여기 문 닫히지 않잖아” 하는 소리가 들리더라. 너무 가까워서 몸이 먼저 굳었지. 돌아보면 당연히 사람이 있어야 말이 설명되는데, 뒤엔 아무것도 없었어. 대신 엘리베이터 안쪽 안내판이 희미하게 깜빡이면서, 버튼 조명만 살짝 흔들렸어.
그날 내가 한 행동은 솔직히 별로 대단한 게 아니야. 관리실에 전화하려고 휴대폰을 꺼냈는데, 신호가 아예 없었고 통화 버튼을 누르자마자 ‘통화 불가’ 문구가 떠. 그리고 이상하게도, 내 폰 화면엔 엘리베이터 카메라 앱 같은 건 없었거든. 그런데 통화 소리는 엘리베이터 안에서만 들리는 게 아니라, 복도 바닥 타일을 타고 올라오는 것처럼 느껴졌어. “들리죠?”라는 말이 한 번 더 나오고, 그 다음은 짧게 웃는 소리처럼 끊겼어.
나는 결국 엘리베이터 버튼판 앞에서 한참을 서 있다가, 문이 다시 닫히는 타이밍을 기다렸어. 문이 닫히자마자 통화 소리도 같이 멎더라. 그래서 관리실에 연락도 했고, 다음 날 엘리베이터 점검 요청도 넣었어. 하지만 돌아온 답은 “가끔 안내방송 스피커에서 잡음이 섞일 수 있다”는 수준이었지. 녹음된 건 없고, 통신 장애 기록도 없다고 했고. 솔직히 그 말이 더 무서웠어. 잡음이면 설명이 되는데, 대화처럼 들리는 건 어떻게 기록도 안 되지?
몇 주 뒤, 또 같은 시간대에 같은 엘리베이터를 탔어. 이번엔 혼자였는데, 출발하기 전 문턱에서 잠깐 멈추는 습관이 생겼거든. 문턱을 넘는 순간, 아주 작게 “아직도…”라는 말이 들렸어. 그 뒤로는 아무 말도 안 이어졌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엘리베이터 안에 누가 한 사람 더 있는 기분이 들었어. 문이 닫히고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할 때, 통화 소리는 없었는데도 내가 방금 들은 문장만은 분명하게 귓가에 남아 있었고, 그게 지금도 종종 생각나—엘리베이터가 멈추는 순간, 누군가의 목소리가 내 쪽으로 한 발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