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 문고리에 걸린 낡은 인형의 움직임
원룸 문고리에 걸린 낡은 인형의 움직임부터 시작됐어. 처음엔 그냥 “누가 장난치고 갔나?” 싶었거든. 월세 들어온 지 일주일도 안 됐는데, 현관문 안쪽 문고리에 천으로 만든 작은 인형이 달려 있었거든. 팔도 한쪽만 남아 있고, 얼굴은 누렇게 바래서 눈이 어디쯤인지도 애매한데, 문제는 그 인형이 밤마다 조금씩 방향을 바꿾다는 거였어.
처음 발견한 날은 늦은 오후였어. 문 열고 들어오는데 문고리에 걸린 인형이 딱 정면을 보게 매달려 있더라. 나는 짐 놓고 손 씻고 나오면서도 한 번 더 봤는데, 걸려 있는 위치가 미세하게 삐딱했어. 누가 살짝 건드린 것 같은 느낌. 그런데 이상했던 건, 바람도 거의 안 들어오는 구조인데도 인형의 고리가 아주 살짝 흔들리고 있다는 거야.
그래도 잠깐의 착시겠지 싶어서 다음날부터는 아예 확인을 해뒀어. 나는 인형이 움직일 때마다 눈금처럼 고정된 기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거든. 현관문에 작은 테이프를 붙이고, 인형이 닿는 지점이 어디인지 표시해뒀어. 그러고 나서 출근하고, 밤에 다시 확인했는데 표시가 미세하게 달라져 있었어. 분명히 같은 방향이어야 하는데, 인형의 얼굴이 내 방 쪽을 더 많이 보게 되어 있더라고.
그때부터 나는 귀신 얘기 같은 걸 좋아하진 않는데도 자꾸 머리가 그렇게 돌아가더라. 사람들은 보통 “문고리면 바람이 불어서 그렇다” 이렇게 말하잖아. 근데 내 원룸은 환풍도 약하고, 창문은 반대편이라 현관 쪽으로 바람이 들어올 이유가 없었어. 더 웃긴 건, 움직이는 시간대가 늘 비슷하다는 거였어. 내가 문 잠그고 불 끄는 시간이 대략 밤 11시쯤인데, 그 무렵에만 인형이 아주 천천히 살짝 돌아가.
나는 처음엔 무섭다고 티 내기 싫어서 계속 스스로 합리화했어. 혹시 누가 몰래 들어오는 건가? 아니면 전입 전 세입자가 남겨둔 소품이 남아 있다가 그냥 흔들리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이상하게 손이 먼저 가더라. 다음날 퇴근하면 인형의 매듭 상태를 확인하고, 고리의 묶인 실이 느슨해졌나 보고, 테이프의 자국도 비교하고. 근데 비교할수록 더 확실해져. 인형이 “떨어질 만큼”은 아니지만 “돌아갈 만큼”은 분명히 움직여.
어느 날은 정말 우연처럼 보이는 사건이 터졌어. 퇴근하고 문을 열었는데, 인형이 처음처럼 정면이 아니라 거꾸로 매달려 있었거든. 천이 뒤집힌 것도 아니고, 고리만 반대로 돌아간 느낌이었어. 나는 순간적으로 문고리를 잡았는데, 그때 인형에서 아주 희미한 냄새가 났어. 오래된 천에서 나는 냄새인데, 거기에 섞여 있는 게 있었어. 비누 냄새처럼 깔끔한데, 동시에 젖은 것 같은 미세한 습기. 누군가 방금 손으로 만졌을 때 나는 것 같은 그런 느낌.
그날 밤엔 잠을 설치다가 두세 번 깼어. 불을 켜고 보면 아무 일도 없는데, 다시 눈 감으면 2~3분 사이로 문고리가 “툭” 하고 아주 작게 울리는 소리가 들렸거든. 소리가 큰 것도 아닌데, 문제는 그 다음이야. 인형이 완전히 돌아서 보이는 게 아니라, 딱 내 시선이 닿는 각도에서만 천천히 움직이더라. 내가 일어나서 보면 멈추고, 다시 누우면 재개되는 것처럼. 그래서 난 점점 더 쳐다보게 됐고, 결국은 눈을 감을 수가 없었어.
그런데 더 소름이 돋는 건, 움직임이 단순히 “돌아간다”에서 끝나지 않았다는 거야. 어느 날부터 인형이 문고리에 걸려 있는 위치가 아니라, 내 쪽 벽면을 향하도록 조금씩 밀려 있었어. 고리가 늘어져서 가능한 범위 내에서만 움직이는 것 같은데, 그 범위를 벗어나진 않아. 마치 누군가가 “여기까지는 허용” 같은 규칙을 아는 것 같았어. 그리고 그럴수록 인형의 얼굴이 더 선명해지는 착각이 들었어. 누렇게 바랜 천이었는데, 조명이 닿는 각도 때문에 눈이 살아 있는 것처럼 보였거든.
나는 결국 인형을 떼어내려고 했어. 새벽에 일어나서 장갑 끼고 문고리 쪽으로 손을 뻗었는데, 그 순간 인형이 먼저 반응하는 것 같았어. 손가락이 닿기 전인데도 고리가 아주 미세하게 당겨지면서 내 손을 피하듯이 각도가 바뀌더라. “잡히기 싫다”는 느낌이 진짜로 들었어. 그래서 나는 손을 멈추고, 그냥 인형을 바닥에 떨어뜨리면 끝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떨어뜨리는 순간 오히려 고리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버리는 상상이 들어서 못했어.
결국 나는 한동안 문고리를 바라보며 버텼고, 그래도 이사 가기로 마음먹었어. 이사 전날 밤, 인형이 예전처럼 흔들리진 않았어. 대신 문고리 가운데에 딱 고정돼서, 마치 내가 나갈 걸 알고 기다리는 것처럼 정면을 보고 있었거든. 불을 끄고 누웠는데도, 이상하게 인형이 무섭게 느껴지기보단 “내가 떠나는 방향을 확인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리고 새벽에 짐 옮기느라 문을 계속 열고 닫는데, 마지막으로 문을 닫는 순간 문고리의 인형이 딱 한 번, 아주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듯 살짝 움직였어. 그때 나는 웃기다고 생각했는데, 다음 날 집주인이 말하더라. 전 세입자 물건 정리할 때 인형은 없었다고. 나는 그 말을 듣고, 문고리 자국이 왜 유독 깨끗하게 남아 있었는지 떠올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