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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음식 상자 안에서 발견된 낡은 신문 조각

2026-06-09 04:29:13 조회 11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배달 음식 상자 안에서 낡은 신문 조각이 나왔다. 그날은 비 오는 저녁이라 배달 앱을 켜자마자 바로 결제했고, 20분쯤 뒤에 “문 앞에 놔뒀어요”라는 말과 함께 알림이 떴다. 포장 상자를 들고 거실로 들어오는 순간부터 뭔가 이상했다. 종이 냄새가 아닌, 오래 젖었다가 마른 듯한 눅눅한 냄새가 손끝에 먼저 닿았다.

상자를 열자 기름종이 위로 음식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는데, 그 사이사이에 종이 한 장이 끼어 있었다. 배달할 때 끼워주는 쿠폰이나 안내문은 아니었다. 접혀 있는 모서리가 삐져나와 있었고, 자세히 보니 신문지였다. 글씨는 거의 다 바랬는데도 굵은 제목만큼은 또렷하게 남아 있었다. 나는 순간 웃어넘기려 했지만, 종이가 생각보다 두꺼워서 오래된 물건일 게 확실했다.

신문 조각을 펼치자 한쪽에는 사진이 남아 있었고, 다른 쪽에는 짧은 기사처럼 보이는 문단들이 이어져 있었다. 날짜는 정확히 읽히지 않았지만, 신문 지면 특유의 활자 느낌이 너무 선명해서 더 찝찝했다. 기사 중간에 “배달 요청 후 연락이 끊긴…” 같은 문장이 어렴풋이 보였고, 아래쪽에는 ‘상자 안에서 발견’이라는 표현이 눈에 걸렸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내 앞에 놓인 상자에서 ‘발견’이라니, 너무 말이 안 되는데도.

나는 그 종이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음식부터 확인했다. 상자는 멀쩡했고, 음식도 문제없어 보였다. 다만 포장 테이프를 떼어내는 과정에서 손가락에 묘한 끈적임이 남았는데, 그 끈적임이 기름이랑은 달랐다. 휴지로 닦아내도 사라지지 않고, 냄새도 조금 달랐다. 오래된 종이에서 풍기는 특유의 시큼한 냄새가 손바닥에 남았다. 그때야 깨달았다. 이건 단순히 잘못 끼워진 종이가 아니라, 어딘가에서 누군가 일부러 끼워 넣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달 앱 고객센터로 바로 문의할까 하다가도, 혹시 내가 과민한 건가 싶어서 일단 사진을 찍었다. 신문 조각의 모서리까지 선명하게 담아 두고, 상자 안쪽 접착면도 같이 찍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상자 외부 포장에는 아무 표시가 없었다. 보통 재사용 포장이나 중고 포장 느낌이 나면, 습기 자국이나 테이프 흔적이라도 남기 마련인데 그건 딱 깔끔했다. 그래서 더 소름이 돋았다. 깔끔함이 오히려 ‘누가 다시 정리한 흔적’처럼 보였거든.

전화는 오후 9시쯤 걸었고, 가게 연결이 바로 됐다. 나는 무심한 척 “상자 안에서 신문 조각이 나왔는데 혹시 그거 의도된 건가요?”라고 물었다. 잠깐 정적이 흐른 뒤, 직원 목소리가 조금 굳어졌다. “그럴 일이…”라고 말하다가, 결국 “저희가 그런 거 끼워 넣을 리가 없는데요. 사진 보내주시면 확인해볼게요”라고 했다. 그런데 그 말이 끝나자마자 상대가 너무 빨리 전화를 끊으려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통화 중에 이미 ‘뭔가 들켰다’는 사람처럼.

사진을 보냈는데, 다음 날 오전에 연락이 왔다. 내용은 간단했다. “상자 포장 과정에서 종이가 섞일 수는 있어요. 죄송합니다.”라고만 했고, 기사 내용에 대해선 한마디도 없었다. 나는 그게 더 이상해서 재차 물었다. “그 종이가 어디서 나온 건지, 언제부터 쓰는 포장재인지 확인 가능하냐”고. 하지만 돌아온 답은 똑같이 짧았다. “포장재는 공급받는 거라서 내부에서 확인이 어렵습니다.” 내부에서 확인이 어렵다… 그 말이 어딘가 모르게 빈틈이 있었다. 확인이 어렵지, 숨기는 것처럼 들리기도 했고.

그러다 며칠 뒤에, 나는 신문 조각을 자세히 보다가 한 군데를 더 발견했다. 사진 옆에 작은 글씨로 지도처럼 보이는 도형이 있었고, 그 옆에 숫자들이 줄줄이 적혀 있었다. 정확한 주소는 아니었지만, 특정 동네 단위로 보였다. 그리고 그 숫자들 중 하나가 내 주소랑 우연히 맞아떨어졌다. 내가 사는 건물의 우편번호 일부와 겹쳤다. 물론 우연일 수도 있다고 스스로 달래봤다. 그런데 그 우연이라는 게 자꾸 반복되면, 그건 더 이상 운이라고 부르기 어렵더라.

그날 이후로 나는 배달을 받을 때마다 상자를 한 번 더 살핀다. 테이프가 너무 반듯하면 이상하고, 종이가 끼워져 있으면 더더욱 피한다. 이상하게도 최근엔 신문 조각 같은 종이가 다시 나오진 않았다. 대신 같은 가게에서 주문했는데도, 포장지를 덮는 방식이 이전과 달랐다. 마치 누군가가 “이제 이런 식으로 하지 마”라고 지시한 것처럼, 포장 구성 자체가 바뀐 느낌. 그 변화가 내 쪽을 향해 온 건지, 아니면 다른 누군가를 향해 온 건지 생각하면 잠이 잘 오지 않았다.

그리고 아직도 가끔, 상자를 열기 전에 손끝이 먼저 멈칫한다. 신문 조각에 적힌 문장이 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 종이가 ‘내가 열기 직전에’ 누군가의 손을 거쳤을 가능성을 생각하면 숨이 턱 막힌다. 혹시 그날, 내가 받은 음식은 맛있게 식은 게 아니라 누군가의 시간을 같이 담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 상자 안에서 발견된 낡은 신문 조각은, 내 집으로 오기 전에 이미 누군가의 하루를 끝내버린 표식처럼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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