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여행 중 자동차 고장으로 계획이 바뀐 사연
가족이랑 겨울휴가를 맞춰 제주도 비슷한 풍경으로 유명한 해안도로를 따라가기로 했는데, 출발하자마자 차가 말을 안 듣기 시작했어요. 새벽에 일어나 짐 정리하고 아이들 도시락까지 싸서 “오늘은 편하게 놀 거야”라고 했던 그 말이, 잠깐 뒤엔 “오늘은 차가 먼저 고생이네”로 바뀌더라고요.
사연의 시작은 꽤 평범했어요. 오전 9시쯤 고속도로를 빠져나와서 목적지 근처 숙소로 향하는 길이었는데, 갑자기 계기판 경고등이 주르륵 켜지더니 시동이 덜컹거리면서 RPM이 이상하게 튀었어요. 처음엔 신호등 앞에서 멈추는 바람에 잠깐 그런 줄 알았는데, 다시 출발하자마자 또 똑같이 반복됐고, 가족들 표정이 한꺼번에 굳는 순간이 왔죠.
아빠가 보험앱을 켜서 긴급출동을 부르려 했는데 신호가 약한 구간이라 연결이 자꾸 끊겼어요. 그때부터는 작은 불편이 큰 불안으로 번지는 느낌이랄까요. 엄마는 “여기에서 기다리면 되겠지” 하면서도 손을 쥐고 계셨고, 아이들은 “왜 차가 아프대?”라고 물어봐서 제가 더 얼떨떨해졌어요. 저는 핸드폰을 들고 지도 보면서 “근처 정비소가 있나?”를 계속 확인했죠.
결국 가장 가까운 차량 정비소 연락처를 찾아서 전화 연결을 겨우 했는데, 기사님이 “지금 위치면 견인이 가능은 한데 대기 시간이 좀 있을 수 있어요”라고 하셨어요. 그 말 듣고 나서야 시간이 얼마나 길어질지 감이 오더라고요. 근처 공터에 차를 세우고 비상등을 켠 뒤, 가족들이 차 트렁크를 개방해서 담요 깔고 간단히 간식을 먹는 모양새가 됐는데, 솔직히 여행 느낌이 아니라 임시 캠핑처럼 바뀌었어요.
대기하는 동안 저는 멘붕을 숨기려고 계속 농담을 했는데, 아이들은 생각보다 빨리 지루해하더라고요. 그래서 가까운 해안가로 잠깐 걸어가자고 했어요. 그런데 해안도로는 바람이 생각보다 강해서 “이게 진짜 겨울이구나” 싶었고, 아이들은 장난치다가도 금방 손이 시려졌죠. 다행히 바람이 잦은 곳에서 잠깐 사진도 찍고, 다시 차로 돌아오자 마음이 조금 정리됐어요.
오후가 되어서야 견인차가 도착했는데, 그 사이에 아빠가 보험사 상담을 이어가며 비용 범위를 확인했어요. 알고 보니 고장 원인이 “배터리 경고가 먼저 떠서 발전 쪽에 이상이 생긴 것 같다”는 쪽으로 추정된다고 하더라고요. 기사님이 차를 확인하면서 “급한 건 아니지만, 운행은 위험할 수 있다”고 했고 그 말이 저한테는 “오늘 여행은 이대로 끝일지도”라는 예감으로 들렸어요.
그런데 여기서 가족이 의외로 단단했어요. 엄마가 “숙소는 취소하면 손해겠지? 일단 예약은 유지하고, 오늘은 일정 바꾸자”고 결정을 내렸거든요. 그래서 우리는 정비소 인근에 있는 카페를 잡아서 기다리기로 했고, 저는 아이들한테 “차가 건강해져야 다음 데이트가 가능하다”는 말로 분위기를 풀어줬어요. 한편으로는 비용 걱정도 있었지만, 그때는 “가족이 같이 있는 시간이 제일 중요하다”는 생각이 자꾸 커졌어요.
정비 끝나고 차가 시동이 안정적으로 걸리자, 다들 그 자리에서 안도하면서도 웃음이 나왔어요. 여행은 원래 계획대로라면 해안도로를 더 달리고 한적한 전망대에 들렀을 텐데, 우리는 시간이 늦어진 탓에 그 부분을 과감히 포기했어요. 대신 근처에서 저녁을 먹고, 숙소 체크인도 조용히 하고 나서야 그제야 “오늘도 무사히 왔다”는 안심이 마음에 내려앉았죠.
돌아오는 날, 아이들이 제일 먼저 한 말이 “차가 안 고장 났으면 더 좋은 곳 갔을 텐데 아쉽다”였고, 아빠는 “아쉽지만, 오늘 고장난 게 오히려 다행이야. 큰 사고로 번지기 전에 잡혔잖아”라고 하셨어요. 저는 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 남더라고요. 계획은 자꾸 어긋나도, 우리가 서로를 챙기는 방식은 더 빨리 익어가니까요. 그날 이후로 가족 여행은 ‘완벽한 일정’보다 ‘같이 버티는 시간’이 더 기억에 남는 걸 알게 됐어요. 그리고 가끔 시동이 덜컹거리거나 경고등이 뜰 때마다, 그때를 떠올리며 더 차분하게 대처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