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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내무실 안에서 간헐적으로 나오는 정체불명 신호음

2026-06-09 16:29:12 조회 8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군대 내무실 안에서 간헐적으로 나오는 정체불명 신호음이 처음으로 들린 건, 점호 끝나고 다들 소등한 뒤였습니다. 이어폰도 아니고 휴대폰도 아니었는데, 스피커에서 나는 것처럼 또렷하게 “삐—” 하고 짧게 울리더라고요. 그게 한 번이 아니라, 잠깐 정적이 흐른 다음 다시 “삐—” 하고 나오는 식이었어요. 다들 장난치나 싶어서 웃고 넘어갔는데, 이상하게 그 소리가 벽 안쪽에서 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가 생활관 후반 근무를 하던 시기라, 내무실 전등 스위치랑 멀티탭 위치는 대충 외워두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 신호음은 전등 소리처럼 전원이랑 같이 움직이지 않았어요. 소등 직후엔 뜨문뜨문 나오다가, 새벽이 가까워지면 오히려 더 길어지고, 어떤 날은 거의 잠든 줄 알았던 사람들까지 깨우더라고요. 눈을 뜨면 모두가 천장을 보고 있는데, 아무도 먼저 “들렸어?”라고 말을 안 했습니다. 서로 확인하는 순간 그게 진짜가 될까 봐, 그런 눈빛이었달까요.

훈련이 바빠서 제일 먼저 의심한 건, 옆 생활관에서 오는 방송이나 전파 간섭이었어요. 하지만 같은 시간에 다른 조는 조용했대요. 저희 내무실만 유독 그 소리를 들었고, 심지어 분대장이 교대 근무 들어와서 잠깐 나가 있다 돌아오면 그때부터 다시 시작되더라고요. 저희가 뭘 잘못해서 발생하는 소리라기보다는, 특정 “타이밍”에 맞춰 재생되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처음엔 다들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두 번째로 확 바뀐 건 신호음이 나오는 날 유독 침대 배치가 바뀌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에요. 전날 분명히 내무실 한쪽 구석에 짐가방을 둘러뒀는데, 다음 날 아침에 보니 누가 옮겨둔 것처럼 위치가 조금씩 달라져 있었어요. 누가 만졌냐고 물어봐도 아무도 손댄 사람이 없다고 하고요. 그때부터 신호음이 장난이 아니라는 쪽으로 분위기가 기울었습니다.

그 신호음의 톤은 일정하지 않았어요. 어떤 날은 짧게 한번, 어떤 날은 두 번, 어떤 날은 길게 늘어지는 “삐—”에 가까웠습니다. 그런데 특징이 하나 있었어요. 소리가 나올 때마다 내무실 공기가 미세하게 식는 느낌이랄까요. 실제로 온도계가 움직인 건 아니지만, 피부가 먼저 반응하는 것처럼 서늘해져요. 저는 그게 냉방이 틀어져서 그런다고 생각했는데, 냉방은 중앙에서 관리하는 거라 저희가 건드릴 수 없었습니다.

가장 무서웠던 건, 누가 일부러 확인하려고 한 번씩 소리를 따라가는 순간이었어요. 한 병사가 밤에 몰래 라디오를 틀어놓고 주파수를 맞추려 했는데, 라디오는 잡음이 쭉 늘어지고 나서 갑자기 정적으로 “딱” 멈추더래요. 대신 그 타이밍에 맞춰 신호음이 또 나왔고, 그 병사는 웃으면서도 손이 떨렸다고 했습니다. 그날 이후로는 다들 침대에서 몸을 반쯤 일으킨 채로 다음 소리를 기다리더라고요. 기다린다기보단, 피하려고 했는데 자꾸 눈이 그 방향을 향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어느 날은 저희 내무실에 새로 들어온 하사님이 먼저 묻더라고요. “여기 원래 이런 소리 자주 나냐”라고요. 저희는 다 같이 고개를 끄덕였고, 하사님은 잠깐 말이 없다가 “군대는 전자장비가 많아서 원인이 있을 텐데, 원인이 없는데도 반복되면 더 위험해”라고만 남기고 넘어갔습니다. 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어요. 원인이 있으면 사람들은 해결하려고 행동하지만, 원인이 없으면 그냥 ‘당하는 것’밖에 할 수 없잖아요.

그 후로 신호음은 거의 매주 같은 요일 같은 시간대에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정확히 “몇 시”라고 말하긴 어려운데, 생활관 내부 시계가 가리키는 숫자가 비슷하게 모일 때마다 나오는 느낌이었습니다. 저희는 그걸 달력처럼 계산하려 했고, 그때부터 미묘한 규칙이 생겼어요. 누군가가 소리가 나기 전에 화장실에 다녀오면 다음 신호가 짧아졌고, 반대로 누군가가 그날 유독 늦게 잠들면 소리가 더 길게 이어졌습니다. 마치 누가 “응답”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마지막으로 소름이 돋았던 사건은, 신호음이 새벽이 아니라 점호 시작 전 햇빛이 아직 남아있던 시간에 울렸을 때였습니다. 다들 졸린 눈으로 일어나 가방을 들었는데, 그 순간 신호음이 내무실 천장 쪽에서 한 번만 “삐—” 하고 끝났어요. 문제는 그 뒤로 아무도 말을 못 했다는 거예요. 누군가는 “이제 끝났나 보다”라고 했지만, 웃음이 나오지 않았고, 누군가는 천장을 보다가 눈을 먼저 돌렸습니다.

그날 점호가 끝나고 철수하듯 흩어졌는데, 내무실 바닥에 어제 없던 작은 종이조각이 하나 붙어 있더라고요. 누군가 메모를 붙여둔 것 같진 않았고, 그렇다고 바람에 날린 것도 아니었어요. 저희는 종이를 떼려고 했지만, 손끝에 닿는 순간 이상하게 힘이 빠져서 포기했죠. 그리고 그 종이 옆에서, 아주 조용히 아주 짧게 신호음이 다시 한 번 울렸습니다. 그 “삐—”는 이번엔 어디선가 들린 소리가 아니라, 어디에선가 남아 있는 숨처럼 느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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