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주차장 CCTV에 찍힌 두 명의 똑같은 사람
지하주차장 CCTV에 찍힌 두 명의 똑같은 사람은 처음엔 그냥 “착각이겠지” 싶었어요. 근데 그날 밤, 관리실 모니터를 보던 제가 멍하니 화면을 멈춘 건 이유가 있었습니다. 두 사람이 지나간 시간대가 아니라, 두 사람의 움직임이 너무 똑같았거든요. 게다가 한 명은 이미 사라졌는데, 다른 한 명이 그 자리로 정확히 들어오는 장면이 겹치듯 이어졌습니다.
사건은 새벽 1시 17분쯤 시작됐어요. 저희 빌딩은 주차 라인이 복잡하진 않지만, 중간에 기둥이 있어서 화면에 잠깐씩 가려지는 구간이 있어요. CCTV는 3층 지하 B라인을 주로 돌리는데, 그 시간에 검은색 후드티에 회색 바지 차림의 사람이 들어오더라고요. 보행 속도도 일정했고, 기둥 앞에서 잠깐 멈추는 각도까지 똑같았어요.
처음엔 별 생각 없었어요. 새벽엔 담배 피우러 나오는 입주민도 있고, 배달 기사도 종종 들르니까요. 그런데 화면 오른쪽 끝을 지나갈 때, 그 사람이 휴대폰을 들어 확인하는 손동작이 있었습니다. 손목 각도랑 고개를 드는 높이가… 제가 본 다음 컷에서도 똑같이 반복됐어요. 날짜가 바뀌는 시간도 아니고, 같은 구간의 같은 카메라였는데 말이죠.
그 다음 장면에서 진짜 소름이 왔어요. 같은 옷차림의 사람이 다시 나타난 게 아니라, 그 사람이 방금 지나온 방향으로 되돌아오는 것처럼 착시가 생겼어요. 기둥에 가려졌다가 나타난 순간, 얼굴은 화질 때문에 확실히 보이진 않았는데 체형과 걸음걸이, 그리고 걸음을 시작할 때 발이 찍히는 리듬이 똑같았어요. 제가 “아, 같은 사람이겠네”라고 넘기려는 순간, 화면 속 두 사람의 동선이 이상하게 겹치기 시작했거든요.
관리실에선 CCTV가 한 대당 4분 정도씩 재생 순환이 되는데, 그날은 이상하게 끊기는 구간이 있었습니다. 화면이 잠깐 검게 되더니 다시 돌아왔을 때, 방금 전까지 보이던 사람이 아니라 “똑같은 사람”이 같은 기둥 앞에서 똑같은 자세로 서 있었어요. 검게 된 사이에 누가 다른 사람일 수도 있지만, 자세가 너무 정확했어요. 서 있는 어깨 높이, 한쪽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는 각도까지 그대로였어요.
저는 순간적으로 차분하게 확인하려고, 다른 카메라도 같이 돌려봤습니다. B라인에서 엘리베이터 앞 복도로 넘어가는 카메라가 있는데, 그 쪽 화면에는 이상한 공통점이 있었어요. 검은 후드티 사람은 엘리베이터 방향으로 가지 않았고, 늘 주차장 중앙 통로 쪽으로만 움직였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두 사람 모두 주차장 바닥의 특정 표시선 앞에서 잠깐 멈췄다가 다시 걸었습니다. 이게 우연이면 설명이 되는데, 타이밍이 너무 닮아 있더라고요.
문제는 “두 명”이 동시에 찍혔는지 여부였어요. 제 눈으로 보기엔 동시에 찍힌 건 아니었는데, 화면 순환이 섞이면서 그런 것처럼 보였을 가능성도 있었죠. 그래서 제가 다시 재생 시간을 딱 맞춰 보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 사람이 기둥에 가려지는 구간에서 화면 프레임이 딱 한 번 더 끊겼고, 그 틈이 생기면서 위치가 바뀐 것 같았습니다. 그 순간 ‘한 명이 사라진 자리’에 ‘다른 한 명’이 들어오는 느낌이 들었어요.
관리실 로그를 찾아보니, 그날 새벽에 전기설비 점검 안내가 한 번 떠 있었습니다. 다만 점검은 낮 시간이라 “왜 새벽에” 싶었죠. 누군가 일부러 건드렸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솔직히 저도 그걸 단정할 순 없어요. 다만 CCTV가 한 번 끊긴 흔적과, 동선이 너무 닮은 점이 겹치면서 제 머릿속엔 계속 같은 그림이 반복됐습니다. 똑같은 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움직이는데, 마치 누군가 “기록을 다시 재생”하는 것처럼요.
그 이후로도 몇 번 더 확인했어요. 다음 날 새벽엔 똑같은 후드티 사람이 또 보였는데, 이번엔 중앙 통로에서 멈추는 시간이 더 길었어요. 그리고 아주 사소한 차이가 하나 있었죠.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는 타이밍이 반 박자 늦었어요. 그게 오히려 더 무서웠습니다. 완벽히 똑같은데, 아주 조금만 어긋나는 장면이 사람의 실수 같기도 하고, 사람 아닌 무언가의 “복사” 같기도 해서요.
그럼에도 저는 아직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어요. 누군가의 습관일 수도 있고, CCTV 화질과 프레임 끊김이 만들어낸 착시일 수도 있죠. 근데 그날 밤,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마지막에 남은 건 후드티의 뒷모습이 아니라, 기둥에 가려졌다가 다시 나타난 그 똑같은 자세였어요. 한 번 스쳐 지나간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가 계속 같은 자리를 “기억해두고” 있는 것처럼 보였거든요. 지금도 지하주차장 안내 방송이 나오면, 저는 무의식적으로 CCTV 위치부터 찾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