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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가 3층에서 멈추고 문이 열리지 않는 날

2026-06-10 12:29:18 조회 8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엘리베이터가 3층에서 멈추고 문이 열리지 않는 날, 처음엔 그냥 고장인 줄 알았다. 새벽 근무 마치고 3층에서 내려야 해서 버튼을 누르고 있는데, “딩” 소리와 함께 층표시가 3에 딱 고정됐고 그 다음부터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문은 열리지 않았고, 닫힘 소리도 계속 울리는 게 아니라, 이상하게 숨만 죽어 있는 느낌이었다.

그날 나는 혼자였고, 복도 조명은 반쯤 어두웠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CCTV용 작은 돔이 달려 있었는데도, 거울처럼 반사되는 내 얼굴만 하얗게 떠 보였다. 버튼 패널을 이것저것 눌러도 3층 숫자만 깜빡였고, ‘문 열림’ 버튼을 꾹 누르고 있으면 손끝에서 미세하게 진동이 올라왔다. 마치 안에서 누군가 손가락으로 같은 버튼을 따라 누르는 것처럼.

처음엔 “전원 꺼졌다가 다시 켜지겠지” 하고 침착하려 했는데, 엘리베이터가 아주 천천히 흔들리는 게 느껴졌다. 위아래가 아니라 옆으로, 정지한 상태에서만. 문틈으로는 복도 바람 같은 게 스쳐야 하는데, 그 대신 아주 얇은 냉기가 들어오면서 이상한 냄새가 났다. 비 냄새도 아니고 곰팡이도 아닌데, 오래된 종이와 금속이 섞인 느낌.

나는 3층 버튼을 한 번 더 눌러 봤다. 그리고 문을 향해 “열리세요”라고 말했는데, 내 목소리가 이상하게 엘리베이터 안에서 짧게 뚝 잘려 되돌아왔다. 그 다음부터는 층표시가 3에서 멈춘 채로, 숫자 아래에 아주 희미한 점 같은 게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전광판이 망가진 건가 싶었는데, 그 점이 사라질 때마다 문 쪽에서 “찰칵” 하고 잠깐 걸림이 느껴졌다.

그때부터 시간이 이상해졌다. 보통 고장 나면 경비실에 연락하든지, 비상벨이 울리든지, 최소한 경고음이라도 나오는데 아무 소리도 없었다. 비상벨을 눌러도 답이 오지 않았고, 통화 버튼을 누르자마자 통신이 끊긴 것처럼 아무 잡음도 들리지 않았다. 벨을 누른 손가락이 뜨거워졌다가, 한참 뒤에야 식었다. 내가 땀을 흘린 것도 아닌데 말이다.

문이 열리지 않으면 결국 방법은 하나라서, 나는 문틈을 살펴보려고 발끝으로 바닥의 경계선까지 가서 힘을 줬다. 그런데 문이 닫혀 있는 금속 틈이 아니라, 바닥 라인이 미세하게 흔들리면서 ‘바닥이 살짝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그 순간, 엘리베이터 안 방송 스피커에서 아주 낮은 소리가 울렸다. 단어로 들리진 않았는데, 누군가 숨을 들이마시고 다시 내쉬는 것 같은 패턴이었다. 내가 듣는 게 아니라, 내 숨을 따라 맞추는 느낌에 가까웠다.

내가 그 방송을 듣는 사이, 엘리베이터 내부의 조명이 한 번 깜빡였다. 그리고 천장 쪽이 아니라, 거울처럼 비치던 내 등 뒤에서 그림자가 살짝 움직였다. 누가 들어온 것도 아닌데, 내 몸이 없는 공간에 사람의 윤곽이 생겼다가 사라졌다. 나는 순간적으로 뒤를 돌아봤지만 아무도 없었고, 문 앞의 숫자도 여전히 3이었다. 다만 ‘3’ 아래의 그 희미한 점이, 이번엔 조금 더 길게 남아 있었다. 마치 확인하듯.

결국 나는 비상탈출 쪽 버튼을 찾아보려 했는데, 평소엔 없던 작은 덮개가 문 옆 패널에 붙어 있는 걸 봤다. 손바닥만 한 크기였고, 아무 글씨도 없었다. 덮개를 열려고 하자 딱딱한 느낌으로 멈췄다가, 다음 순간 내 손가락 끝에 반대로 누르는 힘이 돌아왔다. 누군가 안쪽에서 반응하는 것처럼. 나는 무서워서 그냥 손을 떼고 엘리베이터 정면을 바라봤는데, 그때서야 층표시가 ‘3’에서 ‘2’로 바뀌었다가 다시 ‘3’으로 튕겼다. 마치 내가 움직이길 기다렸다는 듯이.

그날 내가 어떻게 빠져나왔는지는 지금도 기억이 애매하다. 경비실 전화가 연결되긴 했는데, 통화된 사람 목소리가 너무 멀어서 알아듣기 어려웠고, “문은 열릴 거니까 가만히 있으라”는 말만 반복했다. 그리고 정확히 몇 분 후, 문이 ‘천천히’ 열렸다. 하지만 문이 열리는 방향은 정상적으로 바깥으로 열리는 방식이 아니라, 안에서 바깥으로 밀려나는 느낌이었다.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고, 엘리베이터 앞 바닥엔 물기가 아주 얇게 퍼져 있었다. 물이라고 하기엔 매끈했고, 손끝에 닿으면 차갑게 굳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뒤로 나는 그 건물 엘리베이터를 피했다. 하지만 더 이상한 건, 며칠 뒤부터 사람들이 “3층에서만 가끔 멈춘다”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는 거다. 관리실에서도 별다른 조치를 안 했고, 경비가 교대로 서는 시간만 되면 사라졌다가 반복됐다. 오늘도 문이 안 열릴까 봐 생각하면 등줄기가 서늘한데, 가끔은 내가 그날 엘리베이터 안에서 누군가의 숨소리를 같이 들은 게 아니라, 내가 누군가에게 맞춰 준 것 아닐까 싶어져서 더 소름이 돋는다. 엘리베이터는 늘 움직이는데, 이상하게도 그날의 ‘3층’만은 내 시간에서 아직 내려오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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