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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 창문 밖으로 보이는 누군가의 그림자

2026-06-10 20:29:15 조회 7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새벽 세 시쯤부터였어요. 원룸 창문을 딱 치는 바람 소리가 들리더니, 갑자기 커튼 사이로 희미한 실루엣이 비치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밖에 가로등이 고장 났나 싶었는데, 그림자가 “가만히 서 있는” 형태가 아니라 마치 누가 창문을 보고 있는 것처럼 각도랑 크기가 계속 미세하게 변하더라고요.

저는 그날 늦게까지 야근하다가 그냥 잠깐 눈 붙이려던 참이었고, 창문 쪽을 보자마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어요. 창밖에는 주차장도 없고, 맞은편 건물도 꽤 떨어져 있었거든요. 그런데 유독 제 창문만 향해서 검은 형체가 생겼어요. 안개 낀 날처럼 뿌옇게 퍼져 보이는데도, 윤곽은 분명했어요. 고개를 좌우로 한 번씩 돌리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 움직임이 너무 느려서 오히려 더 소름이 돋았어요.

“누가 지나다니나?” 하고 휴대폰 손전등을 켜서 창문 가까이 비추는 순간, 그림자가 한 발 뒤로 물러나는 게 보였어요. 저는 깜짝 놀라서 문득 창문이 아니라 제 방 안을 확인했죠. 다행히 제 방에는 아무도 없었고, 거울에도 제 모습만 비쳤어요. 그런데도 창밖에선 그림자가 다시 제 창문 정면에 맞춰 서 있었습니다. 손전등 불빛이 바뀌면 그림자도 같이 바뀌는 게 아니라, 마치 그쪽이 제 불빛을 “확인한 뒤” 반응하는 느낌이었어요.

그날 저는 창문을 열지 않았어요. 대신 커튼을 조금 더 닫고, 방문 쪽 불을 켜서 방을 환하게 만든 뒤 침대에 앉아 시간을 봤어요. 3시 18분, 3시 19분… 근데 이상하게도 매 분마다 창문 바깥의 그림자는 같은 위치에 있지 않았어요. 화면이 넘어가듯 아주 약간씩 오른쪽으로 이동했다가, 다시 제 정면으로 돌아왔어요. 누군가 걸어 다니는 게 아니라, 누군가 “서 있는 자세”를 조절하는 것 같았어요. 어깨가 더 커졌다가 작아지는 식으로.

잠깐 정신이 나가서 관리사무실에 전화할까 말까 하다가, 그때부터 더 찝찝한 게 생겼어요. 창문 유리에는 제 얼굴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가 비쳤거든요. 분명 제가 손전등을 비치고 있었는데도, 유리 표면의 반사로는 창문 밖 실루엣이 더 또렷하게 보였어요. 그게 제가 보는 각도와는 달랐어요. 분명 밖에 서 있는 그림자인데, 제 방 안에서 볼 때는 마치 제 바로 뒤에 서 있는 사람처럼 겹치는 순간이 몇 번이나 있었어요.

저는 결국 창문을 열지 않은 채로 휴대폰을 들고 녹화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기록을 확인하려고 화면을 돌리는 순간, 녹화 화면에서는 그림자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더라고요. 유리 위에 비친 게 “한 컷”처럼 고정돼 있었어요. 반대로 제가 실눈으로 보던 실루엣은 계속 미세하게 떨리듯 형태를 바꾸고 있었고요. 나중에 생각해보면, 그건 카메라가 못 담는 종류의 움직임이었을 수도 있어요. 아니면… 제가 보는 게 이미 착시였을지도.

그날 새벽 내내 반복됐어요. 3시 40분쯤엔 그림자가 잠깐 사라졌다가, 4시 초에 다시 나타났어요. 그리고 이번엔 손 모양이 보였어요. 정확히 “손”이라고 단정하긴 어려운데, 팔이 아래로 늘어져 있다가 다시 창문 쪽으로 뻗는 듯한 형태였어요. 그때 저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혹시 그 그림자가 제 집을 보고 있는 게 아니라, 제 집의 무언가를 보고 있는 건 아닐까. 커튼이 아니라, 창문 유리의 반사 속에서 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해가 뜨고 나서야 저는 베란다 쪽을 확인했어요. 창문 틈이나 외부 출입구 같은 건 이상 없었고, 혹시라도 창밖에 사람이 있었으면 주차장 쪽에서 발자국 소리라도 났을 텐데 아무 소리도 없었죠. 대신 유리창 모서리에 아주 얇게 뭔가가 묻어 있었어요. 손자국처럼 보이기도 하고, 아니면 먼지가 번진 것처럼 보이기도 했는데, 이상하게도 닦아도 완전히 지워지진 않았어요. 마치 한 번 찍힌 자국이 아니라, 반사면 안쪽에 자리 잡은 흔적 같았어요.

그 뒤로 한동안은 창문을 잘 안 봤어요. 그런데 최근에 또 비슷한 일이 있었어요. 새벽에 커튼 사이로 희미한 어둠이 생기고, 창문 밖에서 누군가가 “정면을 맞추는” 자세를 취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거예요. 이번엔 움직임이 더 느렸고, 대신 오래 버텼어요. 저는 불을 켰지만, 그 그림자는 불이 켜져도 사라지지 않았어요. 빛이 아니라 시선이 먼저 도착하는 느낌. 그래서 전 아직도 창밖을 오래 보지 못해요.

가끔 생각해요. 그게 진짜 누군가의 그림자였는지, 아니면 제 방 안의 무언가가 유리 위에서 만들어낸 반응이었는지. 근데 이상하게도, 그날 이후로 저는 창문을 등지고 자는 습관이 생겼어요. 누가 내 뒤를 봐도 모르게, 내 시선이 먼저 밖으로 나가지 않게. 원룸 창문 밖으로 보이는 누군가의 그림자는 결국 “보고 있는 쪽”을 바꿔놓고, 그 이후로는 한 번 정한 자세가 자꾸 굳어져 버리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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