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기사들이 절대 올라가지 않는 옥상 문
처음엔 그냥 “옥상 올라가면 되게 복잡하네” 정도로 생각했어. 그런데 그날 이후로, 우리 동네에서 배달 기사들이 절대 그 문 앞에 올라가지 않는 옥상이 생겼다. 문은 건물 최상층 복도 끝에 하나 달려 있었고, 잠금장치도 특이하진 않았는데 이상하게도 사람이 들어가면 연락이 끊기듯 조용해지는 분위기가 있었어.
사건은 늦은 저녁에 시작됐어. 나는 편의점 도시락을 시키고, 배달 앱에서 위치가 자꾸 옥상으로 찍히는 걸 봤다. “고객님, 건물 옥상에서 기다리겠습니다” 같은 문자가 왔는데, 우리 집은 당연히 1층이었거든. 전화를 걸었더니 기사 목소리가 낮게 들렸어. “문… 그 문이요. 올라가도, 안 열려요. 근데요, 누가 안에서—”라고 하다가 끊겼다. 다시 걸면 통화음만 반복됐고, 배달 상태는 계속 ‘배달 중’이었어.
다음 날부터 주변에서 이상한 얘기가 쏟아지기 시작했어. 아파트 관리실에도 문의가 많았는지, 경비 아저씨가 “옥상 문 쪽은 건드리지 마요”라고 한마디만 툭 던졌지. 누구는 “문이 고장 나서 그래”라고 했고, 누구는 “옛날에 누가 거기서 떨어졌다더라” 같은 말도 했어. 근데 공통점이 하나 있었어. 배달 기사들이 올라가서 확인하려고 하다가, 결국엔 문 앞에서 바로 돌아간다는 거.
그 문은 철제인데, 겉보기엔 그냥 잠금장치 달린 출입문이야. 다만 손잡이가 이상하게 차갑고, 문짝 안쪽으로부터 아주 미세한 소리가 났다고들 했어. 마치 누가 안에서 손가락으로 문을 톡톡 두드리는 것처럼. 어떤 기사는 “내가 두드렸는데, 반대로 두드림이 더 먼저 와요”라고 하더라. 처음엔 다 헛소리로 들렸는데, 실제로 그 소리를 듣고 돌아간 사람들끼리 말투가 똑같았어. “딱 맞춰서… 손이 움직여요.”
나는 호기심이 나서, 아예 관리실에 물어보러 갔어. 경비 아저씨는 내 질문을 듣고 표정이 살짝 굳었는데, 대답은 짧게 했어. “그 문, 한 번 열리면 다음부터는 사람이 자꾸 늘어난다니까요.”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갔지만, 내가 “배달 기사들이 왜 다 피하냐”고 묻자 그는 한숨을 쉬며 “기사님들만 겁이 많은 게 아니라, 그쪽이… 손님을 부르는 쪽”이라고 했어. 말끝이 이상하게 흐려져서, 나는 더 캐묻지 못했지.
그날 이후로 나는 배달을 시킬 때, 옥상 경로가 뜨는 순간을 유독 조심하게 됐어. 기사들이 길을 잘못 든 건지, 아니면 앱이 이상한 건지 매번 신경 쓰였거든. 그런데 어느 날부터는, 옥상 문 근처에 서 있던 기사들이 갑자기 통신이 끊기며 배달이 ‘보류’로 바뀌는 패턴이 생겼어. 고객센터에 문의하면 “기사님이 현장 문제로 이동 중단”이라고만 뜨고, 더 이상 이유를 안 알려주더라. 화면에 뜨는 문구가 똑같이 반복됐어. 그 단어가 너무 밋밋해서 오히려 더 무서웠고.
이상하게도, 문 앞에 올라가서 확인하려던 사람들은 대체로 “나만 괜찮을 거야” 같은 마음으로 움직였대. 실제로 한 번 올라갔던 동네 주민이 나중에 술자리에서 넋이 나간 듯 말했어. “문이 안 열려서 그냥 내려오려는데, 갑자기 안쪽에서 발소리가 나오더라. 막 누가 복도를 걷는 소리처럼. 근데 발소리가 내 앞이 아니라… 내 등 뒤로 걸어오는 느낌이었어.” 그 사람은 끝내 문을 열지 못했다고 했고, 내려오는 동안 계속 주문 전화가 울렸는데, 수화기 너머 목소리는 자꾸 자기 이름을 부르면서도 정작 당사자는 아니었다고 했어.
그리고 가장 소름 돋는 건, 그 문을 ‘확인’하러 간 사람이 다음 날부터 진짜로 배달을 못 받게 되는 경우가 늘어났다는 거였어. 처음엔 통신 오류인가 싶었는데, 분명 주소는 똑바로 입력되어 있었고, 엘리베이터도 정상 작동했거든. 그런데 배달 기사들이 현관에서 기다리다가도, 어느 순간 아예 옥상 방향으로 핸드폰 화면을 돌려놓고는 표정이 굳는다고 하더라. 어떤 기사는 “지금은 못 가요”라고 말한 뒤 앱을 꺼버렸고, 어떤 기사는 도착 사진을 찍고 나서도 연락이 안 됐대. ‘사진은 찍혔는데, 사람은 안 찍힌 것처럼’ 보인다는 말이 제일 어울렸어.
나는 결국 어느 정도는 믿게 됐어. 문이 뭔가 실제로 고장 난 게 아니라, 사람의 동선을 되감아버리는 것 같았거든. 옥상으로 올라가려는 순간부터, 머릿속에 “여기 문이 맞나?” 같은 생각이 계속 맴돌고, 손이 자동으로 문고리를 찾는 느낌이 온다는 사람이 많았어. 그리고 모두가 공통적으로 말하더라. 문에서 한 발만 더 내딛으면, 그때부터는 ‘기다린다’가 아니라 ‘불린다’가 된다고. 누가 내 이름을 부르는 게 아니라, 내 쪽에서 누군가를 찾게 된다는 식이었지.
마지막으로, 아직도 가장 이상하게 기억나는 건 그 문에 붙어 있던 작은 메모였어. 누가 붙였는지 날짜는 없고, 글씨만 남아 있었는데 내용이 딱 한 줄이었어. “올라오지 마. 이미 너는 늦었어.” 그 메모는 며칠 뒤 누군가 떼어냈는지 사라졌는데, 이상하게도 그 이후로는 옥상 문 앞에서 배달 기사들이 돌아오는 소리가 더 또렷해졌어. 그리고 오늘도 가끔, 복도 끝에서 아주 약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는 날이 있어. 그날만큼은 내가 시킨 게 뭔지 떠올리기 전에, 먼저 전화 알림부터 울릴 것 같은 기분이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