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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야간 근무 중 갑자기 꺼지는 전등

2026-06-11 04:29:13 조회 8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편의점 야간 근무 중 갑자기 꺼지는 전등. 그날도 늘 하던 대로 심야 손님 없는 시간에 재고 확인하고, 계산대 옆 형광등이 반쯤 깜빡이는 걸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런데 문제가 그게 아니었다. 카운터 위 전등이 “뚝” 하고 완전히 꺼진 순간, 가게 안 공기가 한 번에 식는 느낌이 들면서 시야가 이상하게 눌렸다. 휴대폰 손전등을 켜기 전까지, 나는 몇 초 동안 내가 뭘 보고 있는지조차 헷갈렸다.

전등이 꺼졌는데도 비상벨이나 자동경보 같은 건 안 울렸다. 대신 천장 어딘가에서 아주 미세한 ‘딸깍’ 소리가 났다. 마치 스위치를 여러 번 눌렀다가 겨우 맞춰진 것처럼, 간격이 일정하지 않은 소리. 나는 급하게 손전등을 켰고, 그제야 진짜로 이상하다는 걸 알아챘다. 계산대 유리 너머에 있는 광고판만 희미하게 반사광을 받아서 떠 있었는데, 그 빛의 방향이 내 손전등 위치랑 맞지 않았다.

“설비 또 고장 났나?” 싶어서 매장 앞쪽을 살폈는데, 정문 쪽은 멀쩡했다. 셔터가 내려와 있고, 도로 쪽 가로등 빛도 평소처럼 들어왔다. 그런데 카운터 뒤쪽만 어둡게 먹혀서, 내가 있는 곳과 없는 곳이 서로 경계가 생긴 것 같았다. 그때 다시 전등이 켜졌다. 방금 전과 똑같이 켜지는 게 아니라, 깜빡이더니 갑자기 밝아졌다. 밝아질 때마다 소리도 같이 따라왔다. 천장에서 ‘딸깍’ 하는 소리, 그리고 아주 낮은 숨소리 같은 진동.

나는 혹시 누전이나 접점 문제면 몰라도, 소리까지 따라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전등 스위치를 눌러봤다. 분명히 스위치는 하나뿐인데, 눌릴 때마다 손끝 감각이 달랐다. 처음엔 딱딱하게 눌리다가, 두 번째부터는 손이 닿는 저항이 ‘살짝’ 가벼워졌다. 마치 스위치가 고정돼 있는 게 아니라, 어딘가에서 장난처럼 흔들리는 것처럼. 그 상태에서 다시 “꺼짐”이 왔다. 전등이 꺼지는 속도가 평소 정전 때처럼 갑자기 꺼지는 게 아니라, 방 안의 그림자가 먼저 조금씩 접혀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이번에는 더 오래 어두웠다. 손전등으로 바닥을 비춰도 바닥 타일 무늬가 정상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한 칸, 두 칸, 그 사이가 끊겨서 마치 누가 바닥을 따라 다른 방향으로 걸어간 자국을 지워놓은 것 같았다. 그리고 문득 계산대 아래쪽에서 종이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나는 고개를 숙였는데, 재고 정리용 박스는 그대로였고, 종이도 없었다. 그런데도 소리는 계속 났다. ‘사각… 사각…’ 내가 움직이면 같이 멈추다가, 내가 멈추면 다시 시작되는 패턴.

어느 순간, 카운터 위에 올려둔 영수증 프린터에서 전원이 들어왔다 꺼졌다를 반복했다. 프린터는 대기 상태만 떠야 정상인데, 전등이 꺼지는 타이밍과 완벽하게 맞물렸다. 전등이 꺼질 때마다 프린터가 잠깐 켜져서, 아무 내용도 출력하지 않는데도 용지 롤이 미세하게 돌아갔다. 종이가 비치는 것도 아니고, 잔뜩 감긴 채로만 ‘돌아가는’ 느낌. 나는 그걸 보다가 갑자기 등 뒤가 서늘해져서, 뒤를 돌아보지 않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결국 뒤를 돌아봤다.

문 옆 CCTV 모니터가 켜져 있었는데, 화면은 정면 주차장만 비추고 있었다. 문제는 그 화면 속 편의점 안쪽이, 실제 가게 안과 다르게 보였다는 점이야. CCTV 화면에는 카운터 쪽 전등이 켜져 있었고, 내가 서 있는 자리엔 사람이 한 명 더 있는 것처럼 어두운 실루엣이 비쳤다. 나는 화면을 보는 순간 숨이 턱 막혔다. 그 실루엣은 고개를 천천히 돌리는 게 아니라, 몸의 중심을 아주 조금씩 옮기면서 마치 “내가 너를 보고 있다”는 듯한 자세를 만들고 있었다. 그 상태에서 스피커 잡음 같은 소리가 섞여 들렸다.

스피커에서 정말 이상한 말이 나왔다. 목소리로 들리진 않았지만, 단어 같기도 한 진동이 짧게 반복됐어. “…꺼…져…” 비슷한 소리. 나는 즉시 매장 내 비상 스위치(소방 쪽이 아니라 점포 보안용)를 눌러봤다. 하지만 어떤 알람도 뜨지 않았다. 대신 전등이 다시 켜지면서, 아까와는 달리 너무 조용해졌다. 조용해졌다는 게 오히려 더 무서웠다. 마치 방금까지 존재하던 게 사라진 게 아니라, 소리를 “숨기고” 있는 것처럼.

그 뒤로 나는 전등을 켜고 끄는 걸 반복하지 않았다. 그냥 손전등으로 업무를 마쳤다. 새벽 두 시쯤, 계산대 위에 놓인 물건 중 하나가 미세하게 움직여 있었다. 편의점엔 자잘한 진동이 있으면 물건이 떨어지기도 하는데, 그날은 떨어지지 않고 ‘정렬’되어 있었다. 마치 누가 가져다 놓은 걸 내가 다시 주워서 원래대로 만든 것 같은 모양. 마지막으로 전등을 확인했을 때, 천장 쪽 배선은 손댄 흔적이 없었는데도, 전등 스위치 아래에 아주 작은 먼지 고리가 생겨 있었다. 그 먼지 모양이, 손가락 마디처럼 보였다고 해야 하나… 지금도 그게 제일 걸려.

출근하면서 점포 사장님께 말하니, 전등은 다음 날 업체가 교체해줬다. “노후돼서 그럴 거야” 같은 말도 들었고, 실제로 스위치 접점은 닳아 있었던 건 사실이야. 근데도 이상한 건, 전등을 갈고 나서부터는 한 번도 그런 꺼짐이 없었다는 거야. 대신 CCTV 모니터 화면에서 가끔, 내가 없는 시간에도 카운터 쪽이 잠깐 반짝였다. 그때마다 프린터가 미세하게 돌아가고, 나는 화면을 보지 못한 척하면서도 손전등을 먼저 켜게 됐다. 편의점은 늘 같은 자리인데, 누군가는 매번 같은 타이밍에 “불을 끄는 법”을 알고 있는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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