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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안에서 들리는 라디오에서만 나오는 이상한 방송

2026-06-11 08:29:15 조회 7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택시 문을 닫는 순간부터 이상했어. 기사 아저씨는 평소처럼 목적지를 물었는데, 나는 뒷좌석에 앉자마자 뭔가 미세한 잡음이 귀 뒤를 간질이는 느낌을 받았거든. 그때부터 라디오가 켜져 있었어. 분명 껐다고 들었는데, 화면도 없이 작은 다이얼에서 소리가 났어. 문제는 방송이 일반적인 지역 뉴스나 음악이 아니라는 거였어. 내가 들은 건 “지금부터는 택시 안에서만 수신됩니다”라는, 누가 봐도 테스트 방송 같은 말이었거든.

처음엔 그냥 기사 아저씨가 라디오 방송을 틀어둔 줄 알았어. 그런데 그 문장이 반복되더라. “오른쪽 창문을 보세요. 창문 바깥은 실제와 반대입니다.” 나는 웃고 넘기려 했는데, 옆자리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창문에 비친 건 도로가 아니라, 택시 내부가 비치는 거야. 물론 각도 때문에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 근데 그 다음 멘트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확 꺼졌어. “내부를 보고 있다면, 지금 당신은 아직 바깥에 있습니다.”

아저씨는 아무렇지 않게 운전을 했고, 차 안 공조 소리만 일정하게 나고 있었어. 난 조용히 핸드폰을 켜서 시간 확인하려고 했는데, 화면이 이상하게 흔들렸어. 잠깐 깜빡이더니, 잠금화면 글자가 라디오 음성과 거의 같은 속도로 번쩍였어. 신호가 약해서 그런가 싶다가도, 라디오에서 “지금부터는 답을 하지 마세요”라고 말하자 등줄기가 서늘해지더라. 그 방송이 사람 목소리 톤으로 너무 자연스러워서, 장난처럼 들리지가 않았어.

다음 주파수로 넘어가는 찰나가 있었어. “이동 중인 차의 상태에 따라 수신이 달라집니다.” 이런 식으로 설명하더니, 갑자기 내 이름을 부르듯이 들리는 음이 나왔어. 물론 내 이름이 정확히 똑같이 들린 건 아니었고, 비슷한 발음이었는데도 심장이 내려앉는 느낌이었어. 나는 본능적으로 기사 아저씨에게 물었지. “아저씨, 라디오 켜져 있어요?” 그랬더니 아저씨가 잠깐 미간을 찌푸리고는 “응, 켜진 줄 몰랐네. 꺼둘까?”라고 했어.

그 순간, 아저씨의 손이 다이얼 쪽으로 가기도 전에 라디오가 먼저 말했어. “끄지 마세요. 끄면 다음 신호가 들어옵니다.”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는데, 이상하게도 그 말 뒤에 짧은 정적이 붙었어. 정적이 길어질수록 차 안이 더 조용해지는 느낌이 들었거든. 나는 무의식적으로 등받이를 더 깊게 기대고, 창문을 보지 않으려고 정면을 바라봤어. 그런데 정면 유리 쪽이 이상하게 어두웠고, 운전석 뒤편으로 한 줄기 빛이 새어 나오는 것처럼 보였어.

라디오가 이어서 정보를 주듯 말하더라. “당신은 승객으로 탑승했지만, 방송은 승객을 기다리지 않습니다.” “기사에게 말하면, 기록이 생깁니다.” “기록은 다음 탑승자에게 넘어갑니다.” 이런 문장이었어. 듣기만 해도 머리가 복잡해졌는데, 이상하게도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라디오를 듣는 게 아니라 라디오가 나를 ‘확인’하는 느낌이 들었어. 특히 “지금 손을 들면 안 됩니다”라는 말이 나오자, 내 오른손이 가만히 있는데도 손가락 끝이 저릿해지는 게 느껴졌어.

정말 황당한 건, 방송이 내가 내릴 때를 계산하듯 정확하게 타이밍을 잡았다는 거야. 목적지에 거의 다 왔을 때, 라디오에서 “문을 열기 전, 휴대폰 카메라를 켜보세요. 화면에서 당신이 사라진 시간을 기억하세요”라고 했어. 나는 미친 짓 같아서 안 하려 했는데, 기사 아저씨가 먼저 “도착했네요”라고 말했거든. 그 말과 동시에 라디오가 낮게 속삭이듯 바뀌었어. “지금은 문이 아니라, 당신이 열립니다.”

택시 문을 열자 바깥 공기가 확 들어왔는데, 그 공기 냄새가 이상했어. 비슷하게 말하면 먼지랑 젖은 종이 냄새 같은데, 여름인데도 차가운 느낌이 났어. 나는 얼른 내리려고 했고, 기사 아저씨도 요금 말하던 중이었어. 그런데 라디오가 마지막으로 한 문장을 더 했거든. “내리면 기록은 남지 않습니다. 남는 건… 듣는 쪽입니다.” 그 다음부터 라디오는 완전히 꺼져버렸어. 다이얼을 살짝 돌려도 아무 소리도 안 났고, 차 안에는 아무 말도 없는 평범한 침묵만 남았지.

밖에 나와서 뒤돌아봤을 때, 택시는 그대로였는데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이 조금 늦게 따라오는 것 같았어. 나는 그걸 착각이라고 생각하려 했지만, 발을 한 번 옮길 때마다 비친 내 그림자가 반 걸음씩 늦게 움직이더라. 그때 휴대폰을 꺼내 확인했는데, 카메라 앱이 실행돼 있었고 화면에는 내가 서 있는 거리만 비치고 있었어. 근데 화면 한가운데가 잠깐 어두워지더니, 아주 짧게 내가 ‘없는’ 장면이 찍혔어. 물론 바로 돌아왔지만, 저장된 썸네일이 이상하게도 그 구간만 검게 처리돼 있었거든. 지금도 그 썸네일을 보면 가끔 귀 뒤가 간지러워. 라디오가 꺼지지 않은 것처럼, 아주 낮게 “다음 탑승자를 기다립니다”라고 되뇌는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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