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주차장 내 차량 문에 긁힌 알 수 없는 표시
지하주차장 내 차량 문에 긁힌 알 수 없는 표시가 처음엔 그냥 기분 나쁜 장난인 줄 알았어. 그런데 그 긁힌 자국이 매주 같은 위치에, 같은 각도로 늘어나더라. 나는 그날도 늦게 퇴근하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내 차 문 손잡이 쪽을 봤는데, 손톱으로 긁은 것처럼 얇은 선들이 여러 겹 겹쳐져 있었어. 문제는 선들이 단순한 스크래치가 아니라, 어딘가에 “방향”을 맞춘 모양처럼 보였다는 거야.
표시는 문 손잡이 바로 위 옆면 패널에 생겼고, 대략 손가락 두 마디 폭 안쪽에 집중돼 있었어. 처음엔 알파벳처럼 보이는 것도 같고, 숫자 같기도 했는데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었어. 이상한 건 표시의 끝이 항상 같은 지점에서 끊긴다는 거였어. 마치 연필로 그리다가 누군가가 갑자기 멈춘 것처럼, 어느 한 획이 아주 일정한 길이에서 딱 끝나더라. 나는 설마 다른 차가 튀어나온 열쇠라도 긁었나 싶어서 관리실에 물어봤는데, 관리실 직원은 “요즘 주차장에 이상한 사람은 안 보인다”고만 했어.
그날 저녁은 기분이 찝찝해서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했어. 그런데 지하주차장 구역은 카메라가 있긴 했지만, 내 차가 있는 칸 근처는 각도가 조금 애매했거든. 영상엔 누가 지나가는지 대놓고 잡히지 않았고, 그저 사람 그림자 같은 게 잠깐 스치다가 끊기는 느낌만 보였어. 오히려 더 거슬린 건, 영상에 잡힌 차량 출입 동선과 내가 발견한 표시의 위치가 묘하게 맞물렸다는 점이었어. 누가 내 차 쪽으로 손을 뻗기만 하면 충분히 저 위치를 긁을 수 있는 각도였거든.
그래서 다음 날 아침엔 더 신경을 썼어. 출근 전에 표시를 찍어두고, 각도랑 위치를 메모해놨지. 그리고 그날 퇴근해서 다시 확인했는데, 똑같은 패널에 똑같은 형태가 “조금 더” 생겨 있었어. 정확히 말하면, 같은 모양을 반복해서 덧그린 게 아니라, 첫날 표시의 바깥쪽으로 한 획이 더 붙어 있었어. 마치 누군가가 “처음부터 다시 긋는” 게 아니라, 이미 그려둔 선을 따라 확장하고 있는 것 같았어. 나는 그게 점점 길어지는 걸 보면서, 이게 단순 스크래치가 아니라 ‘진행 중인 무언가’처럼 느껴졌다.
처음엔 그냥 신고나 확인을 해야 하나 싶었는데, 관리실에서는 CCTV 사각이 있다는 말만 반복했어. “그 구역은 화질이 낮아서 판별이 어렵다”는 식이었지. 그래도 난 차를 타고 나갈 때마다 유심히 주변을 봤어. 같은 시간대에 들어왔다 나가는 사람들, 복도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들, 경비 교대 때 잠깐 지나가는 사람들… 다들 평범해 보였는데, 그 표시가 생기는 시간대만 되면 이상하게도 내 차 쪽 복도가 사람 흐름이 끊기는 느낌이었어. 누가 서 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 공기가 잠깐 멈춘 것처럼 조용해지는 순간이 있더라.
며칠이 지나서 나는 차 문에 얇은 보호필름을 임시로 붙였어. 혹시라도 또 긁히면 표시가 남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놀랍게도, 필름을 붙인 날 밤에는 긁힌 흔적이 문이 아니라 필름 가장자리에 생겼어. 필름 위에 난 자국은 원래 차 도장 위의 자국과 비슷한 각도였고, 선이 끝나는 위치도 거의 같았어. 누군가가 장난으로 필름을 굳이 건드릴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때부터는 “그 사람”이 내 차를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라, 그 칸 자체를 ‘표시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결국 나는 관리실에 다시 말했어. 이번엔 그냥 “누가 긁었어요”가 아니라, “특정 모양이 반복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했지. 직원은 잠깐 고민하더니, “그럼 해당 구역 청소할 때 확인해볼게요”라고 했어. 그런데 청소하는 사람들은 매일 같은 시간에 지나가는데, 그날도 역시 아무도 내 차 주변을 자세히 보지 않았어. 청소차가 지나간 뒤에 확인해보니, 바닥에 작은 분진이 모여 있는 부분이 있었어. 그 분진이 내 차 문쪽으로 향하고 있더라. 마치 누군가가 바닥에 무언가를 끌고 지나가며 잔여물을 남긴 것처럼.
그리고 그 다음 주부터는 표시가 문 위에서 멈추지 않았어. 운전석 뒤쪽 도어로 이동하듯이 위치가 옮겨 갔고, 선의 방향도 조금씩 바뀌었어. 이상하게도 항상 “내가 운전할 때 닿지 않는” 각도만 골라서 긁혔어. 내 손이 닿을 만한 곳엔 거의 없고, 문을 닫을 때도 잘 안 보이는, 그럼에도 누가 각도를 맞추면 정확히 남길 수 있는 자리만 골라서 생기더라. 나는 그때부터 주차장에 들어갈 때마다 심장이 좀 빨라졌어. 차를 세우는 순간만 되면, 누가 이미 내 칸을 알고 기다리는 것처럼 느껴졌거든.
마지막으로, 표시가 한 번에 완성된 날이 있었어. 그동안 덧그려지던 선들이 어느 획에서 멈추고, 더 이상 늘어나지 않았어. 처음엔 안도했는데, 그 모양을 사진으로 확대해보니 이상한 공통점이 보였어. 선들이 단순한 글자가 아니라, 내 차 키 모양이나 문 손잡이의 곡선과 비슷하게 “맞물리도록” 설계된 것처럼 보이더라. 그래서일까, 그날 이후부터는 주차장에 들어가면 시야가 자꾸 내 차 쪽으로 끌렸고, 엘리베이터 문이 닫힐 때마다 등 뒤에서 누가 한 번 스치는 느낌이 들었어.
그 표시가 사라진 건 안전해져서가 아니라, 누군가가 이제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기 시작한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아직도 그 지하주차장만 지나가면, 문짝 위에 남아 있던 얇은 선이 눈앞에서 다시 그려지는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