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최신글
자유/잡담 괴담 추천 0

병원 병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불빛의 정체

2026-06-11 20:29:14 조회 8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병원 병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불빛의 정체. 처음엔 그냥 병원 불빛인 줄 알았어요. 밤에 병실 창문을 열어두면 바깥이 좀 선명해지잖아요. 그런데 열어둔 것도 아니고, 그냥 커튼을 살짝 젖혔는데도 창문 밖 어딘가에서 아주 작은 점 같은 불빛이 규칙적으로 깜빡이기 시작했어요. 그게 이상하게 계속 신경을 긁더라고요.

사건은 제 입원 당일 밤에 시작됐어요. 옆 병실과 복도는 평소처럼 환했는데, 창문 밖으로 보이는 건 그 복도 조명하고 전혀 다른 결이었어요. 창문 너머는 건물 벽이 가까이 붙어 있는 구조라서 멀리 볼 수가 없었거든요. 그런데 그 벽 틈, 그러니까 제 눈높이보다 조금 위쪽에 희미한 하얀 점이 생겼다 사라졌어요. 마치 누가 손전등을 아주 멀리서 찍는 느낌으로요.

처음엔 제가 피곤해서 그렇게 보이나 했어요. 누워 있으면 빛이 흔들려 보이는 경우도 있고, 유리창에 반사된 불빛이 겹치면 착각하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몇 번이고 눈을 비볐는데, 다음 깜빡임이 오자마자 “아, 이건 그냥 반사가 아니구나” 싶더라고요. 깜빡임 간격이 딱딱했어요. 10초쯤? 아니면 12초? 정확히 잴 순 없는데, 어쨌든 매번 거의 같은 리듬이었어요.

새벽 두 시쯤엔 환자들이 잠이 들었는지 복도 소리도 줄어들었는데, 그 불빛은 오히려 더 또렷해졌어요. 그 작은 점이 잠깐 커졌다가 다시 작아지며 사라졌거든요. 저는 창가 쪽으로 몸을 조금 돌렸는데, 그 순간 이상한 감각이 들었어요. “나를 보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창문을 보는 제 시선이 닿자마자 다음 깜빡임이 더 빨리 왔어요.

그래서 간호사 호출 버튼을 누를까 하다가 참았어요. 병실마다 사정이 있잖아요. 저도 원래는 무슨 검사 때문에 입원한 거라, 밤마다 이상한 걸 따지기엔 좀 민망했고요. 대신 조용히 손전등 앱을 켜서 창문 쪽으로 비춰보면 반사로 해결될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손전등을 켠 순간, 창문 밖 그 불빛이 반대로 “멈췄다”가 몇 초 뒤 다시 이어졌어요. 제가 빛을 쏘면 사라지고, 제가 멈추면 다시 돌아오는 느낌이었어요.

그때부터는 머리가 복잡해지더라고요. 창문 밖에 뭔가가 있으면, 적어도 건너편 구조물이나 전선 같은 게 보여야 하는데 저는 그런 걸 전혀 못 봤어요. 벽은 새하얗고 매끈했는데, 불빛만 점처럼 떠 있는 거예요. 마치 공기 중 어딘가에 불이 걸려 있는 것처럼. 혹시 외부 구조물의 LED 표시등이 저 위치에서만 보이는 걸까도 생각해봤는데, 그 리듬이 너무 사람 신호 같았어요.

아침이 되자 그 불빛은 사라졌어요. 대신 낮에는 창문 너머가 평소처럼 그냥 벽으로만 보이더라고요. 저는 안도하면서도, 동시에 “밤에만 있는 거면 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검사 결과 기다리느라 멍하니 있다가, 오후에 간호사에게 “창문 밖에서 밤마다 불빛이 깜빡이는데 혹시 뭔가 시설이 있냐”고 물어봤죠. 간호사는 잠깐 웃더니 “여긴 그런 거 없어요. 밤에 환자분들 창가 보시면 가끔 각도 때문에 착시가 생긴대요”라고 말했어요.

그 말이 끝나자마자, 이상하게도 저는 그 불빛이 “착시”가 아니라는 확신이 더 굳어졌어요. 착시면 제 눈이 피곤해서 생겨야 하는데, 저는 그날 밤 내내 불빛을 보려고 일부러 눈을 덜 감았거든요. 그리고 그 불빛은 매번 제가 창가에 있을 때만 시간을 맞췄어요. 어떤 날은 제가 커튼을 반쯤 걷히면 깜빡임이 시작됐고, 어떤 날은 제가 등을 돌리면 잠시 멈췄다가 다시 이어졌고요. 저는 그게 우연으로는 너무 정확하다고 느꼈어요.

마지막 밤, 그러니까 제가 퇴원 전날 밤에 일이 더 묘하게 꼬였어요. 창문 밖 불빛이 평소 리듬보다 조금 길게 머물렀다가, 그다음엔 단순한 깜빡임이 아니라 “짧게-길게-짧게”처럼 패턴을 바꾸더라고요. 저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고 싶어서, 무의식적으로 제 휴대폰 화면을 켜고 끄기를 반복했어요. 그러자 그 불빛도 제 움직임에 맞춰서 반응했는데, 이상하게도 반응하는 타이밍이 제가 버튼을 누르는 순간이 아니라, 제가 숨을 들이쉬는 순간처럼 따라오더라고요.

그래서 마지막으로 결론을 내렸어요. 저 불빛은 병원 밖의 누군가가 아니라, 병실 안의 누군가를 확인하려고 생긴 신호 같다고요. 퇴원할 때 창문을 꼭 닫고 나왔는데, 복도를 걸으며 뒤를 돌아보는 순간, 창문 틈 사이로 아직 사라지지 않은 점이 한 번 반짝하고 사라졌어요. 그게 제 눈에만 보였는지, 누군가도 봤는지는 모르겠어요. 다만 그때부터 병원이라는 건 어두워질수록 조용해지는 곳이 아니라, 어딘가가 더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곳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글 반응 남기기
추천과 비추천은 회원당 1회만 가능하며, 다시 누르면 취소됩니다.
추천 0 · 비추천 0
글 신고 안내
같은 회원은 같은 글이나 댓글을 1회만 신고할 수 있으며, 누적 신고가 5회 이상이면 자동으로 숨김 처리됩니다.
현재 글 신고 0회

댓글

댓글 작성은 로그인 후 가능합니다.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