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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의 알 수 없는 층수 버튼 누름 현상

2026-06-12 04:29:13 조회 8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엘리베이터의 알 수 없는 층수 버튼 누름 현상은 처음엔 그냥 기분 탓이라고 넘겼는데, 그날 이후로는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손끝이 먼저 긴장하게 됐어. 퇴근하고 집에 가려고 8층에서 탔는데, 내가 누른 건 11층 버튼뿐이었거든. 그런데 문이 닫히는 순간, 갑자기 손도 안 댄 버튼들이 한 번에 반짝이면서 눌린 것처럼 ‘딸깍’ 소리가 났다.

내가 탄 엘리베이터는 1번에서 11번까지밖에 없고, 그 사이엔 10층이랑 11층만 사람들 많이 타는 편이었어. 그런데 그날은 분명히 11층으로 가야 했는데, 이상하게도 계단 쪽으로 이어질 법한 층, 그러니까 공식 표시엔 없는 ‘-1’ 같은 느낌의 숫자 버튼이 점등되는 거야. 처음엔 고장 난 표시등이 튀는 건가 싶었지. 근데 기분 좋은 상상은 여기까지였어.

내가 버튼판을 봤을 때, 버튼 하나하나가 마치 누른 사람 손자국처럼 미세하게 안쪽으로 눌려 있었어. 전에도 엘리베이터 버튼은 자주 만졌지만 그런 식으로 ‘이미 눌려 있는 상태’로 들어오진 않았거든. 더 웃긴 건, 그 버튼이 점등되자마자 바로 층수가 바뀌는 속도가 달라졌다는 거야. 원래는 1층에서부터 천천히 올라오거나 내려오는데, 그날은 마치 방향을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움직였어.

나는 얼른 11층 버튼을 다시 눌러봤는데, 그 순간 엘리베이터가 살짝 끊겼다가 ‘삑’ 하고 경고음 비슷한 소리를 냈어. 이상하지? 보통은 다시 누르면 그냥 반응하잖아. 그런데 그때는 버튼이 먹히지 않았고, 대신 아까 그 알 수 없는 층 버튼만 계속 점등되어 있었어. 나는 식은땀이 났는데도 괜히 큰소리 내면 이상한 사람 될까 봐 가만히 서 있었고, 결국 엘리베이터는 8층을 출발해서 정상적으로 가는 대신 옆으로 살짝 기울어진 느낌이 들면서 내려가기 시작했어.

내가 사는 건 지상 몇 층짜리 아파트인데, 지하주차장도 있긴 해. 하지만 그건 안내판에 지하 1층이라고 명확히 표기돼 있고, 버튼판에도 지하 버튼이 따로 있어. 그런데 그날 점등된 건 그런 지하 버튼이 아니었어. 숫자 모양이 애매하게 비틀려 보였고, 조명이 닿는 각도에 따라 글자가 달라지는 것 같았어. 나는 ‘아 내가 피곤해서 눈에 착시가 온 걸까’라고 스스로를 설득했는데, 엘리베이터가 너무 매끈하게 내려가서 오히려 더 찝찝해졌어.

문이 열리기 직전, 엘리베이터 내부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이 유난히 창백해 보였어. 그때 갑자기 버튼판 아래쪽에서 아주 조용한 마찰 소리가 났는데, 누군가 손가락으로 버튼 가장자리를 문지르는 것 같더라. 그리고 다음 순간, 이미 점등됐던 알 수 없는 층 버튼이 한 번 더 “딸깍” 하고 눌리는 거야. 내가 움직인 것도 아니고, 문이 닫히는 중이었는데도 말이야. 그 소리 때문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문틈으로 바깥을 확인하는 순간 바로 아파트 복도랑 느낌이 달랐어.

복도는 있는데, 조명이 너무 차가워서 피부가 바짝 마르는 느낌이었고, 무엇보다도 냄새가 달랐어. 평소 복도에선 분리수거장 냄새나 청소약 냄새가 섞여 있는데, 그날 복도는 오래된 금속이 젖은 듯한 냄새가 났어. 게다가 바닥 타일 패턴이 우리 동이랑 맞지 않았어. 몇 걸음만 걸으면 관리실이 나와야 하는데, 그 방향으로 가면 벽이 바로 막혀 있는 것처럼 보였거든. 나는 문이 열리자마자 그냥 ‘닫아’라고 생각하고 바로 11층 버튼을 눌렀는데, 또 반응이 없었어.

그때부터 이상한 일들이 겹쳤어. 문이 열려 있는 동안, 복도 끝에서 바람이 새어 들어오는데 소리가 들리지 않았거든. 보통 문틈으로 바람 들어오면 바스락 정도라도 있어야 하잖아. 그런데 그날은 공기가 그냥 “밀려오는” 느낌만 있었어. 그리고 버튼판 위쪽에 붙어 있는 작은 안내문이 순간 흔들리더니, 누군가 연필로 긁은 것처럼 글씨가 스쳤어. 나는 눈을 깜빡였고, 다음 프레임에서는 아무 글자도 안 보였는데도 손바닥에 묘하게 전기가 스친 것 같은 느낌이 남았어.

결국 엘리베이터는 아무도 없는 것 같은 복도에서 다시 안으로 들어오듯이 문을 닫더니, 그대로 11층으로 올라오더라. 도착했을 땐 그냥 도착음만 울리고, 평소처럼 안내방송 같은 것도 없었어. 나는 문이 열리자마자 계단을 뛰어 올라갈까 했는데, 그러기엔 다리 힘이 빠져서 그 자리에서 서 있었어. 그리고 제일 소름이었던 건, 내 손이 버튼판에 닿았던 흔적이 없는데도 11층 버튼 아래에 작은 먼지 자국이 사라져 있었어. 마치 누군가 “내가 누른 게 아니라”라고 지우기라도 한 것처럼. 그날 이후로 엘리베이터는 탈 때마다 누르지 않은 버튼이 한 번씩 점등됐고, 그게 언제부턴가 ‘내가 다음에 가고 싶어할 층’이랑 겹치는 것처럼 느껴졌어.

지금도 가끔 엘리베이터에서 버튼판을 보면, 내 손이 움직이기 전에 이미 반짝이는 경우가 있어. 그래서 나는 일부러 손바닥으로 버튼을 누르지 않고, 손끝으로 아주 가볍게 건드리거나 아예 멈춰서 문이 닫히는지부터 확인해. 근데 문제는, 그 알 수 없는 층 버튼은 항상 가장 마지막에 늦게 점등된다는 거야. 그리고 마지막에 켜질 때마다 엘리베이터가 아주 미세하게, 마치 누군가 숨을 고르는 것처럼 고요해져. 그 고요함이 제일 무섭고, 그 버튼이 “다음에도 같이 탈래?”라고 묻는 것처럼 느껴져서 나는 아직도 엘리베이터 앞에서 잠깐 멈칫하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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