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중 길을 잃고 도착한 곳에서 본 의문의 건물
배달 중 길을 잃고 도착한 곳에서 본 의문의 건물
그날도 나는 평소처럼 앱 찍힌 주소로 오토바이를 몰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네비가 자꾸 재탐색을 하더라고. 신호가 끊긴 것도 아닌데 지도 선이 몇 번이고 꺾이면서 “경로를 찾을 수 없습니다” 같은 말만 반복됐어. 그래서 그냥 근처 큰 도로 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배달 주문 시간도 얼마 안 남아서 무턱대고 골목으로 들어갔지. 그 골목은 생각보다 너무 조용했어. 상점 간판도 없고, 가로등은 있는데 전등이 거의 꺼져 있는 느낌.
골목 끝에서 다시 길을 찾으려는데, 앞에 낮은 담장과 철문이 하나 보이더라. 분명히 지도에는 없는 구조였는데, 앱 지도 화면엔 이상하게도 “도착 예정” 표시만 떠 있었어. 나는 배달지 주소를 다시 확인했는데, 주소는 분명 내가 보고 있던 곳이랑 달라. 그런데 이상하게도 기사님 GPS는 여기로 끌어당기는 것처럼 움직였고, 배달 상자는 손잡이 쪽에서 아주 미세하게 진동하는 느낌이 있었어. 바람도 약한데.
철문은 잠겨 있지 않았고, 손잡이를 살짝 잡자마자 “끼익” 하고 열렸어. 들어가자마자 첫 인상은 ‘너무 새것인데 너무 낡았다’였어. 바닥은 말끔하게 쓸린 듯한데, 벽에는 오래된 물자국이 겹겹이 남아 있었고, 문틈에서 나는 냄새가 새 페인트 냄새랑 습기 냄새가 섞여 있었거든. 나는 그냥 배달이 우선이라 생각하고, 복도로 보이는 쪽으로 걸어 들어갔어. 그때 뒤에서 문이 스스로 닫히는 소리가 났고, 잠깐 몸이 굳었지.
복도 끝에 엘리베이터가 있었는데, 버튼이 이상하게도 층수 대신 숫자 없는 모양만 있었어. “1, 2, 3” 이런 게 아니라 동그라미, 네모 같은 기호만 반복돼 있었고, 손을 대면 반응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 나는 그냥 계단 쪽으로 가려 했는데, 계단 방향 표지가 없어서 순간 당황했지. 대신 복도 오른쪽 문이 하나 열려 있었고, 그 안에서 아주 얕은 소리로 라디오 같은 게 틀어져 있었어. 사람 목소리처럼 들리는데 단어는 잘 안 들렸고, 계속 같은 구절이 반복되는 느낌이었어.
문을 반쯤 열어보자 작은 로비 같은 공간이 나왔는데, 거기엔 대리석처럼 보이는 바닥과, 벽에 붙은 안내판이 있었어. 안내판엔 “수령 대기” 같은 문구가 있었고, 그 아래로 날짜와 시간이 줄줄이 적혀 있었는데… 이상한 건 내 앱 주문 시간과 거의 일치한다는 거야. 나는 주문번호를 확인했고, 안내판의 목록 중 하나가 내 주문번호 끝자리랑 맞물려 보였어. 물론 확신은 못 했는데, 글자 크기나 띄어쓰기까지 너무 비슷해서 손이 덜덜 떨리더라. 그 순간, 내 오토바이 헬멧이 뒤통수에 차갑게 붙는 느낌이 들었어. 땀이 식은 거였을지도 모르지만, 되게 이상했어.
로비 한쪽엔 유리로 된 진열대가 있고, 안에 배달 가방처럼 보이는 것들이 걸려 있었는데, 각각에 이름표가 달려 있었어. 문제는 그 이름표가 전부 ‘없는 주소’처럼 보이는 숫자 조합이었고, 날짜가 전부 과거로 향해 있었어. 나는 아무것도 만지지 않으려고 했지만, 진열대 가까이 가니까 배달 상자가 든 손목에서 바르르 떨림이 더 강해졌어. 그리고 로비 천장 스피커에서 아주 짧게 “착석” 같은 단어가 튀어나왔어. 나는 당연히 내가 잘못 들은 줄 알았는데, 그 다음엔 “도착”이라고 말한 것 같더라.
그때 밖에서 누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어. 그런데 내 배달 주문은 아직 수령자 확인 전이라서, 나는 ‘어? 누가 먼저 들어왔나’ 싶었고, 로비 쪽 출입문을 봤지. 출입문엔 투명한 유리가 붙어 있었고, 유리 너머로 복도는 보였는데 사람 그림자는 없었어. 대신 문 손잡이에 손가락 마디가 눌린 것처럼 얇은 자국이 남아 있었고, 그 자국이 마치 손이 문을 “연속해서” 잡았다가 뗀 흔적처럼 여러 겹으로 겹쳐 있었어. 나는 그제야 이곳이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누군가의 ‘동선’이 만들어진 공간 같다고 느꼈어.
그래서 나는 그냥 앱에서 배달 장소 재설정이라도 하려고 휴대폰을 켰는데, 신호가 잡히지 않았어. 와이파이도 안 잡히는데, 지도 화면엔 내가 방금까지 이동한 경로가 깔끔하게 자동으로 그려져 있었거든. 그런데 경로의 마지막 점이… 이 건물 입구가 아니라, 로비 중앙 지점이었어. 나는 로비 중앙 바닥의 무늬를 보다가 멈췄어. 무늬가 너무 정교해서, 누군가 발을 딛도록 설계된 것처럼 딱 동그란 크기였거든. 그 자리에 서면 무언가가 ‘자연스럽게’ 작동할 것 같은 느낌. 그래서 나는 모르는 척 배달 상자를 내려놓고 문 쪽으로 나가려고 했는데, 유리 진열대가 갑자기 아주 작은 소리로 “딸깍” 하고 잠기는 걸 들었어. 내 이름표는 분명 내 것이 아닌데도, 진열대 쪽에 내 주문번호처럼 보이는 라벨이 새로 붙어 있는 게 보이더라.
마지막으로 로비 천장 스피커에서 다시 그 라디오 같은 목소리가 들렸어. 문장 전체를 다 듣진 못했는데, 반복되는 말이 “지정된 시간에, 지정된 자리에서, 지정된 물건을…” 이런 식으로 끊겨 나왔어. 나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밖으로 뛰어 나가려 했고, 철문 쪽까지는 분명히 걸어 나왔는데… 문제는 네비가 다시 켜졌을 때였어. 내 위치는 그 철문 앞이 아니라, 내가 처음 네비가 길을 잃기 시작했던 골목 입구 근처로 돌아가 있었거든. 앱엔 배달 완료 처리도 안 됐는데, 수령자 쪽에는 “완료됨”이라고 떴어. 그리고 다음 주문을 받으려 하자, 화면에 같은 건물 주소가 주소 목록 맨 위로 올라와 있었어. 진짜로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 건, 그 로비 바닥의 동그란 무늬가 자꾸 눈앞에 겹쳐 보였다는 거야. 혹시 누군가는 그 자리에 ‘원래 있었던 것처럼’ 다시 들어가게 되는 걸까, 아니면 내가 방금 막 도착한 게 아니라 이미 한 번 도착해버린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