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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후미등 깜빡임으로 알 수 있는 경고 신호

2026-06-13 00:29:11 조회 7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새벽에 택시 탔는데, 하필 그날따라 후미등이 이상하게 깜빡이더라. 그냥 ‘고장 난가 보다’ 싶었는데, 깜빡임이 규칙적으로 이어지니까 어느 순간부터는 타이밍이 너무 또렷해서 등골이 서늘해졌다. 나는 창밖만 보다가도, 어느새 차 안에서 휴대폰 화면이 꺼진 걸 확인하듯 뒤를 확인하고 있었다.

처음엔 신호등 같은 건가 싶었다. 택시가 신호 대기하는 동안 후미등이 잠깐씩 꺼졌다 켜지더니, 출발할 때마다 한 번씩 더 크게 깜빡였다. 운전기사님은 평소처럼 말도 없고 시선도 전방에 고정돼 있었고, 나는 뒷좌석에 앉아 조용히 “전기 문제겠지” 하고 넘기려 했다. 근데 문제는 그 패턴이 계속 똑같았다는 거다.

도심을 벗어나 한적한 도로로 들어가자, 깜빡임이 더 선명해졌다. 예를 들면, 속도를 줄이면 한 번, 가속하면 두 번, 차선을 바꾸려고 방향지시를 넣을 타이밍에 딱 맞춰 길게 한 번. 마치 누가 안쪽에서 버튼을 눌러서 신호를 보내는 것처럼 느껴졌다. 물론 그걸 내가 ‘의미’ 있다고 단정할 순 없지. 그래도 그 순간엔 설명이 안 되는 찝찝함이 먼저 올라왔다.

“기사님, 후미등이 좀…” 하고 말하려다 말았다. 말 꺼내면 이상하게 보일 것 같고, 기사님이 잘못하면 위험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그냥 삼켰다. 대신 나는 택시 번호와 시간, 대략적인 위치를 머릿속으로 기록했다. 이런 거 기록하는 순간이 오면 이미 마음이 한 발 물러선 거잖아. 나는 그걸 인정하기 싫었지만, 계속 반복되는 깜빡임이 자꾸만 내 생각을 끌고 갔다.

그러다 앞에서 차 한 대가 천천히 옆 도로에서 합류하려고 끼어드는 장면이 나왔다. 그때 택시 후미등이 이상하게도 ‘한 박자 늦게’ 깜빡였다. 딱 그 틈에, 옆 도로에서 들어오던 차의 라이트가 이상하게 흔들렸고, 순간적으로 내 차가 브레이크를 살짝 밟는 느낌이 들었다. 운전기사님은 놀란 표정 없이 핸들을 아주 미세하게 바로잡았는데, 그게 마치 이미 예측하고 피한 것처럼 정확했다.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후미등 깜빡임이 ‘고장’이 아니라 ‘경고’일 수도 있겠구나. 누군가가 앞에서 위험을 감지했을 때, 직접 말로 알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뒤차나 앞차에 신호를 보내는 방식. 그런 걸 생각하면, 택시가 특정 구간을 자주 다니는 경로라면 더 그럴듯해 보이기도 했다. 근데 문제는, 그런 생각이 든 순간부터 내가 너무 멍해졌다는 거다. 머릿속이 커지면서 공포도 같이 커지는 느낌이었다.

한참 더 가다가 신호 없는 교차로 앞에서 택시가 잠깐 멈칫했다. 전방에 아무도 없는 것 같았는데, 운전기사님은 갑자기 속도를 낮추더니 갓길 쪽으로 바짝 붙였다. 그리고 또 후미등이 규칙적으로 깜빡이기 시작했다. 그 타이밍이, 방금 전보다 더 급박했다. 나는 “사고 난 거 아니야?” 하고 생각했지만, 밖을 보는 내 눈에는 별일 없어 보였다. 그런데 그 ‘별일 없어 보이는’ 느낌이 오히려 더 이상했다.

그 교차로를 지나자, 뒤에서 누군가가 우리 차를 바짝 따라붙는 게 느껴졌다. 백미러를 보진 않았는데도, 차 안 공기가 달라지는 게 느껴질 정도로 가까웠다. 그런데 그때 후미등이 한 번 길게 들어왔다가 바로 꺼졌다. 마치 “지금이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운전기사님은 곧장 차선을 바꿨고, 뒤에서 따라오던 차는 한 박자 늦게 반응하는 듯했다. 바로 그 뒤, 도로 옆 어두운 틈에서 누군가의 그림자가 잠깐 스쳤다. 나는 그걸 확실히 보진 못했지만, 적어도 ‘사람이 가만히 있던 자리’는 아니었다.

내가 내린 건 목적지보다 조금 앞이었다. 기사님이 “여기서 괜찮아요?”라고 했을 때, 나는 얼떨결에 “네, 여기서요” 하고 현관문처럼 열리는 감정의 속도로 대답했다. 돈은 이미 냈던 것 같고, 영수증은 받았는지 기억이 희미하다. 택시가 출발하자, 후미등은 평소처럼 켜졌다가 꺼졌는데, 이상하게도 그 깜빡임이 멈춘 순간부터 마음이 더 쿵 내려앉았다. 무언가를 맞추고 피한 뒤에 남는 감각, 그게 뭔지 알 것 같았다.

그날 이후로 나는 택시 후미등을 볼 때마다 습관처럼 패턴을 확인하게 됐다. 고장일 수도 있고, 단순히 전기적 문제일 수도 있다. 근데 규칙이 너무 또렷하면, 누군가는 뒤늦게라도 경고를 받았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지금도 가끔, 내 시야에 후미등이 깜빡이는 순간이 오면 등 뒤에서 손바닥으로 눌러주는 듯한 느낌이 스친다. “알아챘을 때 이미 늦지 않게 피할 수 있느냐” 그 한 가지가, 이상하게 오래 남아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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