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훈련장 근처에 갑자기 생긴 이상한 구멍
군대 훈련장 근처에 갑자기 생긴 이상한 구멍. 그날은 훈련 끝나고 철수하던 날이었는데, 정문에서 차로 십 분쯤 더 들어간 언덕 아래에서 갑자기 “쾅” 하는 소리가 났어요. 처음엔 돌이 굴러간 줄 알았는데, 병사 한 명이 뛰어가더니 발밑이 아니라 땅속이 움찔하는 걸 봤다고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분위기가 묘하게 굳었어요. 어둑한 흙 사이로 동그란 구멍이 하나 생겨 있었는데, 주변이 신기할 정도로 깔끔하게 파여 있고 가장자리는 마치 손으로 파낸 것처럼 단단했어요.
구멍은 생각보다 작았어요. 손바닥만큼 작아 보이는데, 자세히 보면 중심이 더 깊어서 자꾸 눈이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다들 “뭐지, 쥐구멍인가” 하고 넘어가려 했는데, 문제는 구멍 주변에서 냄새가 올라왔다는 거예요. 흙냄새도 아니고, 기름도 아니고, 젖은 철 비슷한 냄새랄까. 그리고 그 냄새가 바람을 타고 계속 퍼졌어요. 사람이 맡으면 속이 조금씩 울렁거리는 그런 류였는데, 누가 장난처럼 “비상 걸어”라고 했을 때도 아무도 웃지 못했어요.
훈련장 관리 쪽에서 나왔을 땐 더 이상했어요. 그쪽 사람들은 “원래 저쪽은 지반 약해서, 비 오면 생길 수 있다”는 말만 반복했거든요. 근데 그날 비는커녕 며칠째 맑았고, 구멍이 생긴 건 딱 소리 난 직후였어요. 그리고 구멍 안쪽을 보려면 고개를 숙여야 하는데, 고개를 숙이는 순간 이상하게 귀가 먹먹해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마치 엘리베이터 고장 난 것처럼 압력이 바뀌는 느낌. 그걸 느낀 애들끼리 “나만 그래?” 했는데 다들 같은 말을 하더라고요.
그날 저녁, 취침 전 점검조가 구멍을 막으려고 했어요. 나무판이랑 천 같은 걸로 임시 덮개를 만들었는데, 덮개를 올리는 손이 자꾸 미끄러졌대요. 흙이 축축해진 것도 아닌데 손끝이 끈적하게 늘어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제일 황당했던 건, 덮개를 둔 다음에도 구멍이 계속 “커지는 척”을 했다는 말이었어요. 눈으로만 보면 똑같은 크기인데, 시야에 들어오는 주변 경계가 점점 흐려져서 마치 틈이 넓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하더라고요.
다음 날 새벽, 상황이 더 꼬였어요. 경계조가 순찰하다가 구멍 근처를 지나갈 때마다 무전이 이상하게 끊겼다는 거예요. 정확히 말하면 통신이 먹통이 된 게 아니라, 무전기에서는 “삐—” 소리가 끊기듯 반복됐대요. 그런데 그 소리가 나올 때마다 누군가 뒤에서 발소리를 낸다는 걸 같이 들었다고 해요. 다만 뒤를 돌아봐도 아무도 없었고, 대신 구멍 주변 흙이 한 줌씩 새로 일렁거리는 걸 봤다는 병사가 있었어요.
그 병사는 나중에 말해줬는데, 처음엔 그냥 “바람이 불어서 그래”라고 생각했대요. 근데 구멍 위로 돌멩이를 던졌을 때 소리가 이상하게 들렸다고 해요. 보통이면 ‘퐁’ 하고 금방 닿는 소리가 나야 하는데, 그날은 소리가 늦게 도착했대요. 던지는 순간과 ‘닿는 소리’ 사이에 아주 짧은 공백이 생기는 거. 마치 소리가 뒤로 밀려서 도착한 것처럼. 그리고 그 뒤로 그 병사는 잠을 못 잤다고 했어요. 꿈에서 구멍이 보이는데, 꿈속에서는 자꾸 자기가 거꾸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군대식 결론을 내리려 했어요. “미군 훈련장 잔재냐” “이전 공사 때 묻힌 관로가 꺼진 거냐” 같은 얘기들이 돌았죠. 근데 공교롭게도 구멍이 생긴 방향이 훈련장 안쪽 사격구역과 맞닿아 있었고, 그날 따라 사격 통제도 평소와 달랐어요. 통제 방송이 나오면 방송 시간이 길어지거나, 반대로 너무 짧게 끝났다는 걸 여러 명이 기억하더라고요. 그리고 장비 점검표에 없는 이상 작동들이 연달아 잡혀서, 결국 중간 간부가 “관측만 하고 건드리지 말라”고 했어요. 건드리면 더 커질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고요.
저는 그날 마지막으로 구멍을 직접 봤어요. 괜히 용기 내서 간 게 아니라, 분대장이 “기록 남겨” 하길래 수첩 들고 갔던 거예요. 구멍 옆에 서서 위를 보려 했는데, 이상하게도 고개를 들수록 구멍이 제 시선보다 아래로 내려가는 느낌이 들었어요. 더 가까이 다가갈수록, 구멍 안쪽이 어둠인데도 깊이가 일정하지 않고, 안쪽 벽이 어딘가로 이어지는 길처럼 꿈틀거렸습니다. 저는 그때 아주 작은 소리를 들었어요. 바람이 스치면 나는 소리도 아니고, 누가 숨을 들이쉬는 소리처럼. 그 소리가 들릴 때마다 제 수첩의 글씨가 살짝 번져 보였어요. 분명 연필로 쓰고 있었는데도요.
결국 구멍은 며칠 뒤 누군가가 콘크리트로 메웠다고 해요. 작업반이 와서 외곽에 표시하고, 철판으로 덮고, 마지막에 덮개를 굳혔다고 들었습니다. 겉으로는 깔끔하게 사라졌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메운 다음부터 훈련장 근처에만 유난히 발자국 소리가 늦게 들리는 날이 종종 있었어요. 누가 뒤에서 따라오는 것 같다는 제보도 몇 번 올라왔고요. 저는 아직도 그 구멍이 “땅속에 생긴 구멍”이었는지, 아니면 땅이 잠깐 숨을 쉬며 드러낸 틈이었는지 잘 모르겠어요.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해요. 그날 이후로, 훈련장 근처에서 조용히 서 있을 때면 가끔, 귀 안쪽에서 삐— 하고 아주 짧게 울리는 느낌이 남아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