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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냉장고 안에서 발견된 오래된 가족 사진

2026-06-13 08:29:12 조회 18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회사 냉장고 안에서 오래된 가족 사진이 발견됐다는 이야기는 처음엔 그냥 “누가 장난친 거겠지”로 끝났는데, 그 다음부터 이상한 점이 하나둘 붙기 시작했어. 나는 야근 잦은 편이라 2층 휴게실 쪽 작은 냉장고를 자주 열었거든. 그런데 어느 날, 보통은 투명 용기나 도시락만 있어야 할 칸 한쪽에서 사진 한 장이 젖지도 않고 구겨져 있지도 않은 채 끼워져 있던 거야.

처음엔 회식 때 누가 넣고 깜빡한 줄 알았어. 사진은 낡긴 했는데 색이 완전히 바랬다거나 하진 않았고, 사람 얼굴이 또렷하게 남아 있었어. 한 남자, 한 여자, 그리고 어린애 둘이 같이 찍힌 가족사진. 사진 뒷면에는 손글씨로 “OOO가족”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그게 우리 회사 내부 문서에 쓰는 약어랑 묘하게 비슷해서 더 찜찜했지.

나는 그날 그냥 사진을 밖으로 빼서 휴게실 테이블 위에 올려뒀어. 혹시 담당자가 찾아갈까 싶어서. 그런데 다음 근무자에게 물어보니 “냉장고에 그런 거 없었는데?”라는 반응이 돌아왔고, 원래 그 냉장고 관리 담당이 따로 있긴 했지만, 사진을 꺼낸 사실을 아무도 몰랐다는 거야. 관리 담당이 냉장고 열쇠를 갖고 있는 편이라, 그날 이후로는 더더욱 “누가 넣었지?”라는 생각이 커졌어.

며칠 지나도 사진은 계속 테이블에 그대로 있었고, 이상하게도 사진이 닿아 있는 부분만 살짝 식은 기운이 남아 있는 것처럼 느껴졌어. 냉장고 문을 열면 보통 차가운 공기가 확 밀려오잖아. 근데 사진은 냉장고 안에서도 문제없이 멀쩡했는데, 밖으로 꺼낸 뒤에도 사진 주변 공기만 한 템포 늦게 식는 느낌이 들더라. 그때부터 누가 숨겨둔 장난인지, 아니면 뭔가 ‘자리’가 고정된 물건인지 헷갈리기 시작했어.

그러다 어느 날, 휴게실 청소를 하던 분이 사진을 본 뒤 말이 없어졌어. 그냥 눈으로 한 번 훑고 끝내는 표정이 아니라, 고개를 아주 천천히 돌리더니 “이거… 여긴 왜 있지”라고 중얼거리는 거야. 그 분도 우리 회사에서 오래 일한 사람이어서, 사진 속 집 주소나 이름을 바로 떠올리진 못해도 뭔가 기억의 결을 건드리는 것 같았어. 그날 이후로 그 분은 냉장고 쪽만은 일부러 피하더라.

그 다음 주부터는 냉장고 안 내용물이 사소하게 바뀌기 시작했어. 도시락들은 여전히 비슷한 위치에 들어있는데, 어떤 날은 상자 하나가 없고, 어떤 날은 없던 작은 반찬 통이 생기고. 관리 담당이 “누가 가져다 두는 거 아니야?”라고 했지만, 직원들 사이에서 그런 공유가 된 적은 없었거든. 특히 사진이 있던 쪽 칸만 유독 정돈이 맞지 않았어. 똑같은 칸이어도 항상 뭔가가 ‘살짝’ 비켜 있었달까, 누가 손을 넣었다가 빼는 흔적 같은 느낌이랄까.

나는 결국 사진 뒷면을 유심히 봤어. 손글씨가 처음엔 “OOO가족” 같았는데, 가까이에서 보면 글자가 조금씩 겹치는 듯 보였거든. 얼룩이 아니라 긁힌 자국처럼. 그래서 확대해서 보려다 말았어. 괜히 더 확인하면, 내가 알고도 모르는 척해야 하는 것들이 생길 것 같은 기분이 들었거든. 대신 사진 속 맨 오른쪽 아이가 들고 있는 장난감을 봤는데, 그 장난감이 우리 회사 복지용품 창고에 가끔 들어있는 재고랑 형태가 너무 비슷했어. 시기까지 맞아떨어지진 않는데도, “우연치곤 자주 겹친다”는 느낌이 들었지.

어느 날은 더 노골적이었어. 냉장고를 열었을 때, 사진이 다시 보이더라. 내가 테이블에 올려뒀던 걸 누가 가져갔는지 모르겠는데, 나는 퇴근하면서 그대로였다고 기억하거든. 그런데 다음 날 아침, 냉장고 안 같은 칸에 사진이 끼워져 있었고, 이번엔 뒷면에 새로 적힌 글씨가 있었어. “찾지 마”라는 두 글자만 선명하게. 나머지는 낡아서 흐려져 있었는데도, 그 문장만 유난히 또렷해서 등골이 서늘했어.

그날 이후로 회사 사람들 분위기가 미묘하게 바뀌었어. 누구는 “그냥 누가 장난치는 거지”라고 웃어 넘겼고, 누구는 냉장고 앞을 지나갈 때 속도를 줄이더라. 관리 담당은 결국 냉장고를 잠그고 휴게실 물품 정리 규정을 다시 만들었지만, 잠그고 나서도 한동안은 냉장고를 열지 않은 사람들까지 “뭔가 꺼내진 느낌”을 말하곤 했어. 나는 사진을 다시 보지 않기로 했고, 대신 냉장고 문 손잡이에 묻은 손자국만 바라봤어. 그 손자국이 늘 같은 방향으로 남아 있더라. 열었을 때 손이 닿는 위치가 아니라, 마치 누군가가 ‘확인하고 닫는 방식’을 반복하는 것처럼.

마지막으로, 내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하나야. 사진은 사라지지 않았어. 누가 가져가도, 어디에 두어도 결국엔 냉장고 안으로 돌아오거나, 혹은 냉장고를 둘러싼 어딘가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거든. 그래서 지금도 2층 휴게실 냉장고는 다른 냉장고보다 유난히 차가운 느낌이 들어. 내가 상상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가끔 문을 열기 전 손끝이 먼저 멈춰. 마치 사진 속 누군가가, 아직도 밖으로 나가는 걸 기다리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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