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주차장에 주차한 차에서 갑자기 들려오는 음악 소리
지하주차장에 주차한 차에서 갑자기 들려오는 음악 소리… 그날도 평소처럼 퇴근하고 내려가서 차를 세웠는데, 엔진 끄고 키 빼는 순간부터 이상한 게 시작됐어. 처음엔 내 차 라디오가 켜진 줄 알았거든. 그런데 화면에는 아무것도 안 뜨는데도, 아주 작은 볼륨으로 누군가 노래를 틀어놓은 것처럼 멜로디가 들려왔어.
정확히 말하면 “음악”이라기보단, 악기가 아니라 사람 숨소리 섞인 듯한 리듬이었어. 지하의 콘크리트가 소리를 되튕기는 건 알지만, 그 소리는 통로를 따라 멀리서부터 가까워지거나 멀어지는 느낌이 아니라, 내 차 안에 딱 붙어서 재생되는 것 같았어. 창문을 닫아도 들리고, 내부 공조를 꺼도 들리고, 심지어 시동을 다시 걸어도 멈추지 않더라.
나는 본능적으로 휴대폰을 켰어. 녹음 앱 실행하려고 했는데, 그때부터 소리가 더 또렷해졌어. 마치 “녹음하려고 하면 들리게” 만들어둔 장치처럼. 멜로디는 익숙했는데, 이상하게도 가사가 안 들려. 대신 후렴만 계속 반복되는 느낌이었고, 음이 한 번 꺾일 때마다 차 안 바닥이 아주 미세하게 진동하는 것처럼 느껴졌어. 거기서부터 등줄기가 식기 시작했지.
일단 밖으로 나가서 확인해보려고 문을 열었어. 지하주차장은 늘 그렇듯 습하고 냄새도 특유의 시큼한데, 그날은 음악 냄새 같은 게 같이 났어.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 그냥 공기 자체가 음악이랑 섞여 있는 느낌이랄까. 문 열고 나서도 소리는 계속 들렸고, 오히려 차량 가까이에 있을 때 더 크게 들렸어. 그래서 나는 차 주변을 한 바퀴 돌면서, 어디선가 스피커가 숨겨져 있나 찾아봤어.
근데 이상한 건, 주차된 다른 차들에선 그런 소리가 안 들린다는 거였어. 옆 칸에 있는 SUV는 조용했고, 반대편 경차도 조용했어. 그럼 내 차에만 들리는 건데, 누가 내 차에 음악을 틀 수 있을까? 내 차는 키도 내가 갖고 있었고, 도어 잠금도 걸어놨거든. 차 안 대시보드 쪽을 만져보면 전기적으로 뭔가가 붙어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손을 넣었는데, 놀랍게도 아무 이상 없었어. 화면도 꺼져 있었고, 버튼도 안 눌렸는데 소리만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지.
그러다 내가 차 안 시계, 계기판을 봤는데 시간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것 같더라. 정확히 “초침이 멈췄다” 같은 건 아니고, 뭔가 매 박자마다 화면이 잠깐씩 어두워졌다 밝아지는 느낌. 그래서 혹시 전자장치가 오작동하나 해서 배터리 단자도 확인하려고 했는데, 그때 소리가 딱 멈추더라. 정적이 오자 갑자기 지하의 냉기만 확 들어왔고, 그 조용함이 오히려 더 무서웠어.
그리고 멈춘 바로 다음, 이번엔 음악이 아니라 아주 가까운 곳에서 “톡” 하는 소리가 났어. 차량 외부에서 들린 건지, 내부에서 들린 건지 구분이 안 됐는데, 소리의 방향이 내 무릎 쪽을 향하는 것 같았어. 그 다음엔, 방금 전엔 가사가 안 들리던 그 멜로디가 이번엔 한 단어처럼 “내려와” 같은 느낌으로 들렸어. 실제로 그 단어가 명확히 들린 건 아닌데, 뉘앙스가 그렇게 박혀버렸달까. 순간적으로 목이 굳고 숨이 얕아졌어.
나는 거기서 그냥 포기하고 사람 많은 층으로 올라가려 했어. 그런데 차 문을 닫고 시동을 켜려고 하자, 핸들 아래쪽에서 아주 작은 진동이 연속적으로 느껴졌어. 딸깍, 딸깍, 딸깍. 마치 누군가 버튼을 누르는 것 같은 간격인데, 내가 만진 적은 없었거든. 동시에 다시 음악이 시작됐고, 이번엔 멜로디가 더 느려졌어. 느려지는 게 아니라, 음이 벽을 타고 돌아오는 것처럼 늘어져서 귀를 비집고 들어오는 느낌이었어.
그날 나는 결국 차를 빼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한참을 버텼어. 지하주차장 CCTV가 있는 걸 알지만, 이상하게도 “촬영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누가 날 찍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 공간이 나를 확인하고 있다는 느낌. 그리고 음악이 마지막에 한 번 크게 치고 나서, 바로 직후에 조명이 깜빡였어. 주차장 천장 등이 잠깐 꺼졌다 켜진 사이에, 아주 짧게 누가 내 차 옆을 스치고 지나간 것 같은 바람이 느껴졌고, 그때 음악은 완전히 끊겼어.
처음엔 그냥 전기 이상인가 싶었는데, 집에 와서 음악 녹음을 확인하려고 했더니 파일이 없더라. 녹음 버튼을 누른 기억은 분명한데, 앱 목록엔 아무것도 없었고, 대신 저장된 대신 “오류”처럼 표시된 빈 파일만 남아 있었어. 그날 이후로도 지하주차장만 지나가면 가끔 비슷한 음이 머릿속에서 울려. 누가 틀어둔 것처럼 선명하진 않지만, 마치 내 차가 한 번 들은 멜로디를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이제도 그 통로를 지나칠 때마다, 차에 타기 전에 문 손잡이를 두 번 확인하게 돼. 혹시 열려 있나… 아니라면, 누가 이미 내 안에 들어와 있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자꾸 들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