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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 대문 앞에서 매일 밤 울리는 낡은 자명종 소리

2026-06-13 20:29:13 조회 1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시골집 대문 앞에서 매일 밤 울리는 낡은 자명종 소리, 처음엔 그냥 바람에 뭔가 부딪히는 소리라고 생각했어. 근데 그게 매일 똑같이 시작됐지. 저녁 열두 시를 조금 넘기면, 대문 바깥쪽 어딘가에서 딱딱거리는 소리가 시작돼. 마치 누가 손목시계처럼 규칙적으로 “삑, 삑”을 눌러대는 것 같았고, 소리는 어느 순간부터 대문 앞 돌바닥 위에 딱 붙어 있는 것처럼 선명해지더라.

그날도 난 피곤해서 바로 잤어야 했는데, 소리가 워낙 또렷해서 결국 창문을 열고 밖을 봤어. 안개가 얇게 깔려 있었고, 마당에는 전등도 없어서 어둠이 진득했지. 그런데 이상하게도 대문 기둥 옆에 있는 낡은 우편함 쪽에서 소리가 나는 느낌이었어. “이런 게 있었나?” 싶을 정도로 오래된 자명종이 우편함 뒤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것처럼 보였거든. 근데 내가 확인하러 나가면, 그 순간엔 소리가 멈추거나 한 박자 늦어지는 느낌이 들었어.

처음엔 내가 착각하나 싶어서, 다음날 낮에 우편함을 열어봤어. 녹슨 철판 사이로 오래된 편지들이 눌어붙어 있었고, 그 위에 작은 먼지 뭉치가 있었지. 그런데 먼지 뭉치를 털어내려 하니까 손끝에 차가운 금속 감촉이 닿았어. 낡은 자명종이 거기 있었거든. 다만 이상한 건, 시계 바늘이 멈춰 있어도 “삑” 소리는 밤마다 똑같은 타이밍에 났다는 거야. 낮에는 완전한 침묵인데, 밤만 되면 살아난다? 그런 말이 나오잖아. 근데 정말 그 느낌이었어.

나는 용감한 척 하면서도, 결국 그 자명종을 가져다가 거실 한쪽에 뒀어. 그리고 혹시 몰라서 태엽을 풀어버렸지. “설마 태엽이 남아 있겠어?” 싶었는데, 며칠 동안은 정말 조용했어. 그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더 소름이었어. 며칠이 지나고, 다시 밤 열두 시. 이번엔 대문 앞이 아니라, 집 안으로 소리가 들어오는 것처럼 울리더라. 자명종은 거실에 있는데도 말이야.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는 게, 내 방 문고리를 손으로 톡톡 두드리는 것처럼 느껴졌어.

나는 불을 켜고 방을 닫은 채 소리를 세어봤어. 열두 시가 넘자마자 정확히 시작하고, 같은 간격으로 울리고, 마지막엔 꼭 “딸깍” 하는 소리로 끝나. 그 딸깍이 끝난 다음에는 아주 짧게, 바깥 마당 쪽에서 바람이 아닌 발자국 같은 소리가 들려. 발소리라고 해도 사람처럼 걷는 느낌은 아니고, 무언가가 굴러와서 멈추는 소리랄까. 그리고 다음 날 아침이면, 우편함 앞 돌바닥에 아주 얇은 젖은 자국이 생겨 있어. 비가 오기 전에도, 이슬이 생길 계절도 아닌데 말이야.

그래서 결국 가족한테 말했어. 우리 집 어른들은 “시골집은 원래 그런 잡소리도 있지” 하고 넘기려 했는데, 동생이 한마디 하더라. “그 낡은 자명종, 예전에 할머니가 대문 앞에 두고 ‘누가 오면 알게 하려고’ 했다던 것 같아.” 그 말 듣고 나니까 기억이 하나 떠올랐어. 예전에 할머니가 대문을 닫으면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입버릇을 했던 게 있어. “밤에 오면, 소리로 알아야지.” 근데 그때는 그냥 옛날 습관인 줄 알았지.

그럼에도 나는 납득이 안 됐어. 누가 오면 알게 하려고 시계를 두었다는 건, 이해는 되거든. 근데 왜 그 시계가 밤마다 혼자 울려? 그리고 왜 매번 마지막 딸깍 이후에 마당에서 무언가가 ‘멈추는’ 소리가 날까. 결국 나는 시계를 다시 대문 앞 우편함 근처로 돌려놨어. “그럼 원래 하던 대로면 되겠지” 싶어서. 근데 다음 날, 우편함이 열려 있었어. 내가 어젯밤에 분명히 닫아뒀는데. 그리고 우편함 안에는 새로 끼워진 종이 하나가 있었어. 내용은 없고, 종이의 모서리만 누렇게 젖어 있었지.

그 종이를 만지는 순간, 종이 밑에서 아주 얇게 톡톡 치는 소리가 나더라. 마치 자명종의 초침이 아니라, 손가락 끝으로 종이를 두드리는 것처럼. 내가 놀라서 떨어뜨리자마자 소리가 끊겼고, 그제야 종이의 아래를 봤는데 자명종은 없었어. 분명 어제 넣어뒀는데 사라진 거야. 대신 우편함 문 안쪽에 작은 긁힘 자국이 남아 있었고, 그 방향이 늘 같은 쪽을 가리키더라. 마치 누군가가 매일 밤, 같은 위치를 확인하고 있다는 듯이.

그 뒤로는 나도 일부러 듣지 않으려고 버텼어. 근데 버티는 게 더 이상했어. 밤만 되면 귀가 먼저 반응하는지, 잠이 오기 직전부터 대문 밖이 간질간질해. “삐” 소리가 울릴 시간쯤이면, 집 전체가 아주 가볍게 숨을 쉬는 느낌이 나. 그리고 딸깍 소리 뒤에는, 이번엔 마당이 아니라 현관 쪽에서 문고리가 아주 조용히 흔들려. 나는 그 손길이 누구인지 상상하고 싶지 않은데, 시골집 대문 앞에서 매일 밤 울리는 낡은 자명종 소리가, 자꾸만 그 답을 미루지 않고 다가오게 만들어. 아직도 열두 시가 되기 전엔, 대문 앞이 먼저 어두워지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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