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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심야 근무 때 목격한 그림자

2026-06-14 08:29:12 조회 8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편의점 심야 근무 때, 나는 늘 있는 일상이라고 생각했어. 비가 오거나 손님이 적으면 시간은 더디지만,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지. 그런데 그날은 진짜로 계산대 불빛이 깜빡이는 순간부터 뭔가가 시작됐고, 결국 “설마”가 “맞는 것 같아”로 바뀌는 체감이 생겼다.

새벽 2시쯤이었나. 매장 뒤쪽에 있는 냉동칸 쪽에서 희미하게 ‘찰칵’ 소리가 들렸어. 손님이 있는 시간도 아니고, 점포 안에서 냉동칸을 열어야 할 사람은 나뿐이잖아. 나는 확인하려고 카운터를 나서는데, 문제는 소리가 계속 나면서도 실제로는 냉동칸 문이 움직이진 않았다는 거야. 소리만 나고, 그 뒤로는 이상하게도 공기가 더 차가워지는 느낌이 들었어.

그때부터 매장 전체가 ‘조용한데도 신경이 쓰이는’ 상태가 됐어. 자동문은 센서가 있어야 열리는데, 바깥에서 바람이 한 번만 스치면 유리벽 너머로 불빛이 흔들리잖아. 근데 그 흔들림이 사람이 서 있는 것처럼 일정한 방향으로만 이어졌어. 유리 반사에 비친 건 내 그림자랑 손님용 진열대 그림자뿐인데, 그 사이 어딘가가 비정상적으로 짙어지더라.

나는 계산대 쪽으로 돌아가서 CCTV 모니터를 켰어. 화질이 구린 편이라 얼굴 같은 건 보이기 어렵지만, 동선은 대충 잡히거든. 화면을 보는데도 놀란 건 ‘들어오는 사람’이 없었다는 점이야. 정문 출입문 열림 알림도 없었고, 누가 나타나서 매장으로 들어오는 장면이 없어. 그런데 화면 구석, 주류 진열대 옆 바닥에서부터 검은 덩어리 같은 그림자가 천천히 자라나듯 번져 갔어.

처음엔 전기 문제인가 싶었어. 형광등이 오래돼서 그림자가 이상하게 보일 때가 있거든. 그래서 나는 일부러 조명을 껐다 켜 봤고, 진열대 앞을 발로 한번 찍어 보면서 “내가 보는 각도가 착각인가”를 확인했지. 근데 조명을 끄면, 화면 속 그림자도 같이 꺼져야 정상인데 화면에서는 그림자가 그대로 남아 있었어. 조명이 꺼진 뒤 3초 정도가 지났을 때, 그 검은 덩어리가 아주 조금… 아니, ‘조금’이 아니라 ‘미세하게’ 카운터 쪽으로 옮겨지더라.

나는 손이 좀 차가워지는 걸 느꼈어. 그냥 불쾌한 수준이 아니라, 목덜미가 간질간질한 느낌. 그래도 무서우면 가만히 있지 말고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해서, 점포 외곽을 한 바퀴 둘러봤어. 매대, 냉장고, 창고문 앞까지.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디에도 사람이 없는데, 내 등 뒤에서 발자국 소리 같은 게 ‘딱’ 하고 울렸어. 실제로 바닥이 울리는 소리는 아닌데, 뭔가가 내 뒤 어딘가에서 리듬을 맞추는 것처럼 들렸거든.

그때야 깨달았어. 내가 보고 있는 건 “사람이 있는 그림자”가 아니라, “그림자가 사람 모양을 흉내 내는 것” 같다는 걸. 유리 바깥의 가로등 불빛이 바닥에 떨어지면 보통은 그림자가 반대로 늘어나야 하잖아. 근데 그날은 반대로 굽어져 있었어. 마치 몸통은 앞에 있는데 다리는 안쪽으로 접히는 자세처럼. 그리고 그 형태가 내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고, 내가 카운터를 향해 걸음을 옮길 때마다 같이 방향만 바꿔 따라오더라.

나는 급하게 매장 비상벨을 누를까 말까 고민했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비상벨 버튼 근처에서부터 더 선명해졌어. 버튼을 누르면 소리가 크게 울려서 누가 있으면 바로 들키니까, 누가 들어왔다는 가정이면 오히려 해결될 일이야. 그런데 그 그림자는 비상벨 바로 앞에서 멈추고, 내 손이 버튼 위에 닿을 만큼 가까워졌을 때만 아주 잠깐 옆으로 비켜났어. 그 순간 화면이 아니라 직접 눈으로 봐도, 그림자가 내 손등이 아니라 “손의 앞쪽 공기”를 스치고 지나가는 느낌이었어.

사실 나도 그때 너무 멍해져서 정확히 뭘 했는지 기억이 조금 흐릿해. 다만 확실한 건, 내가 계산대 아래 서랍에서 영수증 롤을 꺼내는 동안에, 매장 천장 쪽에서 ‘속삭이는 듯한’ 기계음이 나왔다는 거야. 고객이 있는 시간도 아닌데, 카드 결제 단말기 화면이 저절로 켜졌다 꺼졌고, 화면에 뜬 건 글자라기보단 줄무늬 같은 패턴이었어. 그 패턴이 CCTV 영상의 검은 형태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길래, 나는 그냥 조용히 불을 다 끄고 점포 문을 잠갔어. 그리고 문 잠금이 “딸깍” 하는 순간, 그 검은 그림자가 처음으로 내 뒤에서 앞으로 덮치는 게 느껴졌어.

새벽 4시쯤, 교대하러 온 동료가 왔고 나는 그제야 숨을 크게 쉬었지. 동료는 “왜 이렇게 얼굴이 창백해?”라고 물었는데, 내 입에서 나올 말이 없더라. 점포 기록은 전혀 이상이 없다고 했어. 출입 로그도 없고, CCTV도 분명히 돌아가는데도 특정 구간에서 프레임이 살짝 끊기는 정도였대. 난 그때도 화면을 봤고, 끊긴 구간 사이사이에 검은 그림자가 ‘이동’했다는 걸 내 눈으로 확인했어. 그날 이후로 나는 심야 근무 때 창문 반사만 봐도 가슴이 철렁해져. 편의점은 늘 밝아야 하잖아.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밝음이 안전의 증거가 아니라, 그림자가 드러나는 조명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리고 지금도 가끔, 형광등이 깜빡이는 새벽이면… 내 그림자가 혼자 있는지 누군가의 뒤에 붙어 있는지, 잠깐 헷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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