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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엘리베이터에서 들리는 정체불명의 속삭임

2026-06-14 16:29:13 조회 9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회사 건물 엘리베이터는 늘 똑같은 소리로 올라간다. 그런데 그날은 “띵”도, 안내 방송도 평소처럼 시작되지 않았어. 7층 버튼을 누르고 문이 닫히는 순간, 갑자기 아주 가까운 곳에서 속삭임이 들렸다. 마치 내 귀 바로 옆에서 누가 숨을 섞어 말하는 것처럼. 내용은 또렷하진 않았지만, 분명히 내 이름을 부르는 듯했어.

처음엔 내가 잠을 덜 잔 탓이라고 넘겼다. 엘리베이터 안은 거울처럼 매끈해서, 소리도 반사되는 느낌이 있잖아. 그래서 “아, 누가 옆에 탔나?” 싶어서 고개를 돌렸는데, 거울에 비친 건 나 혼자뿐이었어. 사람 그림자도, 누군가의 신발도 없었고, 손잡이를 잡고 있는 내 손만 덜컥덜컥 떨리고 있었지.

문이 열리기 직전, 속삭임은 더 또렷해졌다. 누가 문자 메시지 읽듯이 천천히 말하는데, 단어 사이마다 숨이 끊겼다. 나는 괜히 겁이 나서 버튼을 다시 눌렀고, 7층이라고 찍힌 불빛이 깜빡거리며 안정되는 걸 봤어. 그때 속삭임이 갑자기 멈췄는데, 멈춘 게 오히려 더 이상했어. 소리가 끊기기 전에 분명히 “들어…” 같은 단어를 했거든.

7층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서둘러 복도로 나갔다. 출근 시간이라 다른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긴 했지만, 그 누구도 내 표정을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였어. 그래도 뒤돌아 엘리베이터 쪽을 봤을 때, 거울에 비친 엘리베이터 문은 아직 닫히지 않은 것처럼 보였어. 실제로는 이미 닫혔을 텐데, 착각인가 싶다가도 등줄기에 식은땀이 올라오더라.

그날 오후, 사무실에서 엘리베이터를 타야 할 일이 생겼다. 나는 최대한 다른 사람들과 같이 타려고 했는데, 이상하게도 모두가 같은 층에서 내렸고, 나는 혼자 타게 됐어. 5층 버튼을 눌렀는데, 누른 손끝이 찬물에 닿은 것처럼 감각이 무뎌지더라. 그러다 또 시작됐지. 이번엔 이름이 아니라, 회사 내부에서만 쓰는 별칭을 말하는 것 같았어. “너, 기록했지?” 같은 느낌.

엘리베이터는 5층에서 멈췄고, 문이 열렸다. 복도는 정상적으로 밝았는데, 엘리베이터 문 틈에서 희미하게 종이 스치는 소리가 났어. “사각… 사각…” 마치 누가 얇은 서류를 넘기는 소리. 나는 아무도 없는데도 손으로 문 틈을 확인할 뻔했어. 그때 속삭임이 갑자기 내 등 뒤에서 울리는 것처럼 바뀌었거든. 앞에서 들리는 게 아니라, 내 몸 뒤쪽 공간에서. 그 순간 속이 확 뒤집혔다.

나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도 잘 안 올라가는 느낌이 들어서, 다음 날부터는 계단을 쓰기 시작했어. 그러면 속삭임이 안 들리냐고? 사실 그건 아니었어. 점심 시간에 계단을 내려가는데, 1층에 가까워질수록 바닥이 더 차갑게 느껴지고, 환풍기 소리 사이로 같은 목소리가 끼어들어왔거든. 다만 엘리베이터 안에서처럼 또렷하진 않았고, “그날” “기다려” “문” 이런 단어만 어렴풋이 들렸어.

어느 날은 사람이 많아도 어김없이 이상한 일이 생겼다. 엘리베이터 안에 나 말고 직원이 세 명이나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이 내 옆에서 조용히 말했다. “어제도 느꼈어?”라고. 나는 깜짝 놀라서 물었지. “뭘요?” 그 직원은 대답 대신 엘리베이터 버튼 패널을 손가락으로 두 번 두드리더라. 마치 누군가에게 신호를 보내듯이. 그리고는 웃으면서 “그냥… 내 귀가 예민한가 보다”라고 넘겼어. 근데 그 표정이 너무 굳어 있었음.

나는 결국 관리팀에 조심스럽게 물어봤어. 엘리베이터 점검 이력이나 이상 소음에 대해. 그런데 돌아온 답이 더 불길했어. “아, 그거요. 예전에 어떤 민원 들어온 적은 있는데… 음성 경고가 가끔 오류 나는 구간이 있어요. 오래된 배선 문제일 수도 있고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관리팀 직원이 내 질문을 받자마자 그 층을 먼저 확인하더라. 그리고는 마치 본인이 실수한 것처럼 말을 급히 줄였어. 그게 그냥 우연일까 싶었는데, 내 머릿속엔 이미 그 속삭임의 어투가 남아 있었어.

지금도 가끔 엘리베이터를 타야 할 때가 있어. 그럴 땐 문이 닫히기 전에 최대한 빨리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리고, 버튼을 누르고, 숫자가 올라가는 진동을 손끝으로만 느끼려고 해. 그런데 제일 무서운 건 소리가 커지거나 줄어드는 게 아니라, 어느 순간부터 속삭임이 내 호흡에 맞춰지는 느낌이 들 때야. 마치 누가 기다렸다가, “이제 네가 움직일 차례”라고 말하는 것처럼. 문이 열릴 때마다 나는 항상 뒤늦게 깨닫지. 속삭임이 내 이름을 부른 게 아니라, 내 차례를 세고 있었단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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