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창문에 비친 낯선 얼굴
시골집 창문에 비친 낯선 얼굴은, 처음엔 그냥 장난처럼 보였어요. 여름 방학이라 오랜만에 내려갔는데, 해 질 무렵이면 마당 쪽 창문에 누가 서 있는 것처럼 희미하게 어른거렸거든요. 문제는 그게 하루 이틀이 아니라, 제가 집에 들어올 때마다 똑같은 위치에서 나타났다는 거예요. 창문에 비친 건 분명 얼굴인데, 유리 너머로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처음 본 날은 그냥 피곤해서 착각한 줄 알았어요. 저녁을 먹고 방에 들어와서 커튼을 살짝 젖히면, 창문 유리에 제 그림자가 겹쳐 보이잖아요. 근데 그날은 제 뒤에 누군가가 서 있는 것처럼 어둠 속 윤곽이 선명했어요. 특히 눈이요. 눈동자가 빛을 받아 반짝이는 게 아니라, 어둠이 안쪽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랄까… 저는 괜히 소름이 돋아서 바로 커튼을 닫고 잤습니다.
다음 날도 똑같이 나타났어요. 낮에야 괜찮다가 해가 기울면 다시 그 얼굴이 창문에 비치더라고요. 이상한 건 제가 창문을 정면으로 봤을 때만 보인다는 점이었어요. 방에서 다른 각도로 돌아서면 얼굴이 사라졌거든요. 마치 창문이 아니라, 창문에 비친 ‘무언가’가 시선을 맞추고 있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저는 일부러 일부러 확인해보려고 했습니다. 거실로 나가서 불을 켠 뒤, 마당 쪽 창문 앞에 서서 휴대폰 카메라를 켜봤어요. 화면에는 분명 제 얼굴만 보이는데, 이상하게도 가만히 있으면 유리 표면에 또 다른 형체가 생기더라고요. 손가락을 움직여서 각도를 바꿔도, 그 얼굴만큼은 제 움직임과 무관하게 같은 곳에 고정돼 있었어요. 웃긴 건 그 얼굴이, 제 얼굴을 따라 하는 게 아니라… 제가 피해가면 피해지는 것처럼 보였다는 거예요.
저녁이 되자 더 확실해졌어요. 저는 식탁에서 설거지를 하다가 순간적으로 마당 쪽 창문을 봤는데, 아까보다 더 가까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유리 속에 비친 얼굴이 창문 프레임에 거의 닿을 듯한 거리였고, 입이 아주 조금 벌어진 채로 그대로 굳어 있었어요. 그때 이상한 냄새가 났어요. 흙을 젖은 채로 오래 묵힌 냄새 같은데, 집 안에서 나는 냄새가 아니었습니다. 문득 바깥 공기가 창문 틈으로 스며드는 느낌이 들었고, 저는 얼른 뒤돌아 현관문을 확인했어요. 잠겨 있었고, 바람도 세게 불지 않았어요.
그날 밤, 저는 잠을 제대로 못 잤어요. 새벽에 화장실을 가려고 방문을 열었는데, 복도 끝에 있는 작은 액자들이 유난히 흔들렸거든요. 바람이 없는데도요. 다시 창문 쪽을 보자마자, 그 얼굴이 거기 있었습니다. 이번엔 마치 창문 밖이 아니라, 방 안 공기 어딘가에 붙어 있는 것처럼 보였어요. 제가 숨을 들이쉬면 얼굴의 윤곽이 한 템포 늦게 따라오는 느낌이랐어요. 숨을 멈추면 그 윤곽도 멈추고요.
그래서 결국 아침에 할머니한테 물어봤어요. “여기 창문에 가끔 낯선 얼굴 비친 적 있어요?”라고 조심스럽게요. 할머니는 한참 만에 손을 멈추고 저를 바라보더니, 말없이 부엌 쪽으로 시선을 내렸어요. 그리고 “그건 네가 내려오기 전에도 가끔 있었을 거다”라고만 하셨어요. 저는 뭐라고 더 물어보려 했는데 할머니는 곧바로 말을 바꿨어요. “밤에 창문 볼 생각 말고, 커튼은 꼭 쳐라.” 그 한마디가 너무 짧아서 오히려 더 찜찜했어요.
그 뒤로 저는 창문을 피하려고 했습니다. 밤이 오면 조용히 불을 끄고, 커튼을 완전히 내렸고, 거실에서는 밖이 보이지 않는 쪽으로만 앉았어요. 그런데도 어느 날은, 커튼을 친 유리 표면에 희미한 그림자가 남아 있었어요. 얼굴이 완전히 드러나진 않았는데, 눈 부분만 어둠이 아니라 검은 점처럼 선명하게 비치더라고요. 마치 커튼이 막아도, ‘보는 것’ 자체는 통과할 수 있는 것처럼요.
마지막으로 가장 무서웠던 건 제가 결국 확인을 포기하고 낮에 창문을 열어젖힌 날이었어요. 그냥 확인하고 싶어서요. 밖에는 아무도 없었고, 풀은 평소처럼 자라고, 마당은 평범했어요. 그런데 창문 유리를 손으로 닦는데, 손바닥에 차갑게 닿는 부분이 있었어요. 분명 유리는 깨끗한데도, 그 자리에만 유난히 온도가 달랐습니다. 그 자리가 창문 정중앙, 얼굴이 비치던 위치와 똑같았어요. 닦아도 닦아도 미세한 김이 남아 있는 것 같아서, 저는 손을 떼자마자 뒤로 물러났습니다.
그날 이후로 그 얼굴은 사라졌는데, 이상하게도 지금도 생각하면 귀가 먼저 간질거려요. 창문을 닫을 때마다 유리 너머에서 아주 조용히 무언가가 숨을 고르는 소리 같은 게 들리는 느낌이랄까요. 그리고 한 가지는 확실해요. 그 얼굴은 바깥에 있었던 게 아니라, 누가 창문을 보는지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 시골집에서 창문을 볼 때마다, 저는 아직도 커튼을 조금 더 깊게 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