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 CCTV에 찍힌 새벽 배달원의 이상한 행동
새벽 두 시 십칠 분, 원룸 건물 현관 앞 CCTV에 배달원이 찍혔다. 처음엔 늘 그렇듯 택배 봉투를 들고 들어오는 걸로 보였는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야 할 사람이, 계단 쪽으로 내려가서 다시 올라오길 반복했거든.
나는 그날 새벽에 잠이 얕게 깔려 있었고, 문 앞에 “띵동” 소리가 나는 것도 아니었는데 자꾸 발소리가 들렸다. 보통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거나, 문 앞에 두고 가거나 둘 중 하나인데, 그 사람은 늘 1층과 2층 사이를 오가며 서성였다. CCTV 화면엔 누가 봐도 이상한 속도로 움직이는데도, 표정은 멀쩡해 보였다.
처음 보는 장면은 아니었다. 우리 건물 CCTV는 현관이랑 계단 초입만 찍히는데, 배달원은 계단 앞에 서서 한참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손에는 휴대폰이 있었고, 화면을 켠 채로 얼굴을 들여다보듯 고개를 숙였다. 그 상태로, 마치 시간표를 확인하듯 시선을 떼지 않더라. 그러다 갑자기 현관 쪽으로 돌아와 문 손잡이를 세게 당겼다.
현관은 자동문이라 손잡이를 당긴다고 열리지 않는다. 그런데 그 사람은 열리지 않는 걸 알면서도 계속 당겼다. 손잡이 방향으로 몸을 기울인 채로, 몇 초 간격으로 한 번씩 “확” 하고 당기는 동작이 10번 정도 이어졌다. 그 사이에 화면 오른쪽 구석, 계단 아래 그림자도 같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는데, CCTV 화질 탓인지 아니면 정말로 무언가가 따라오는 건지 헷갈릴 정도였다.
그 뒤로 더 이상해졌다. 배달원은 문 앞을 한 바퀴 돌고, 다시 계단으로 향했다. 올라가는 듯하다가 2층 난간 앞에서 멈추고, 다시 내려갔다. 이걸 세 번 반복했는데, 반복할 때마다 고개 각도가 거의 똑같았다. 마치 “정해진 지점”을 확인하는 사람처럼 정확했다. 나는 화면을 보면서도, 그가 누군가를 찾는 건지 아니면 자기 자신을 확인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가장 소름 끼친 건 2시 23분, 그 사람이 잠깐 멈춰서 카메라 정면을 쳐다본 순간이었다. CCTV는 정면을 향해 있지 않은데도, 그는 마치 렌즈가 있는 곳을 아는 듯 고개를 아주 미세하게 돌렸다. 그 짧은 시선 끝에, 그는 배달 가방을 내려놓고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필름 테이프처럼 보이는 걸 현관 기둥 안쪽에 붙이려는 동작이었는데, 실제로 붙었는지 여부는 화질 때문에 애매했다.
이상한 행동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테이프를 붙이거나 만진 뒤, 그는 다시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그리고 버튼을 누르지 않고, 엘리베이터 문 옆에 손바닥을 대고 가만히 있었다. 마치 문 안이 따뜻한지, 혹은 소리가 나는지 확인하려는 사람처럼. 그러다 갑자기 배달 봉투를 손에 쥐고, 봉투를 뒤집어 내용물을 확인하는 듯한 동작을 했다. 그런데 배달 봉투 겉면엔 주소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흐릿했어도, 손길은 너무 익숙했다. “처리해야 하는 물건”을 만지는 느낌.
나는 그 다음 날 바로 관리실에 확인 요청을 했고, 관리실에서도 “그 시간대엔 이상한 움직임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해줬다. 근데 CCTV를 돌려보는 동안, 배달원 뒤로 지나간 듯한 발자국이 화면에 연속으로 남아 있었다. 이상한 건 그 발자국이 사람이 지나간 흔적이 아니라, 한 번씩 ‘멈칫’한 것처럼 끊기는 지점이 있었다는 거다. 누가 서서히 다가오는 느낌이라기보다, 누군가와 타이밍을 맞추는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그 사람은 현관 앞에서 한 번 더 손잡이를 당겼다. 그때는 이전처럼 세게 당기지 않고, 아주 가볍게 한번만 손끝으로 툭 건드렸다. 그리고는 배달 가방을 다시 메고, 그대로 계단을 내려가서 사라졌다. 사라진 방향이 애매했는데, CCTV 화면에선 밖으로 나간 것처럼 보이지만 계단 출구 쪽은 녹화 각도가 한계라 끝까지 확신하긴 어려웠다. 그래도 분명한 건, 그 사람이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동작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 뒤로 우리 건물은 새벽마다 이상한 정적이 잠깐씩 생겼다. 엘리베이터 소리도 없고, 경비 교대 시간도 아닌데, 누군가 한 층을 확인하듯 발소리가 한 번쯤 들리는 날이 있었거든. 그리고 나는 가끔 CCTV 파일을 다시 돌려보곤 한다. 손잡이를 당기던 그 순간 다음 프레임에서, 아주 잠깐—배달원의 시선이 우리 쪽으로 지나간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그게 착각인지 아닌지 모르겠는데, 밤에 현관 쪽을 바라보면 자꾸 먼저 눈을 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