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PX 편의점에서 사라진 물건과 그날 엘리베이터 고장 이유
군대 PX 편의점에서 사라진 물건과 그날 엘리베이터 고장 이유. 그날은 그냥 “비싼 거 도둑맞았네” 정도로 끝날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도 그 밤부터 내 기억이 자꾸만 특정 장소랑 붙어 다녔어. 나는 행정동 4층에서 근무했는데, PX는 1층이라 자주 들르거든. 그런데 3교대 새벽, 물건들이 하나씩 사라지기 시작했고 그 직후로 엘리베이터가 멈췄어. 정확히는 ‘고장’이라기보다, 멈춰 버린 다음부터는 바깥층 버튼을 눌러도 반응이 없는 상태였지.
사라진 건 처음엔 사소했어. 담배 한 보루가 없고, 캔커피가 몇 박스 줄어든 정도로 보였거든. PX 아저씨가 “누가 장난치나” 하고 정리하면서도 웃었는데, 그날 새벽 1시쯤부터 분위기가 달라졌어. 계산대 옆 진열대에 있던 즉석면 큰 컵라면이 통째로 비어 있었고, 다음엔 라이터랑 충전 케이블 묶음 같은 잡화가 없어졌어. 누가 굳이 그런 걸 가져가나 싶을 정도로, 전부 ‘팔기 쉬운’ 것만은 아니더라.
근무자들 사이에서 말이 돌았지. 어떤 애는 “누가 외출 나갔다 들어오는 길에 숨겨놨겠지” 했고, 어떤 애는 “그냥 창고 정리하면서 잘못 분실한 거 아냐?”라고 했어. 그런데 PX가 있는 복도는 CCTV가 돌아가는데, 이상하게도 그 물건들이 사라진 시간대만 영상이 딱딱 끊기는 구간이 있었대. 나도 그 말 들었을 때는 별생각 없었는데, 직접 확인해보라고 하니까 손이 식더라.
내가 확인한 건 4층에서 내려다보는 복도 화면이 아니라, 엘리베이터 앞에 붙은 작은 모니터였어. 거긴 통로를 같이 보여주니까 움직임이 보이거든. 그런데 새벽 1시 17분쯤부터 화면이 멈추고, 그 다음 화면은 한참 뒤에야 재생됐어. 그 짧은 끊김 동안 누군가가 지나간 흔적은 없는데, 진열대는 이미 비어 있었던 거지. 누가 가져가려면 누군가가 지나가야 하는데, 지나간 흔적이 없다는 게 제일 이상했어.
그리고 그게 엘리베이터 고장과 연결돼. 물건이 사라진 직후, 정확히는 그날 PX 영업종료하고 한참 뒤인 새벽 2시쯤부터 엘리베이터가 멈췄거든. 병사들이야 계단으로도 다니지만, 그날은 비가 와서 젖은 옷과 장비 때문에 다들 엘리베이터를 급하게 쓰려고 했어. 그런데 버튼을 눌러도 반응이 없고, 층 표시도 제자리에서 깜빡이기만 했지.
나는 그때 근무 교대라 4층에서 내려가야 했어. 엘리베이터 앞에 갔는데, 관리실 쪽에선 “전기 쪽 문제겠지”라고 했고 누가 ‘차단기’부터 보겠다고 했어. 근데 차단기를 내려도 엘리베이터는 살아나지 않았고, 이상한 건 안내 방송이 나갔다는 거야. 스피커에서 멀쩡한 목소리로 “출입 통제입니다” 같은 문장이 반복됐는데, 실제로 통제선이 쳐진 건 아니었어. 그리고 그 안내가 이상하게도 4층에서만 들리는 느낌이 들었어. 마치, 누가 복도 안 특정 지점에 소리를 묶어둔 것처럼.
PX 아저씨가 그 다음날 아침에 한 말이 더 찝찝했어. “그날 새벽에 누가 한 번 들어온 흔적이 있어.” 그런데 CCTV로는 출입 기록이 안 남는다더라. 출입문이 자동으로 열리는 타입이라면, 들어오는 순간 경광등이나 센서가 기록돼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열렸다’는 로그가 없었다는 거야. 대신 PX 계산대 아래에 숨겨진 영수증 더미가 뒤집혀 있었대. 장난으로 영수증을 뒤집는 정도가 아니라, 누군가 특정 물건을 빼내기 위해 동선에 맞춰 정리해놓은 것처럼 보였다고 하더라.
나는 그 말을 듣고도 “그럼 내부 사람이었나?”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날 밤에 진짜로 이상한 걸 봤어. PX 쪽 복도 끝, 창고 문이 있는 방향에서 얇은 그림자가 길게 늘어나더라고. 조명이 깜빡일 때 생기는 흔들림 같기도 했는데, 그 그림자는 사람이 걷는 속도랑 상관없이 ‘딱’ 늘었다 줄었어. 그리고 그 순간, 엘리베이터 층 표시가 아주 짧게 움직였다가 다시 고정됐어. 소리도 안 나고, 문도 안 열리고, 그냥 숫자만 한번 바뀐 느낌. 내가 멀리서 봐서 더 그랬겠지만, 그날 이후로 엘리베이터 앞만 지나가면 등골이 서늘해지더라.
결국 정비병은 “센서 고장”이라고 결론을 내렸고, 차단기 점검도 했다고 했어. 근데 점검표에 적힌 고장 부위가 너무 뜬구름 같았어. ‘미확인 신호’ 같은 애매한 단어가 들어가 있더라. 그 사이 물건은 더 사라지지 않았고, 엘리베이터도 일주일 뒤 정상화됐지. 다들 시간이 지나면 잊는다지만, 나는 그날 이후로 PX에서 뭔가를 계산대 위에 올려두는 습관이 생겼어. 손이 먼저 움직이더라. 마치 누가 “안 보이는 데로 가져갈 수 있어”라고 조용히 가르친 것처럼.
지금도 가끔 PX 편의점 진열대 정리하는 꿈을 꿔. 누군가가 웃으면서 물건을 옮기는 게 보이는데, 그 사람이 얼굴이 아니라 ‘방향’만 느껴져. 그리고 꿈에서 늘 같이 등장하는 게 있어. 버튼을 눌러도 안 오는 엘리베이터, 안내방송이 끊기는 타이밍, 그리고 진열대가 비어 있는 정도가 아니라 ‘비어 있어야만 하는 자리’처럼 딱 맞춰진 공백. 그래서 나는 아직도 그날의 고장이 고장이라기보다, 누군가가 시간을 잠깐 접어버린 결과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뭔가가 사라진 건 물건 때문이 아니라, 누가 세상을 지나가는 방법을 바꿔놓았기 때문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