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알바가 밤마다 카운터 아래를 청소하던 이유
편의점 알바가 밤마다 카운터 아래를 청소하던 이유. 처음엔 그냥 동선이 편해서 그러는 줄 알았어. 나도 야간에 들어오고 나서 며칠 지나면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근데 진짜 이상한 건, 점주가 시키는 청소가 끝난 뒤에도 그 사람이 꼭 혼자 카운터 아래를 더듬어가며 닦는다는 거였어. 손걸레가 아니라 뭔가 약품 묻은 천 같은 걸로, 바닥 모서리랑 카운터 하단 틈만 반복해서 문질렀지.
나는 그때 신입이었고, 선배 알바(편의점에서 흔히 말하는 오래된 사람)랑 같은 시간대였어. 매대 정리, 계산대 유리 닦기, 바닥 쓸기 같은 건 점주가 체크리스트로 남겨둬. 그런데 선배는 그걸 하고도 항상 시간이 남으면 카운터 아래로 내려가. 카운터는 원래 하부 보관함이 있어서, 거기에 택배나 리필용 종이박스가 들어있거든. 근데 그날은 박스도 없는데, 굳이 손을 넣어서 닦고 또 닦는 거야.
처음엔 농담처럼 물어봤어. “왜 카운터 밑만 그렇게 신경 써요?” 선배는 잠깐 멈추더니, 별 일 아니라는 듯 웃었어. “여기 밑이 제일 습해. 냄새도 나고.” 그런데 그 말이 너무 습관처럼 빨리 나왔달까. 내가 “습해서요? 근데 닦는 걸 매번 밤마다 해요?”라고 더 물으니까 선배는 대답 대신 카운터 아래를 손가락으로 한번 톡 두드리더라. 딱, 소리가 났는데… 그게 마치 속이 빈 나무를 두드리는 것처럼 울렸어.
그날부터 나는 카운터 밑을 유심히 보게 됐어. 카운터 하단에는 동전 서랍이랑 현금영수증 프린터 쪽 배선이 지나가. 그래서 아래쪽은 은근히 먼지가 쌓이기 쉬워. 근데 선배가 닦는 부위는 먼지랑 상관없는 지점이 많았어. 벽 쪽, 카운터 안쪽 틈, 바닥이랑 금속 프레임이 만나는 선. 게다가 닦을 때마다 걸레를 들고 냄새를 맡는 습관이 있었는데, 처음엔 그냥 약품 냄새겠거니 했거든.
며칠 후, 야간에 손님이 몰리는 날이 있었어. 새벽 1시쯤 되니까 단골 한 명이 와서 담배를 계산하고 나가려다 잠깐 멈추더니, “요즘 청소 자주 하네”라고 말하고 그냥 갔어. 그 말이 그냥 인사인 줄 알았는데, 선배는 그 손님이 떠난 뒤에 카운터 아래로 바로 내려가서 더 세게 닦았어. 평소보다 힘이 더 들어간 것처럼, 천을 비비는 횟수가 늘었고 팔꿈치가 툭툭 떨렸어.
그때 점주가 잠깐 호출했는데, 선배가 점주한테 “밑에 곰팡이 핀 것 같아서요”라고 말했거든. 점주는 대충 “알겠어, 신경 써” 하고 끝냈지. 그런데 나는 확신이 들었어. 선배가 말하는 “곰팡이”는 모양이 아니라 냄새였고, 선배가 닦는 건 바닥이 아니라… 뭔가 “자리” 같았어. 카운터 아래에는 배수구도 없고, 물이 떨어질 구조도 없는데도 선배는 특정한 위치만 집요하게 문질렀으니까.
어느 밤엔 내가 실수로 카운터 아래쪽을 살짝 들여다봤어. 손전등을 켰는데, 보통 먼지나 흔적이 보이면 바로 나와야 하잖아. 근데 그건 먼지의 형태가 아니었어. 마치 누가 손가락으로 계속 더듬어 닿은 자리처럼, 금속 프레임의 모서리가 유난히 닳아 있었거든. 그리고 닳은 곳 주변으로 아주 얇은 층이 남아 있었는데, 그게 걸레로 닦으면 사라질 것처럼 보여. 선배가 왜 그렇게 밤마다 닦는지… 그때 처음으로 “놓치면 안 되는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어.
그 다음날, 선배가 휴게실에서 혼자 통화하는 걸 잠깐 들었어. 목소리가 낮아서 정확히 다는 못 알아들었지만, “그쪽이 다시 올라오면… 또 해야 해”라는 말이 스쳐 지나갔어.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건 안 들렸는데, 통화하는 동안 선배가 계속 카운터 쪽을 보더라. 마치 눈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안심이 안 되는 사람처럼. 그리고 통화가 끝난 뒤엔 내게도 말했어. “오늘은 너 혼자 마감해. 나 잠깐 다녀올게.”
나는 “어디 가요?”라고 묻고 따라가려 했는데, 선배는 고개를 저었어. “카운터 밑 보지 마.” 그렇게 말하고 나갔지. 그런데 그 말이 너무 이상했어. 왜 금지해야 하지? 결국 시간이 지나 선배가 안 돌아오길래 점주한테 물어봤고, 점주는 “개인 사정이 있겠지”라면서 더 캐지 말라고 했어. 나 혼자 마감을 하면서 카운터 아래를 들여다보지 않으려고 애썼는데, 이상하게도 손이 자꾸 그쪽으로 가더라. 청소 도구가 거기 쪽에 정리돼 있어서도 아니고, 그냥… 신경이 끌려.
마지막으로 그날 아침이 밝기 직전, 내가 카운터 아래를 아주 잠깐 봤어. 선배가 남겨둔 걸레가 그대로 있었고, 금속 프레임 모서리의 닳은 자리엔 얇은 자국이 겹겹이 쌓여 있더라. 근데 그 자국이 먼지처럼 뭉치지 않고, 마치 누가 “계속 같은 선을 따라” 문지른 흔적처럼 정돈돼 있었어. 그걸 본 순간 머리가 띵했어. 그때 문득, 선배가 밤마다 카운터 아래를 청소하던 게 단순한 위생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거든. ‘올라오는 걸 막으려고’ 닦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면서 손끝이 굳어버렸어.
그 후로도 선배는 멀쩡히 출근했고, 청소도 여전히 밤마다 똑같이 했어. 하지만 내가 다시 물으면 선배는 웃고 넘기면서, 카운터 아래를 두드리며 “습해”라고만 했지. 이제 와서 생각하면, 그 사람이 닦던 자리는 물도 먼지도 아닌 것 같아. 그리고 가장 무서운 건, 닦고 나면 잠깐은 괜찮아지는데… 그게 “영원히 끝”나는 방식이 아니라는 느낌이야. 밤이 오면, 또다시 손이 먼저 가게 만드는 무언가가 카운터 아래에 있다는 걸, 나는 지금도 가끔 꿈에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