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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소에서 다른 조가 사라진 것처럼 조용해진 새벽

2026-06-16 04:29:15 조회 7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새벽 4시 10분쯤이었나. 훈련소 생활관 복도 쪽에서, 평소면 어김없이 들리던 잡담이 딱 끊겼어. 누가 물 끓이는 소리도, 양말 끌리는 소리도, 누군가 “야, 일어나” 하고 속삭이는 소리도 전부 사라졌고, 대신 공기만 남은 것처럼 조용해졌지. 그 조용함이 너무 갑자기 와서 처음엔 정전 난 줄 알았는데, 전등은 멀쩡했어.

나는 그날 새로 배치된 조였고, 우리 조만 평소처럼 이불을 정리하고 있었어. 그런데 같은 생활관에서 옆 조들이 있잖아. 원래는 조교가 순찰 돌기 전까지 서로 얼굴 보면서 웃고 떠드는 시간이 있는데, 그 새벽엔 그 웃음이 도망간 것처럼 끊겼다니까. 옆 침대에 있던 선임도 “야, 왜 이렇게 숨소리가 크게 들리냐” 하고 웃긴 말로 분위기 풀려다가, 10초쯤 지나더니 입을 다물더라.

복도 방송은 없었는데, 갑자기 체조 방송 스피커에서 잡음 같은 게 한번 뿌옇게 치고 지나갔어. 그 다음에 생활관 시계 초침 소리가 더 선명하게 들리기 시작했는데, 이상하게도 초침이 시계에서만 나는 게 아니라 벽 안에서 들리는 느낌이었어. 나는 이불을 끌어안고 “훈련 끝나면 집에 가서 자야지” 같은 생각을 하려 했는데, 자꾸 복도 끝이 눈에 들어오더라.

그때 누가 문을 두드리는 게 아니라, 문 바깥쪽에서 손바닥으로 하고 눌러주는 소리가 났어. 한 번, 두 번. 마치 “여기 있어”라고 말하려는 사람처럼 규칙적이었는데, 우리 조는 누구도 일어나지 않았어. 모두 귀를 기울이는데, 그 소리만 계속 이어졌고, 이상한 건 그 손바닥 소리가 점점 멀어졌다가 다시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더라.

조교는 그 시간에 돌아다니는 걸 원래 안 했어. 대신 새벽 점호는 따로 있고, 그 전에는 그냥 잠에서 깨어 있는 사람들끼리 알아서 정리하는 분위기였거든. 그런데 몇 분 뒤에 복도 조명이 한 번 깜빡였고, 바로 그 틈에 옆 조가 쓰던 수저통이나 세면대 쪽이 비어 있는 게 보였어.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옆 조 인원이 생활관 안에서 보였는데, 커튼 사이로 보이는 사람 그림자가 “툭” 하고 사라진 거지.

나는 그때부터 이상하게 손끝이 차가워졌어. 누가 신발을 끄는 소리도, 문이 열리는 소리도 없었는데 누군가 이동한 흔적이 남아 있었거든. 침대 시트가 살짝 들려 있었고, 누군가 급하게 벗어 놓고 간 장갑이 침대 아래로 굴러가 있었어. 옆 조원이 분명 있었는데, 그 조가 사라진 것처럼 생활관은 갑자기 빈 공간이 늘어난 느낌이었어.

그 빈 공간을 채우는 것처럼,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어. 하지만 누군가 걷는 소리라기보단, 발이 바닥에 “쓸리듯” 끌리는 소리였고 속도가 일정했어. 나는 속으로 “훈련 때문에 조교가 이동하나”라고 생각했는데, 소리가 우리 문 앞에 멈춘 뒤로는 움직이지 않았지. 그 상태에서 30초쯤 지나니까, 아주 낮게—진짜 숨에 가까운 소리로—누가 우리 방 문틈에 얼굴을 대고 내는 소리가 들렸어. 말은 아니고, 마치 이름을 부르려다 삼킨 것 같은 소리.

그리고 그때, 생활관 전체 전등이 한 번 더 깜빡였는데, 그 깜빡임이 단순한 전기 문제처럼 보이지 않았어. 깜빡일 때마다 공기가 다른 색으로 보이는 착각이 들었거든. “왜 이렇게 숨이 막히지?” 싶은데, 내 숨은 정상적으로 쉬어지고 있었어. 그런데도 누가 내 옆에서 내 호흡을 따라하는 느낌이 들었고, 그 때문에 자꾸 턱이 굳는 것 같았어.

얼마 뒤에야 복도 끝에서 조교 목소리가 들렸어. “다들 조용히. 손전등 금지.” 그 말이 너무 짧고 딱딱해서, 마치 이미 상황을 알고 있는 사람처럼 들리더라. 그런데 조교는 우리 조만 점검하고 바로 돌아갔고, 옆 조에 대해선 아무 말도 없었어. 그날 아침 식사 시간에도 옆 조 인원은 명단에서 빠져 있었고, 훈련 일과는 정상처럼 흘러갔지. 다들 “아, 다른 데로 옮겼나 보다” 하고 넘기려 했지만, 나는 그럴 수가 없다고 느꼈어. 누가 이동했다는 흔적이 너무 선명했거든.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새벽 이후로 훈련소 방송이 더 이상 예전처럼 들리지 않았어. 점호 때 스피커에서 나오는 목소리가, 어느 날부터는 “지금 여기”라는 말처럼 들리더라고. 지금도 가끔 새벽에 너무 갑자기 조용해지면, 그때 문 바깥에서 손바닥이 눌리던 하는 소리가 떠오르거든. 꼭 누가 우리를 부르던 것처럼, 아니면 이미 누가 사라져 버렸는데 그 빈 자리가 아직도 남아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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