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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접수창구 CCTV가 고장인데도 자꾸 ‘저 사람’이라고 불렀다

2026-06-16 12:29:12 조회 9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처음엔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날 병원 접수창구 CCTV가 고장 난 걸 확인한 뒤부터 이상한 일이 계속됐다. 새로 온 접수 직원이 “화면이 안 보여요” 하길래, 나도 그냥 고장인가 보다 하고 넘어갔지. 그런데 그날 밤, 퇴근하고 나서도 머릿속에서 계속 같은 말이 맴돌았다. 접수창구에서 누군가를 부를 때마다, 직원이 유독 그 사람에게만 “저 사람”이라고 했다는 걸 뒤늦게 알아챈 거다.

사건이 시작된 건 낮 근무 중이었다. 병원은 생각보다 바쁘지 않은 편인데, 오후가 되면 외부 손님이 늘었다. 그날도 접수창구에 환자 한 명이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은 평소처럼 이어졌다. 그런데 접수 직원이 환자 정보를 확인하던 중, 이름을 부르는 대신 “저 사람, 진료카드 여기로 받아가세요”라고 말하더라. 나는 그 순간 ‘말이 새었나’ 싶었는데, 곧 같은 패턴이 이어졌다. 이름을 물을 때도 “성함은… 저 사람 맞으세요?” 같은 식으로 들렸고, 환자 쪽도 아무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 환자는 대체로 조용했다. 표정이 굳어 있다기보단, 그냥 멍하니 창구 쪽을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접수대 위에 놓인 예약표를 확인하는 손길도 느렸고, 직원이 말을 걸면 그제야 반응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더 신기한 건, 그 사람이 접수창구를 떠날 때마다 직원이 꼭 같은 방식으로 말했다는 점이다. “저 사람 진료실로 들어가셔요. 다음 분은….” 이런 식으로, 마치 화면 바깥에서 누가 시키는 것처럼 굳어진 말투였다.

나는 문득 CCTV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 병원에는 접수창구 위쪽에 모니터가 하나 있는데, 한동안 화면이 끊겨 있었다. 수리 요청을 했다는 말은 들었지만, 실제로 고쳐졌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런데 CCTV가 고장인 날, 그 “저 사람” 호칭이 더 자주 나왔다는 걸 누가 먼저 눈치챘는지 잘 모르겠다. 당시엔 다들 그냥 피곤해서 습관이 나온 거라고 치부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그 말이 계속 신경에 걸렸다.

며칠 뒤, 내가 교대 끝나고 카운터 뒤쪽을 정리하는데 직원이 혼잣말처럼 말하는 걸 들었다. “CCTV가 고장이라서… 누가 들어왔는지 모르겠잖아. 그래서 매번 ‘저 사람’으로 부르게 되나 봐.” 그 말이 끝나자마자, 옆에 있던 다른 직원이 “그건 핑계지”라고 웃으며 넘기긴 했는데, 웃음이 오래가지 못했다. 그 표정이 너무 굳어 있었거든. 마치 누가 이미 알고 있다는 걸 들킨 것처럼.

그날부터 나는 접수창구 쪽 화면 없는 사각지대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병원은 생각보다 복도가 넓고, 접수대 뒤편에서 진료실로 이어지는 동선이 있다. CCTV가 고장이라면, 사람의 출입을 확인하는 건 결국 직원의 눈과 기억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문제는 “기억”이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거다. 어떤 날은 분명히 오전에 왔던 사람이 오후에도 또 있는 것처럼 보였고, 반대로 분명히 퇴장한 사람이 다시 창구 앞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었다. 나는 괜히 의심하기 시작했고, 그 의심이 다시 ‘저 사람’이라는 말로 연결됐다.

어느 저녁, 접수 직원이 휴식 중이던 나를 붙잡더니, 모니터 쪽을 가리켰다. 화면이 꺼져 있는 게 아니라, 고장이라기엔 이상하게도 특정 시간대만 끊겼다. 딱 몇 분, 영상이 ‘찍히는 척’ 하다가 다시 멈추는 것 같았다. 그때 직원이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가끔… 화면이 멈추기 직전에, 저기 창구 앞에 ‘누가’ 서 있는 게 보여요. 근데 정작 모니터가 멈추면, 실제로는 그 사람이 없어요.” 그리고 덧붙였어. “그때마다 저 사람이 먼저 와 있었던 것처럼, 내가 이름을 찾기보다 그냥 ‘저 사람’부터 말하게 돼요.”

그 이후로는 사건이 ‘사람이 이상하다’에서 ‘병원이 이상하다’ 쪽으로 굴러가기 시작했다. 접수창구에서 호출하는 소리가 들리는데, 환자들이 안내 방송을 따라가다가도 어느 순간 멈칫하는 일이 늘었다. 마치 이름을 듣고 움직이려다가, 호칭이 너무 포괄적이라 길을 잃는 느낌. 그리고 무엇보다, 그 “저 사람”을 부르는 타이밍이 CCTV가 멈춘 시간대와 거의 겹쳤다. 우린 그걸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 자주 겹쳤다. 수리 기사도 왔지만, 고장 원인을 찾지 못했다는 말만 남았다. 어쩌면 원인이 “밖”에 있는 게 아니라 “안”에 있던 건지도 모르겠지.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건, 내가 퇴근하기 직전 창구 유리 너머로 본 장면이었다. 새벽까지 야근하던 게 아니라, 평범하게 마무리하고 복도를 지나는데 접수창구 쪽에서 또 “저 사람”이라는 말이 들렸다. 분명히 CCTV는 고장이라고 했는데, 그 말이 나오기 전 모니터가 아주 잠깐 켜진 것처럼 빛이 번쩍였거든. 나는 고개를 돌렸지만, 창구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직원은 계속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고, 입 모양만 바쁘게 움직이는데 소리는 자꾸만 ‘저 사람’만 반복됐다. 그 다음 순간, 접수대 옆 시계 초침이 이상하게 느리게 굴러가다 한 박자 늦게 따라오는 느낌이 들었고, 그 뒤로는 병원에 들어오는 발걸음 소리도 잠깐씩 끊겼다.

그날 이후로 나는 접수창구 앞을 지나갈 때마다, 누군가가 이름을 부르는 게 아니라 “저 사람”을 부르는 장면을 상상하게 됐다. 누가 와서 누가 가는지 CCTV가 아니라 말투로 추적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 병원은 결국 사람을 ‘확인’하는 게 아니라 ‘지정’하는 곳이 되는 거잖아. 그래서 가끔은, CCTV가 고장이라서가 아니라 CCTV가 고장인 척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그리고 그때마다 내 등 뒤가 차갑게 식는다. “저 사람”이라고 불릴 사람은, 늘 내 옆에 있는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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