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집 마당 우물가에 매일 놓이는 배달음식 용기
시골집 마당 우물가에 배달음식 용기가 매일 하나씩, 그것도 거의 같은 시간에 놓이기 시작했어. 처음엔 바람에 날려온 건가 싶었는데, 다음 날엔 아예 뚜껑까지 덮인 채로 비닐봉지에 들어 있더라. 문제는 우리 집이 마당 우물가를 쓰는 사람도 없고, 그 주변이 차도랑도 한참 떨어져 있어서 누가 일부러 두지 않으면 설명이 안 되는 위치였다는 거야.
사건은 대충 한여름쯤 시작됐어. 새벽에 깼다가 창문 밖을 보려는 습관이 있는데, 그날은 유난히 고요해서 더 선명하게 들렸지. 뭔가 “툭” 하고 내려놓는 소리. 그다음에 발소리가 잔디를 스치며 멀어지는 것 같았어. 나는 혹시 동네 아이들이 장난 치나 싶어서 가볍게 현관문을 열었고, 마당 우물가에 하얀 스티로폼 용기 하나가 딱 놓여 있었어.
용기엔 음식이 들어 있었는지, 아니면 이미 식은 걸 누가 비워두고 가져간 건지 애매했어. 뚜껑을 열어보면 냄새는 분명히 음식 냄새였는데, 기름기 같은 건 이상할 정도로 얇게 남아 있었거든. 그리고 제일 찜찜했던 건 주소나 주문 메모가 안 보인다는 점이야. 포장 택배처럼 보이긴 했는데, 송장 스티커는 깔끔하게 떼어낸 것처럼 흔적만 남아 있었어. 그래서 나는 “누가 잘못 시킨 거겠지” 하고 넘기려 했지.
근데 그 다음 날, 똑같은 시간에 두 번째 용기가 놓였어. 이번엔 김밥 용기였고, 세 번째 날엔 치킨 포장지 같은 게 우물 가장자리 바닥에 닿아 있었어. 이상하게도 항상 우물가에서 시작하더라. 우물 주변 흙이 젖어 있거나 발자국이 남아 있는 것도 아니고, 용기만 딱 정중하게 놓인 느낌이라 더 소름이 돋았어. 마당에 CCTV를 달아볼까 하다가, 그 시골집은 전기랑 통신이 자주 끊겨서 설치하면 오히려 더 티날 것 같아 망설였고, 계속 확인만 했지.
며칠 지나자 패턴이 눈에 들어왔어. 용기는 전부 배달앱에서 시킨 것처럼 보이는데, 이상하게도 “우리 집 이름”으로는 절대 오지 않아. 결제 내역을 확인하면 주문 자체가 기록에 없거든. 누군가 실제로 주문을 넣은 뒤, 집에 오기 전에 중간에서 빼내서 우물가에 두는 건가 싶었는데 그건 너무 번거롭고, 무엇보다 발자국이 안 남아. 우물가에는 아침 이슬이 맺혀 있는데도, 용기 주변만 유난히 밟힌 흔적이 없었어.
어느 날은 내가 직접 나가봤어. 밤 열한 시쯤이었는데, 또 “툭” 하는 소리가 들리더라. 나는 겁을 참고 조용히 우물가로 걸어가 용기를 확인하려 했고, 그때 바람이 갑자기 멈추는 느낌이 들었어. 나무 잎이 멈칫한 것처럼 소리가 꺼졌는데, 용기 근처에서 아주 잠깐 검은 그림자가 스치듯 지나가는 걸 봤거든. 딱 사람이 움직인 정도의 모양이었는데, 얼굴 같은 건 보이지도 않았어. 그저 누군가가 “놓고 가는” 동작만 했다는 걸 알려주는 것 같았지.
용기를 다시 살펴보면 늘 뭔가가 빠져 있어. 포크나 젓가락이 없다거나, 물티슈가 뜯겨져 있거나, 배달 스티커는 다 떼어진 상태로 놓여 있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항상 한 가지는 남아. ‘환불/취소’ 같은 문구가 손글씨로 적힌 작은 종이 조각이 용기 옆에 붙어 있었어. 누가 장난처럼 적는 걸까 싶다가도, 글씨가 매일 달라지지 않았어. 같은 사람의 필체 같은데, 그 글씨가 비닐 위를 긁어가며 붙인 것처럼 유난히 오래된 느낌이 났어.
나는 결국 전날부터 준비해서 기다렸어. 새벽에 잠깐 깼을 때부터 조용히 거실 불을 끄고 현관 쪽으로 귀를 기울였지. 바람 소리가 줄어드는 순간, 다시 그 “툭” 소리가 났어. 이번엔 내가 먼저 걸어가려 했는데, 우물가 쪽에서 이상하게도 바닥이 반짝이는 것처럼 보였어. 이슬이 반사되는 건가 했는데, 반사되는 방향이 이상했어. 내 쪽이 아니라, 우물 안쪽을 향해 빛이 모이는 느낌이랄까. 나는 숨을 삼키고 용기 위를 확인하려는 찰나, 손에 힘이 풀리듯 몸이 멈췄어. 마치 누가 “지금은 만지지 말라”는 신호를 준 것처럼.
그 뒤로 용기는 계속 놓이긴 했는데, 내가 나가서 확인하는 횟수가 줄어들었어. 대신 우리 집에 이상한 일들이 따라붙었지. 우물가 쪽만 유독 냄새가 달라지고, 바닥에 물이 고이려 하면 꼭 용기를 두고 난 자리만 마르지 않았어. 무엇보다, 그 종이 조각의 글씨가 어느 날부터는 점점 흐려지기 시작했어. 마치 누군가가 종이를 붙일 손이 점점 약해지는 것처럼.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놓인 날, 용기 옆에 붙어 있던 종이엔 딱 한 줄만 남아 있었어. “배달은 왔는데… 받는 사람이 없네.”
그 한 줄을 읽고 나서부터는, 내가 그 우물가를 볼 때마다 용기가 먼저 떠오르는 게 아니라, 거꾸로 “누가 기다렸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더라.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자리로, 꼭 누군가의 마음만 배달되는 것 같았거든. 시골집 마당의 우물은 늘 그 자리에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그 자리를 지켜야 하는 쪽이 된 기분이 들었어. 아직도 가끔 새벽에 마당이 조용해지면, 나는 일부러 문을 잠그고도 들리나 싶어서 귀를 기울여. 그리고 그 소리가 나지 않는 날이 오면, 오히려 더 불안해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