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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거래로 산 의자에서 스피커처럼 미세한 소리가 났다

2026-06-17 00:29:13 조회 12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중고거래로 산 의자에서 스피커처럼 미세한 소리가 났다. 처음엔 진짜 별거 아닌 줄 알았어. 택배 뜯고 나서 책상 옆에 세워두는데, “지이이…” 하는 아주 얇은 잡음이 계속 들리는 거야. 마치 누가 작은 스피커에 전원을 켜놓고 볼륨을 거의 0으로 해둔 것처럼, 거슬릴 만큼 또렷하진 않은데 계속 존재감이 느껴졌다.

의자는 생활기스 좀 있고, 상판이랑 등받이 천이 좀 낡은 편이었는데 상태는 괜찮아 보여서 바로 사용했어. 나는 귀가 예민한 편도 아니라서 처음엔 “전선 어딘가 스치나?” 싶었지. 근데 이상한 건 그 소리가 방 안 여기저기 돌아다니면 같이 따라오는 느낌이 아니라, 의자에 가까이 가면 더 잘 들리고, 멀어지면 오히려 희미해지는 거야. 손으로 의자를 톡 치면 소리가 잠깐 끊기는 듯했다가 다시 이어졌고.

처음 며칠은 그냥 ‘브랜드 불량’이나 ‘내부 부품 마찰’ 같은 걸로 넘겼어. 의자 안쪽을 한 번 봤는데, 눈에 띄게 고장 난 전선이나 부품은 없었거든. 그런데 등받이 아래쪽, 쿠션을 살짝 들추면 아주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어. 마치 뭔가가 아주 약하게 떨고 있는데, 그 진동이 금속 프레임을 타고 소리로 새는 느낌. 그래도 이상하게 “소리의 주파수”가 일정했어. 사람 목소리처럼 들리진 않지만, 규칙적으로 유지되는 게 신기했어.

나는 의자에서 나는 소리를 잡아보려고 인터넷을 뒤졌지. “의자에서 잡음, 진동, 스프링 소리” 이런 식으로 찾아봤는데 대체로 마찰음이나 헐거운 부싱 얘기뿐이더라. 그래서 의자를 완전히 분해해볼까 했는데, 업체가 아니라 개인 간 거래라 조립 방식도 애매했고, 나사 하나만 헛돌아도 더 망가질 것 같아서 미루게 됐어. 대신 의자 다리에 고무패드를 붙이고 앉을 때 무게 중심도 바꿔봤다. 그런데 소리는 줄지 않았고, 오히려 앉는 자세가 바뀌면 “지이이”의 길이가 달라지는 느낌이었어.

그때부터 이상한 생각이 들었어. 단순 잡음이면 앉을 때마다 들쭉날쭉해야 정상인데, 그 의자는 내가 앉는 타이밍에 맞춰 “시작”과 “멈춤” 같은 구분이 생기는 것처럼 느껴졌거든. 예를 들면, 내가 자리 잡고 키보드 치기 시작하면 소리가 거의 바로 따라오고, 잠깐 일어나서 방을 나가면 소리가 사라졌다가 다시 돌아오면 같은 패턴으로 이어졌어. 누가 리모컨으로 켜고 끄는 느낌 같은 게 아니라, 의자가 나를 인식하는 것처럼… 너무 과장 같지만 그런 쪽으로 생각이 꼬이더라.

그래서 결정적으로 확인하려고 휴대폰 녹음 앱을 켰어. 의자 옆에 두고 1분씩 녹음해봤는데, 이어폰으로 들어보면 실제로 ‘잡음’이라기보다 거의 일정한 톤이더라고. 특히 밤에 조용할 때 더 또렷해. 그리고 가끔은 일정한 톤 사이에 미세하게 “딱” 하는 짧은 신호 같은 게 섞였어. 나는 그걸 단순히 내부 부품이 튀는 건가 했는데, 더 소름이 돋는 건 그 “딱”이 내가 특정 행동을 했을 때만 반복된다는 거야. 예를 들어, 마우스를 클릭하고 나서 아주 짧은 시간 뒤에 같이 섞여 나오는 식으로.

여기서부터는 상상력이 아니라 그냥 불안이 커졌어. 중고로 산 물건은 결국 이전 사람이 쓰던 환경이랑 연결돼 있을 수 있잖아. 그래서 판매자에게 메시지를 보냈어. “의자에서 미세한 전자음 같은 게 나요. 제품에 이상 있는 거 같아요. 교환이나 반품 가능할까요?”라고만 물었는데, 답장이 오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거든. 그리고 답이 이렇게 왔어. ‘원래 그런 소리 없었는데… 혹시 전기 쪽 문제 아니에요?’ 이런 말. 그 뒤로는 읽씹도 하고, 결국 연락이 끊겼어.

나는 결국 의자를 더 이상 쓰지 못하겠어서, 안전하게 처리하려고 프레임을 다시 확인했어. 그런데 이번엔 눈에 보이지 않던 게 보였어. 의자 안쪽 천 아래, 잘 안 보이는 위치에 아주 얇은 검은 선 같은 게 있었고, 그게 프레임을 타고 어딘가로 이어져 있었어. 전선이라고 단정하긴 어려운데, 딱 봐도 “그냥 스프링이랑 천만 있는 구조”는 아니더라. 문제는 어디에도 배터리나 전원 포트가 있는 게 안 보였다는 거야. 그러면 대체 뭘로 소리를 만들고 있던 건지… 내가 몰랐던 기능이었던 건지, 아니면 누군가 임시로 장치를 숨겨둔 건지 상상만 늘어났지.

며칠 뒤, 나는 그 의자를 창고 비슷한 데에 넣어뒀어. 그리고 다시 방에 들어오면 의자에서 나던 톤이 없어질 줄 알았거든. 근데 이상하게도 그 소리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어. 창고 문을 열어 놓은 상태로 방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아주 희미하게 같은 톤이 따라오는 거야. 마치 공기 중 어딘가에 남아 있다가 다시 붙는 것처럼. 이건 귀가 착각일 수도 있지만, 나는 그 톤이 사라지는 대신 “거리만 멀어진다”는 느낌을 받았어.

그 뒤로 난 중고거래 물건 볼 때마다 더 조심하게 됐고, 특히 ‘이상하게 조용한데 계속 뭔가 느껴지는’ 물건을 피하게 됐어. 지금도 가끔, 밤에 방이 너무 조용해질 때면 의자에서 나던 그 얇은 스피커 톤이 떠올라서 심장이 덜컥해. 소리가 크지 않았던 게 오히려 문제였던 것 같아. 안 들리면 모를 텐데, 계속 존재하는 걸 알게 된 순간부터 끝까지 따라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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