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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앱에선 ‘완료’인데 현관 앞엔 항상 비어 있더라

2026-06-17 08:29:13 조회 19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배달앱에선 ‘완료’인데 현관 앞엔 항상 비어 있더라. 처음엔 내 착각인 줄 알았어. 알림은 딱 “배달 완료”로 찍히고, 기사님도 “문 앞에 두고 갑니다”라고 보내고, 난 그대로 현관문을 열었는데 아무것도 없었거든. 신발장 옆, 우편함 옆, 경비실에서 맡았나 싶어 아래를 봐도 텅 비어 있었고, 앱엔 사진만 멀쩡하게 올라와 있었어. 그 사진 속엔 내 현관이 분명히 있었는데, 막상 내가 본 현관엔 아무 흔적이 없었지.

처음 한두 번은 바빴던 날이라 그러려니 했어. 혹시 내가 알림 늦게 받았거나, 기사님이 잠깐 사이 다른 데 두고 갔거나, 누군가 먼저 가져갔을 수도 있겠지 싶었거든. 근데 문제는 “배달 완료”가 뜬 시간대마다 내 현관 앞의 공기가 똑같다는 느낌이었어. 문을 열면 냄새가 없고, 박스나 비닐 자국도 없고, 뭐랄까… 이미 누군가 다녀간 뒤처럼 정돈된 비어 있음. 이상하게도 현관 앞에 뭔가가 있어야 할 타이밍인데, 항상 ‘없음’만 딱 남아 있었어.

그래서 나는 앱에서 자동으로 뜨는 사진을 유심히 보기 시작했어. 다행히도 사진이 흐릿하지 않은 날이 있었거든. 근데 사진 속 현관 손잡이와 내가 매번 만지는 손잡이의 각도가 달랐어. 사진에선 손잡이가 약간 위로 젖혀져 있는 것 같았고, 문 아래 틈새도 조금 다르게 보였어.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계속 확인하다 보니 내 눈이 거슬려 했어. ‘여긴 내 집인데, 왜 내가 열기 전 이미 달라져 있지?’ 같은 생각이 들더라.

세 번째쯤부터는 기사님에게 연락을 해봤어. “문 앞에 없어요, 사진 확인 부탁드립니다”라고 조심스럽게 보냈는데, 답장이 이상했어. “넣어드렸습니다. 사진도 찍었어요”라고 딱 한 줄. 그 뒤로는 읽지도 않고 끝이었지. 그래서 난 채팅창에서 다시 “혹시 다른 곳에 두셨나요?”라고 물었고, 그때는 “죄송합니다”만 오고 더 이상 말이 없었어. 앱엔 내가 문의한 기록이 남아 있고, 배달 완료 시각도 그대로 고정돼 있었는데, 현관 앞만 여전히 비어 있었지.

환불 처리 받는 건 쉬웠어. 대신 매번 ‘환불 완료’가 아니라 ‘환불 요청됨’으로 끝나는 경우가 있었고, 며칠 뒤엔 기묘하게도 내 결제 내역이 정상처럼 바뀌는 날이 있었어. 예를 들면 어제는 분명 환불 요청이 떠 있었는데 오늘 아침엔 “결제 완료”가 다시 반영됐다고 뜨는 식. 그래서 난 더 이상 단순 실수로 보기 어려워졌어. 누가 환불을 막는다고? 누가 내 현관 앞에서 물건을 가져가며, 앱엔 사진을 남기고, 동시에 환불까지 흔드는 거지?

그때부터 나는 현관 앞을 ‘사건 현장’처럼 관찰했어. 물론 CCTV 같은 건 없어서, 대신 현관문 주변에 작은 표시를 해뒀지. 문턱에 종이 조각을 세워 놓거나, 신발장 한 칸에 비닐을 끼워 “움직였는지”를 보려 했어. 그리고 그날도 배달앱은 완료가 떴어. 알림이 오자마자 문을 열기 전에 표시를 먼저 봤는데… 종이 조각이 반듯하게 놓여 있었고, 비닐도 그대로였어. 그런데 문을 열고 나면 현관 앞은 비어 있었고, 마치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깔끔했지. 누구 손이 지나갔는데도, 왜 표시만 건드리지 않은 걸까.

어느 날은 너무 궁금해서 현관문 밖을 직접 확인하려다 말았어. 문을 살짝만 열고 밖 복도를 보는데, 아무도 없더라. 근데 그 순간, 복도 조명 아래에서 종이 같은 게 한 번 ‘바스락’ 하고 움직이는 게 느껴졌어. 소리만, 공기만 스치고 지나가는 느낌. 내가 문을 완전히 열자마자 그 움직임은 사라졌고, 바닥엔 아무 것도 없었어. 그리고 앱 사진은 또 떳지. 이번 사진은 특히 선명했는데, 현관 앞이 비어 있는 상태에서 찍힌 것처럼 보여. 사진 속엔 분명 물건이 있어야 할 자리만 텅 비어 있고, 문 앞은 내가 보기에도 너무 깨끗했어. 그래서 난 그제야 소름이 확 올라왔어.

그 다음부터는 ‘배달앱 완료’ 알림을 받을 때마다 심장이 먼저 뛰더라. 배달이 늦어지는 것보다, 배달이 없는데도 완료가 찍히는 게 더 무서웠어. 내가 문을 열기 전부터 이미 누군가가 다녀간 것 같은데, 흔적은 남지 않아.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현관의 비어 있음은 매번 똑같아. 어떤 날은 바람 냄새도 없고, 어떤 날은 열기조차 없는데, 마치 내가 열기 전에 이미 공기가 정리된 것처럼 느껴져. 물건이 없는데 완료만 남는 그 시간이 계속 반복되는 게… 그냥 사소한 실수로는 안 보이더라.

결국 나는 배달을 끊었어. 환불이야 계속 받을 수 있는데, 계속 확인하게 되는 그 집안 분위기가 너무 이상했거든. 그런데도 이상하게, 주문 안 한 날에 앱에서 “최근 배달 완료” 알림이 한 번씩 떠. 처음엔 삭제하려고 했는데, 지우면 다시 뜨고, 기록을 누르면 내 현관 사진이 그대로 남아 있었어. 마지막으로 남은 건 사진 한 장이었는데, 현관 앞이 비어 있는 상태에서 찍혔고, 문 손잡이 각도가 또 달랐어. 그 사진을 보고 한참 멍하니 있다가, 문득 생각했지. 혹시 내 집 현관이 아니라, 앱이 ‘완료’라고 찍어버린 어떤 자리에 내가 서 있는 건 아닐까. 그래서 지금도 알림이 뜨면, 나는 문을 열기 전에 먼저 숨을 고르고… 문 앞의 비어 있음부터 확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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