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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진열대 맨 끝 상품만 자꾸 같은 방식으로 다시 놓여

2026-06-17 12:29:09 조회 21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어제도 편의점 문을 열자마자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진열대 맨 끝 상품이었어. 난 그냥 우유나 간식 고르려고 들어간 거였는데, 계산대 앞까지 가는 내내 그쪽만 자꾸 신경이 갔거든. 진열대 맨 끝, 늘 같은 구성으로 있던 그 상품이… 내가 보는 순간마다 똑같은 위치에 다시 놓여 있더라.

처음엔 내가 잘못 본 줄 알았어. 편의점 알바가 정리하다가 잠깐 다른 데 옮겼을 수도 있으니까. 근데 막상 내가 집어 들었을 때, 손잡는 감촉이랑 모서리 각도까지 똑같았어. ‘아, 진짜 똑같네’ 싶을 정도로. 그리고 계산하려고 다시 진열대를 훑는 순간, 아까 내가 뽑아 본 맨 끝 상품이 정확히 그 자리로 돌아가 있었어.

물건을 다시 확인하려고 맨 끝까지 다가가 보니까, 진열대에는 아무도 없었어. 카운터 쪽에서 알바가 뒷정리 중인 소리가 들리긴 했는데, 저쪽까지 올 사람은 아니었거든. 더 이상하다 싶어서 내가 계산을 하고 나오는데, 문 닫히는 소리 다음으로 아주 조용하게 ‘툭’ 하는 느낌이 들었어. 그게 진열대 쪽에서 났다는 확신이 있었어.

집에 와서도 계속 생각이 났지. 그래서 오늘, 일부러 그 편의점에 다시 들렀어. 같은 시간, 같은 요일. 이번엔 더 노골적으로 확인하려고 맨 끝 상품을 일부러 빼서 바닥 근처까지 내려놔 봤거든. 그리고 일부러 계산대에 가서 오래 기다리는 척하면서, 시선으로만 진열대를 계속 봤어. 그런데 내가 고개를 잠깐 돌린 사이, 물건이 다시 제자리였어. 그것도 내가 빼 둔 것처럼 ‘정확히 같은 각도’로.

알바가 와서 정리하는 모습도 못 봤고, 진열대가 자동으로 회전하는 구조도 아니야. 그 편의점은 그냥 일반 선반이고, 맨 끝은 다른 칸보다 살짝 어긋나게 진열되어 있어서 손님들이 잘 안 손대는 편이었어. 그런데 그걸 굳이, 매번 똑같은 방식으로 되돌려 놓는 느낌이랄까. 마치 누가 ‘원래 자리’라는 걸 알고 있는 것처럼.

세 번째 날부터는 패턴이 더 선명해졌어. 내가 들어오는 순간에 이미 맨 끝 상품이 다른 날보다 더 ‘가지런한 상태’로 세팅돼 있더라. 방금 누가 정리한 듯, 라벨 방향이 아주 정확히 맞춰져 있었고, 옆에 있던 상품들과의 간격도 일정했어. 그리고 내가 손을 뻗는 타이밍에 맞춰서 그 맨 끝만 미세하게 흔들리는 기분이 들었어. 눈으로 보면 안 흔들리는데, 손으로 잡으려고 할 때만 ‘아, 지금 움직였구나’라는 감각이 올라오더라고.

한 번은 용기를 내서 알바에게 물어봤어. “여기 맨 끝 상품만 자꾸 다시 놓이더라구요. 혹시 정리할 때 따로 하나요?” 알바는 그냥 웃으면서 “아, 그런 거 없어요. 저희는 손님이 만지면 다시 보기 좋게만 정리해요”라고 했어. 그런데 그 말이 이상했어. 만진 사람이 없는데도, 만진 것처럼 되돌아가 있는 상황이었거든. 내가 질문한 뒤에도, 알바가 카운터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맨 끝이 ‘툭’ 하고 제자리로 들어갔어.

그날 밤에 인터넷 검색을 하다 말고, 그냥 전에 들었던 얘기가 떠올랐어. “사람이 없는 곳에서 반복되는 물건 위치” 같은 이야기는 늘 있었잖아. 근데 보통은 누군가가 장난치는 거거나, CCTV 각도 문제라고들 하잖아. 근데 이건 CCTV가 있더라도, 카운터 너머 저쪽 진열대가 사각지대가 아니면 설명이 잘 안 돼. 무엇보다 ‘내가 만지는 타이밍’에 맞춰 되돌아온다는 게, 장난으로는 너무 정확했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가봤는데, 이제는 일부러 아무것도 안 하려고 했어. 그냥 입구에서 멈춰 서서 진열대를 쳐다만 봤지. 시간이 꽤 지나서, 알바가 청소하러 나가는 걸 확인했거든. 그때야 맨 끝 상품이 아주 천천히, 마치 숨이 쉬듯이 바뀌기 시작했어. 그리고 내가 깜빡한 찰나에, 물건은 처음 있던 위치로 돌아가 있었고, 그 옆칸의 라벨까지 맞춰진 상태였어. 나는 그 순간 확신했어.

편의점이 아니라, 진열대 맨 끝이 뭔가를 ‘기다리고’ 있다는 느낌. 다음에 누군가 그 상품을 집어 드는 순간, 똑같이 돌아가야 하는 규칙이 있는 것 같았어. 그리고 제일 무서운 건… 그 규칙을 지키는 손이, 항상 보이지 않는다는 거야. 오늘도 그 자리 그대로일까, 아니면 또 누군가의 손끝에서 시작될까, 생각하면 자꾸 목이 마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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