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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이등병이 자꾸 내 침상을 ‘정리’해 갔어

2026-06-17 16:29:12 조회 18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군대에서 이등병이 자꾸 내 침상을 ‘정리’해 갔어. 처음엔 내가 정리 안 해 둔 걸 지적하려는 건가 싶어서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이상하게도 그 이등병은 매번 내 물건을 ‘고쳐 놓는’ 게 아니라, 마치 내 침대가 원래부터 그렇게 배치되어 있었던 것처럼 되돌려 놨어. 아니, 되돌린다기보다 “이게 맞지”라고 확신한 손길로.

사건은 일과 끝나고 취침 점검 시간 직전에 시작됐어. 나는 막 상자에서 개인 물건 꺼내 정리하려고 했는데, 그 이등병이 먼저 내 침상 앞에 서더니 조심스럽게 이불 모서리를 당기고 베개 위치를 딱 맞췄어. 말은 안 했고, 그냥 고개만 끄덕이더라. 순간엔 ‘선임처럼 보이는 사람’도 아니고 같은 동기라 그냥 예의겠지 싶었지. 근데 그때 침상 옆에 두었던 건 분명 다른 위치에 있었는데, 그 이등병 손이 닿는 순간부터 내 기억이 흐릿해졌어. 내가 원래 거기에 두었나? 싶을 정도로.

다음 날도 똑같았어. 아침 점호 끝나고 복귀하면 내 침상은 늘 단정하게 정리돼 있었는데, 유난히 ‘깔끔함’이 과했어. 내 양말은 신발장에 넣어 둔 적이 없는데 침상 아래에 가지런히 놓여 있거나, 사물함에서 꺼내 둔 물건이 꼭 필요한 것만 남기고 나머지는 정해진 칸에 들어가 있더라. 나는 어차피 내 개인 정리니까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부터는 내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만 그게 일어나더라. 내가 눈을 떼는 그 틈을 딱 골라.

처음엔 그냥 성격 차이겠지 했어. 근데 이등병은 나한테 말을 거의 안 했고, 대신 자꾸 침상 주변만 돌면서 손으로 ‘선’ 같은 걸 맞추는 느낌이었어. 침대 끝선, 이불 접힌 모서리, 베개가 벽에서 떨어진 거리… 그게 사람마다 저마다 다른데, 그 이등병 손은 무조건 똑같은 기준으로 정렬했어. 나는 그 기준이 뭔지 몰랐고, 오히려 몰라서 더 찝찝했어. 어떤 날은 내가 분명히 왼쪽에 둔 칫솔이 오른쪽에 있는 걸 보고, ‘아 내가 반대로 놨나?’ 하고 스스로를 의심했거든.

그런데 제일 이상했던 건, 이등병이 침상을 정리할 때마다 내 방 안의 소리도 같이 바뀐다는 느낌이야. 보통은 사병들 발소리, 옷 마찰, 누군가 뒤척이는 소리 같은 게 섞여 있는데, 그가 침상 앞에 오면 이상하게도 주변이 잠잠해졌어. 내가 멀쩡히 듣고 있는 건데도 귀가 먹먹해지는 느낌. 그리고 손길이 끝나면 다시 소리가 돌아왔지. 마치 누가 볼륨을 낮췄다가 올리는 것처럼.

나는 결국 참다 못해 물어봤어. “어제도 내 거 정리했지?” 하고 장난 섞인 말투로. 그 이등병은 잠깐 멈칫하더니, 되게 평범한 얼굴로 “대위에요”라고 했어. 근데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설명을 안 해. 대위가 뭔지 군대식 농담이라도 하는 건가 싶었는데, 나는 그 단어를 듣는 순간 묘하게 등골이 서늘해졌어. 내가 속한 중대엔 ‘대위’라는 직책도 없고, 누가 그렇게 부르던 기억도 없었거든.

그날 밤은 잠을 거의 못 잤어. 내 침상 옆을 계속 보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눈을 감지 않으려 했는데, 피곤이 몰려오면 눈꺼풀이 내려앉는 게 아니라 ‘감아야만 할 것처럼’ 느껴졌어. 마치 누가 “잘 시간”이라고 명령하는 것처럼. 결국 한 번 눈을 감았는데, 잠깐 사이에 누군가 내 침상 위로 지나간 감촉이 느껴졌어.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이불이 딱 정리되는 느낌이… 그리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지도 않고 그냥 “정위치” 같은 말을 속삭이는 듯한 공기가 스쳤어.

다음 날엔 더 확실한 걸 봤어. 나는 어젯밤에 분명히 침상 위에 올려 둔 작은 메모지를 찾을 수 없었거든. 메모지엔 내가 다음 근무 서는 날을 적어 둔 거였는데, 사물함에도 없고 어디에도 없었어. 그런데 침상 아래, 내가 평소에 절대 넣지 않는 공간에 아주 얇게 끼워져 있더라. 누가 손으로 ‘끼운’ 게 아니라,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던 것처럼 얌전히. 게다가 그 메모지의 모서리는 누군가 접어 둔 것처럼 정확히 각이 잡혀 있었고, 내 손글씨인데도 글자 몇 개는 내가 쓴 기억이 없는 방식으로 정렬돼 있었어.

그 뒤로 나는 이등병이 내 침상을 볼 때마다 시선이 아니라 ‘거리’를 의식하게 됐어. 베개는 벽에서 몇 센치, 이불은 모서리가 어디까지… 같은 기준을 계속 맞추는데, 그 기준이 누군가의 규칙이 아니라 ‘누군가가 사라진 자리’에 맞춰진 것 같았거든. 그래서인지, 어느 날부터 내 침상은 점점 익숙해지는 대신, 더 낯설어졌어. 내가 누워 있으면 몸은 편한데, 마음은 계속 “여기 맞춰져 있지 않다”는 감각으로 흔들렸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소름 돋았던 순간이 있어. 나는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까 내 침상이 정리된 상태로 멀쩡히 있는데도, 이상하게도 내 손에 쥐어진 물건이 없더라. 보통은 내가 잠결에 잡고 있다가 놓치는 물건이 하나는 남는데, 그날은 딱 비었어.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가 어젯밤에 분명 메모지를 손바닥에 쥐고 있었던 게 기억났거든. 근데 그 메모지가 사라진 게 아니라… 침상 어딘가에 들어간 게 아니라, 내 기억 속에서 먼저 정리된 것처럼 느껴졌어. 지금도 가끔, 그 이등병이 내 침상 앞에서 손을 뻗던 방향을 떠올리면 눈앞이 멈칫해. 침상은 누가 정리한 게 아니라, 누군가의 ‘자리에 맞춰진’ 것처럼 남아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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