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버튼 누르자마자 층표시가 바뀌는 게 느껴졌어
엘리베이터 버튼 누르자마자 층표시가 바뀌는 게 느껴졌어. 진짜로 “찰칵” 소리 나기도 전에 숫자가 딱 바뀌는 거 있잖아? 그날 내가 탄 엘리베이터는 그게 너무 빠르고, 너무 매끈해서… 그냥 이상한 느낌이 아니라, 뒷목이 서늘해지는 종류였어.
나는 늦은 저녁에 사무실 건물을 내려가려고 1층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었어. 엘리베이터 버튼은 늘 그렇듯이 손 올리면 가볍게 반응하고, 그 다음에 층표시가 천천히 움직이잖아. 근데 그날은 대기 중인데도 버튼을 누르는 순간, 마치 누가 옆에서 리모컨으로 조작한 것처럼 층표시가 “5”에서 “4”로 바로 넘어갔어.
처음엔 내가 멈칫한 사이에 누가 다른 층을 호출했나 싶었지. 그래서 다시 한번 버튼을 눌렀어. 내가 가려는 건 3층이었거든. 버튼을 누르는 손끝 감각이 아직 남아있는데, 디스플레이 숫자가 “4”에서 “3”으로 바뀌었어. 엘리베이터가 움직이기 시작하는 진동 같은 건 분명히 아직 없었는데도 말이야.
그제야 주변을 봤는데, 로비에 나 말고는 거의 아무도 없었어. 마감 시간이 지나서 사람들이 다 빠지고, 안내데스크 쪽에 직원 한 명이 앉아 있었는데 그 사람은 핸드폰만 보고 있었거든. 내가 눈길을 주자마자 고개를 살짝 돌리긴 했는데, 표정이 “뭐지?”가 아니라 그냥 무표정으로 굳어있었어. 이상하게 그 표정이 오래갔어.
문이 열리길 기다리는데, 엘리베이터가 문을 열기 전에 먼저 “3”에서 “2”로 내려갔어. 그 순간이 진짜로 좀… 설명이 어려워. 원래는 문이 열리고, 탑승하고, 내부에서 버튼 누르면 층이 변하잖아. 그런데 나는 아직 탑승도 안 했고, 호출도 내가 막 누른 직후였는데도 숫자가 계속 넘어가. 마치 누군가가 이미 엘리베이터 안에서 다음 동작을 정해둔 것처럼.
그래서 나는 얼른 타려고 문 앞까지 다가갔어. 손을 뻗으니 문이 열리면서 휙 하고 차가운 공기가 얼굴을 스치더라. 근데 안이 비어 있어야 하는데, 켜져 있어야 할 조명 하나가 희미하게 깜빡이고 있었어. 그리고 층 표시가 여전히 “2”에 멈춰있는데, 나는 분명 3층 버튼을 눌렀잖아. 그 차이가 자꾸만 머리에 걸려.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천장 쪽 스피커에서 아주 작은 잡음이 났어. “지지직” 같은 거 말고, 거의 숨소리처럼 짧게 끊겼다가 다시 이어지는 소리. 나는 그 소리를 듣고도 크게 놀라진 못했어. 오히려 이상하게도 내가 이미 눈치채고 따라가는 느낌이었거든. 내가 버튼을 누르면, 엘리베이터가 ‘이미 다음 장면’을 알고 있는 것처럼.
문이 닫히고 이동이 시작되면서, 층표시가 “2”에서 “1”로 넘어갔어. 나는 당연히 “3”으로 가야 하니까 당황해서 다시 3층 버튼을 눌렀는데, 그 순간 버튼 램프가 반응하지 않았어. 눌렀는데도 안 켜져. 대신 층표시가 “1”에서 “0”으로 바뀌는 걸 봤어. 우리 건물은 지하가 1층까지라서 0이라는 표기가 원래 없는데도 말이야.
그때부터는 진짜로 행동이 빨라졌어. 문이 열릴지 몰라서 버튼을 계속 눌렀는데, 3층/2층/1층 다 먹히는 게 아니라 디스플레이만 계속 바뀌었어. 특히 “0”에서 멈추지 않고,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숫자가 다른 값으로 번쩍였어. 나는 그 숫자가 뭔지 제대로 읽지 못했는데, 머릿속에 남은 건 “내가 누른 층이 아니라, 엘리베이터가 고른 순서로 움직였다”는 감각이었어.
결국 문이 열리기 직전에, 차가 한 번 덜컥하면서 멈췄어. 그리고 층표시가 다시 “3”으로 돌아왔지. 나는 그 순간 안도하면서 얼른 내리려고 문 쪽으로 갔는데, 그때 스피커에서 이번엔 더 또렷한 소리가 나왔어. 말은 아니고, 아주 짧은 톤이 한 번 올라갔다가 내려가는… 마치 “맞지?” 같은 리듬. 그 리듬이 너무 사람 같아서, 내가 설마 착각한 게 아닌가 싶다가도 등줄기가 서늘해지더라. 문이 열리고 3층 복도가 보였는데, 그 복도 끝 유리창 너머로 로비의 나머지 사람들이 보일 각도인데도 이상하게 로비는 아무도 없어 보였어. 그날 이후로는 엘리베이터 버튼 누르기 전에 손을 잠깐 멈추게 됐고, 아직도 가끔 층표시가 내 손보다 먼저 바뀌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