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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 벽지 무늬 사이로 손자국이 생긴 다음날

2026-06-18 16:29:12 조회 8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원룸 벽지 무늬 사이로 손자국이 생긴 다음날, 나는 그게 그냥 먼지나 얼룩인 줄 알았다. 근데 그게 매번 같은 자리, 같은 모양으로만 생기니까 웃기면서도 등골이 서늘해졌다. 처음엔 퇴근하고 현관문 열었을 때부터 벽지 쪽에서 미세하게 ‘툭’ 하는 느낌이 났는데, 소리도 그렇고 냄새도 그렇고 그냥 방이 오래된 집 특유의 곰팡이 냄새랑은 결이 달랐다.

이 원룸은 벽지가 좀 오래되긴 했는데, 무늬가 반복되는 타입이라 청소하면 티가 잘 안 났다. 손자국이 생긴 건 침대 바로 옆 벽이었다. 무늬 사이사이에 끼어 있는 색이 눌린 것처럼 짙어져 있었고, 손가락 다섯 개가 퍼진 형태가 남아 있었다. 문제는 ‘손가락이 닿은 만큼만’ 무늬가 뭉개져 있다는 거였다. 마른 수건으로 문질러도 지워지질 않았고, 물을 살짝 묻혀 닦아보면 오히려 테두리가 더 또렷해졌다.

나는 밤새 잠을 못 잤다. 손자국이 생긴 날 저녁에 누가 몰래 들어왔나 싶어서, CCTV 앱을 켰다. 근데 내 방 문은 출입 통제가 아니라 공유기 촬영이 애매하게 각도가 꺾여 있어서, 문 바로 옆은 화면에 잘 안 잡혔다. 대신 복도는 찍히는데 복도 쪽엔 아무도 없었고, 이상한 점은 소리가 없었다는 거였다. 창문도 잠겨 있었고, 방충망도 건드린 흔적이 없었다.

다음날 아침, 출근 준비하면서 벽을 한 번 더 봤다. 전날 있던 손자국이 그대로인데, 그 옆으로 한 개가 더 생겨 있었다. 이번엔 손바닥 전체가 아니라 손가락만 길게 눌린 모양이었고, 위치가 전날 손자국에서 딱 한 뼘 옆으로 이동해 있었다. 마치 누가 벽지의 무늬를 손으로 더듬어가며 ‘닿는 지점’을 시험하는 것 같았다. 나는 순간적으로 벽을 뜯어야 하나 고민했는데, 벽지가 생각보다 단단히 붙어 있어서 무작정 뜯으면 소음이 나고, 관리비 문제도 생길 것 같아서 그냥 사진만 여러 장 찍었다.

그날 점심엔 회사 사람한테 농담처럼 말했는데, 다들 “그런 거면 습기나 압착 자국일 수도 있지”라고 했다. 그래서 집에 돌아와서 나는 습기 체크를 했다. 벽 쪽엔 제습제를 두었고, 창문 결로도 없었다. 벽지의 만져지는 촉감이 이상했다. 종이가 아니라 얇은 막 같은 느낌, 그리고 손자국 주변만 유독 차갑게 느껴졌다. 손이 닿으면 피부 온도가 전해지는 순간만 이상하게 식는 느낌이었다.

며칠 뒤엔 손자국의 ‘방향’이 바뀌었다. 처음엔 침대 쪽을 향해 손가락이 퍼졌는데, 나중엔 반대로 벽지를 안쪽에서 밀어낸 듯한 각도였다. 또 하나는 무늬 사이로 스며든 것처럼 보였는데, 그게 그냥 얼룩이 아니라 “눌러서 무늬를 접어놓은 것” 같았다. 나는 휴지를 대고 누르듯이 확인해봤다. 휴지가 닿는 순간 무늬가 미세하게 끌리는 느낌이 들었고, 그 자리에서 손자국과 같은 색이 잠깐 번졌다가 사라졌다. 그건 내가 확인했을 때만 잠깐 반응하는 게 아니라, 마치 벽지가 스스로 ‘기억’처럼 반응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결국 관리실에 연락했다. 사진을 보내고 벽지 교체 요청을 했는데, 돌아온 답은 단순했다. “그런 자국은 대개 생활 과정에서 생깁니다. 청소로 해결되지 않으면 다음에 보수 가능해요.” 말투가 이상하게 무심했고, 통화 끝나고 나서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그날 밤, 혼자 있을 때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이 잠깐 어색하게 흔들렸다. 조명이 바뀐 것도 아닌데, 내 옆 벽지 무늬가 어떤 형태로든 ‘손’처럼 보이는 순간이 있었다.

그리고 진짜로 이상했던 건, 손자국이 생길 때마다 내 몸도 같이 변했다는 거다. 손자국이 나타난 다음날엔 어김없이 손목 쪽이 뻐근했고, 벽에서 떨어진 자리여도 등 한가운데가 묘하게 당겼다. 물론 스트레스면 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스트레스 치곤 반복 패턴이 너무 선명했다. 나는 그때부터 날짜를 달력에 표시했는데, 손자국이 생긴 날엔 항상 날씨가 비슷했다. 습도만 비슷한 게 아니라, 집 안 공기가 묵직해지는 느낌이 함께 왔다.

며칠 뒤, 마지막으로 손자국이 생긴 자리가 바뀌었다. 침대 옆 벽에서 거실로 이어지는 복도 끝 벽으로 옮겨왔고, 이번엔 손가락 수가 다섯 개가 아니라 네 개처럼 보였다. 내가 자세히 보려는 순간, 벽지 무늬 사이의 눌린 부분이 아주 천천히 펴지는 게 느껴졌다. 바람이 아니었다. 공기 흐름이 없었는데도 무늬가 스르르 돌아오는 느낌이었다. 마치 누군가가 벽지 안쪽에서 손을 뺐다가, 내가 보는 걸 의식하고 다시 감춘 것처럼.

그 다음날 손자국은 더 이상 늘어나지 않았다. 대신 벽지 무늬가 전보다 매끈해졌고, 내가 스스로 생긴 자국처럼 느껴지던 부분들도 사라졌다. 사람들은 “없어졌으면 끝난 거지”라고 할 텐데, 나는 그날부터 오히려 더 무서웠다. 손자국이 사라진 게 안심이 아니라, 이제는 벽을 두드릴 필요가 없는 상태가 됐다는 신호처럼 느껴졌거든. 원룸 벽지 무늬 사이로 손자국이 생긴 다음날, 내 방은 다시 조용해졌지만, 어떤 순간엔 조용함이 더 가까이 붙어오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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