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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근무표가 바뀐 기록이 없는데도 내 날짜가 사라져

2026-06-19 04:29:12 조회 8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갑자기 말이 사라졌다. 군대에서 근무표가 바뀌는 건 보통 눈에 띄게 기록이 남아야 하잖아. 그런데 내 날짜만, 아무도 건드리지 않은 것처럼 깨끗하게 밀려 버렸어. 오늘 아침 당직 교대 명단을 확인하는데 분명히 내 차례였던 날짜가 비어 있었고, 후임 이름이 그냥 그 자리에 들어가 있었거든. 이상해서 중대 문서철을 찾아보려고 했는데, 그날자 출력본엔 변경 흔적이 전혀 없었어.

처음엔 착각인 줄 알았어. 나도 며칠 전부터 휴가 복귀 날짜가 헷갈려서, 근무표를 여러 번 확인하긴 했거든. 하지만 종이 양식은 같았고, 글씨체도 내가 기억하던 그 자리에 있던 그대로였어. 그런데 막상 내 이름이 있던 줄만 이상하게 지워진 것처럼 공백이었고, 옆칸엔 딱 후임 한 명의 이름이 깔끔하게 들어가 있었지. 누가 볼 때도 “아예 처음부터 그렇게 적힌 것”처럼 보일 정도로 정리되어 있었어.

나는 일단 당직실로 갔어. 교대 확인하려고 말 걸었는데, 당직 사수는 내 얼굴을 보자마자 “너 오늘 근무 없어”라고 툭 던지더라. 그 말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더 소름이 돋았어. 마치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내가 “근무표 바뀐 기록 어디 있냐”고 물으니까, 사수는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기록? 그런 건 원래 없지 않냐”는 식으로 말했어. 근데 분명히 우리는 근무표 바뀌면 행정병한테 구두로라도 알리고, 출력물도 다시 뽑는 걸로 처리하거든.

그래서 나는 행정병한테 갔지. “지난주에 근무표 출력한 거, 원본이랑 비교해 볼 수 있어요?”라고 조심스럽게 물었는데, 행정병은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웃더라. “원본? 그냥 팀에서 넘겨준 거 그대로 옮긴 거지.” 그런데 그 말이 더 이상했어. 팀에서 넘겨준 게 ‘그 날짜’였거든. 내 이름이 들어가 있던 날짜 자체가, 팀에서 넘겨준 파일 기준으로도 이미 삭제된 상태였어. 파일을 확인해 보자고 했더니 행정병 눈빛이 잠깐 흔들리더니, “나도 잘 몰라. 시스템이 그렇게 반영됐나 봐”라고만 했어.

그날 오후, 훈련 끝나고 나는 내무반에 돌아와서 책상 서랍을 뒤졌어. 예전에 내가 근무표 사진을 폰으로 찍어 둔 게 있거든. 그 기록만은 확실했어. 캡처 화면 속엔 내 이름이 정확히 그 날짜 줄에 있었고, 날짜 옆엔 체크 표시까지 있었지. 근데 그 다음부터가 문제야. 다음날 아침에 똑같은 캡처를 다시 보려니까, 갤러리에 있던 파일 자체가 열리진 않는데 “손상된 파일”이라고만 떴어. 파일 크기는 그대로인데 내용만 비어 있는 느낌이었고, 이상하게도 날짜 부분이 가장 먼저 뭉개졌어.

그때부터 누군가 장난치는 건가 싶었어. 내 이름이 사라졌다고 해서 누가 이득을 보겠어? 그런데 내 주변에서 이상한 반응이 나왔어. 병사들이 근무 얘기만 하면, 다들 “그날 너 말고”라고 먼저 결론을 내리더라고. 내가 “왜?”를 물으면, 대답이 늘 한 템포 늦게 나왔고, 표정이 굳어. 누군가랑 이미 합의한 것처럼. 심지어 내 친구도 “너 어제부터 그 날짜 비었어”라고 하길래, 내가 반문하니까 갑자기 말끝을 흐리더라.

며칠 뒤, 결국 상급자가 근무 배정을 다시 한 번 공지했어. 그 공지는 말 그대로 ‘새로 배정된 사람’만 찍어서 보여주고, 변경 사유는 빼는 방식이었지. 그런데 그 공지문에도 내 날짜는 없었어. 공지문은 출력도 아니고 전산 화면이었는데, 이상하게도 내가 예전에 확인했던 위치와 동일하게 비어 있었어. 그게 더 무서웠던 게, 화면은 멀쩡하게 돌아가는데 내 이름만 반쯤 지워져 있는 느낌이랄까. 나는 그날 저녁 혼자 “내가 원래 그날 가야 했던 거면, 왜 지금 없어지지?”라고 되뇌었어.

그러다 마지막으로, 나는 생활관 게시판 구석에 붙어 있던 종이를 봤어. 누가 쓰다 버린 안내문 같은 건데, 맨 밑줄이 반복적으로 찢겨 있었거든. 전에는 그냥 낡은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까, 그 찢긴 자리에 내 날짜 숫자가 “한 번 쓴 흔적”처럼 남아 있었어. 그런데 잉크가 번진 것도 아니고, 지워진 흔적도 아닌데, 마치 종이 자체가 그 부분만 약하게 눌린 것처럼 보이더라. 누가 펜으로 다시 쓴 게 아니라, 누가 종이를 떼어 냈다는 느낌. 그때부터는 진짜로 누군가가 ‘기록을 바꾸는 방식’이 있는 걸까, 아니면 내가 이미 바뀐 날짜를 따라가고 있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

결국 나는 그 날짜에 당직을 서지 않았고, 내무반 사람들도 내가 당직을 안 선 채로 다음 일정으로 흘러가니까 아무 일 없었다고 생각하더라.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날 이후로, 나는 유독 종이/전산에서 내 이름이 비는 경우가 한 번씩 생겼어. 근무표뿐 아니라 명단, 출입 기록, 행사 참가자 리스트 같은 것들에서. 다들 “네가 잘못 봤겠지”라고 넘기는데, 나는 자꾸 그 공백이 생길 때마다 같은 감각이 들었거든. 마치 누가 뒤에서 내 자리를 손가락으로 누르고, 그 자리에 있던 시간만 살짝 들어 올려 가져가는 느낌.

가끔 밤에 교대 시간이 지나면, 전산 화면 꺼진 내무반 불빛 속에서 내가 사라진 줄이 떠올라. 그리고 문득 생각해. 군대에서 근무표가 바뀌는 건 기록이 남기 마련인데, 내 날짜는 기록이 아니라… 내가 먼저 지워진 건 아닐까. 그 생각을 하면, 지금도 이상하게 등골이 서늘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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