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당근마켓에서 진짜 보물이 걸렸다
동네 당근마켓에서 진짜 보물이 걸렸다. 내가 평소에 눈여겨보던 골동품 카테고리를 뒤적이고 있었는데, 갑자기 '빈티지 오디오 장비 풀세트'라는 글을 발견한 거다. 사진 몇 장이 올라와 있었는데, 먼지 가득 쌓인 고물처럼 보이면서도 왠지 모를 멋스러움이 뚝뚝 묻어나는 아이템들이었다.
딱 봐도 80년대, 아니 70년대 제품 같은데, 내가 어릴 때도 저런 거 하나쯤 집에 있었던 것 같던 기억이 스멀스멀 올라오더라. 가격은 생각보다 후려친 5만 원! 그래서 냉큼 판매자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안녕하세요, 혹시 제품 상태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을까요?”
몇 시간 뒤에 답장이 왔는데, 묘하게 정감 가는 톤이었다. “안녕하세요! 제품은 작동은 잘 되는데, 무게 때문에 들고 오기 힘들 거예요. 근처 오시면 무료로 시연도 해드릴 수 있고요.” 오,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딜이잖아?
그래서 바로 다음 날 퇴근 후에 찾아갔다. 동네 한구석 작은 창고 앞, 문을 열자마자 축축한 나무 냄새와 오래된 전자제품 특유의 묘한 향기가 코를 찔렀다. 판매자 아저씨는 환하게 웃으며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시는데, 정감 어린 손길로 한 대 한 대 튜닝을 확인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음악도 틀어주셨는데, 와… 음질이 그렇게 맑고 깊을 수가! 한 30년 전에 태어난 오디오라는데, 사람 손을 많이 탄 제품이라 그런지 음 하나하나가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었다. 근처에 있던 다른 당근 이웃들도 하나둘씩 와서 구경하기 시작했고, 금세 작은 동네 음악 감상회가 되어 버렸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판매 아저씨가 갑자기 “이거 보물 아니면 뭐겠어요?” 하면서 서랍을 하나 열더니, 빛바랜 흑백 사진과 함께 오래된 레코드판 몇 장을 꺼내셨다. 알고 보니, 이분은 옛날에 라디오 DJ 출신이셨다더라. 그 시절 방송에서 쓰던 특별한 음반들도 포함돼 있었다.
나는 그중 한 장, 정말 희귀하다는 해당 음반을 살짝 만져보며 가슴이 쿵쾅거렸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음악과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그 아이템들이 내 손에 들어올 진짜 보물이라니. 덕분에 가격은 조금 올렸지만, 결과적으로는 대박 찬스였다.
집에 와서 설치해 보니 작동도 완벽했고, 고장 날까 봐 조심조심 다루면서 음악을 틀었다. 며칠 동안 계속 듣고 있는데, 예전 추억도 떠오르고 뭔가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꼈다. 그냥 고물덩어리인 줄 알았던 그게, 내 삶의 작은 행복으로 바뀔 줄이야.
이후로도 당근마켓을 하도 뒤져서 그런지 동네에서 가끔 ‘오디오 형’이라고 불릴 정도가 됐다. 내가 생각하기에 진짜 보물은 언제 어디서든, 평범한 곳에 숨어있는 법인 것 같다. 당근마켓 덕분에 내가 그걸 다시 한번 느꼈다.
결국, 동네 당근마켓에서 진짜 보물이 걸렸다는 건 단순히 물건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시간과 기억이었다는 걸 말하고 싶다. 이게 전자제품인지 타임머신인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내 마음을 80년대로 어느새 데려다 뒀다는 사실이다. 피식, 이래서 중고 거래가 참 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