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에서 ‘딩’ 소리 후 문이 열리면 늘 한 사람이 서 있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면, 늘 똑같은 타이밍으로 ‘딩’ 하고 문이 열리잖아. 근데 그날부터 문이 열릴 때마다 이상하게도 늘 한 사람이 서 있었어. 처음엔 내가 착각한 줄 알았는데, 그 사람이 서 있는 위치가 매번 똑같아서 더 소름이 끼치더라.
나는 퇴근할 때마다 7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탔어. 출근도 보통 같은 시간대라 익숙했고, 옆에 거울처럼 반사되는 벽 때문에 내가 들어갈 순간까지도 잘 보였지. 그런데 어느 날부터 ‘딩’ 소리가 나자마자 문이 열렸는데, 그 안에는 이미 한 사람이 서 있었어. 내가 탄 걸 확인하기도 전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정면을 보고 가만히.
그 사람은 얼굴이 또렷하게 보이진 않았어. 문이 열리는 순간엔 빛이 바뀌어서 그런가 싶고, 무엇보다 표정이 아니라 “자세”가 이상했거든. 어깨 힘이 풀린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긴장한 것도 아닌, 딱 고정된 사진 같은 느낌. 손은 옆에 두되 손가락만 아주 조금씩 굳어 있는 것처럼 보였고, 신발은 항상 같은 발 모양으로 정렬돼 있었어.
나는 처음엔 그냥 같은 시간에 타는 입주민인가 생각했지. 그날도 “죄송합니다” 하고 문 옆으로 한 발 물러서서 같이 들어갔거든. 근데 이상하게도 그 사람은 내 인사에 반응을 안 했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소리도 안 나고, 화면을 보지도 않고, 그냥 계속 정면을 바라보기만 했어. 그게 몇 초가 지나니까 애매하게 들리는 ‘스르륵’ 같은 소리랑 같이 더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더라.
문을 닫고 출발하면, 보통은 누군가 휴대폰을 만지거나 기침 같은 소리가 나잖아. 근데 그 사람은 그런 게 전혀 없어. 심지어 엘리베이터가 흔들릴 때 옷자락이 미세하게라도 따라 움직이는데, 그건 없었어. 마치 엘리베이터 내부가 아니라 전시 케이스 안에 한 사람이 세워진 것처럼, 움직임이 최소화되어 보였다고 해야 하나.
문제가 커진 건 두 번째, 세 번째부터였어. 그 사람이 내 앞에 있던 건 아닌데, 내가 타려고 버튼을 누르는 순간마다 ‘딩’ 하고 문이 열리면 늘 그 자리에 누군가가 서 있었어. 내가 7층에서 누르면 그 사람이 먼저 타 있는 게 아니라, 내가 들어가기도 전에 이미 엘리베이터가 도착해 있고, 안에는 그 사람이 있어. 위치가 바뀌지 않았어. 항상 같은 쪽, 항상 같은 각도, 항상 같은 높이.
그래서 나는 아예 메모를 했어. 며칠 동안은 퇴근 시간을 10분 단위로 기록했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을 때의 상황을 적었지. ‘딩’ 이후 문이 열릴 때마다 사람이 있음, 얼굴은 어둡거나 흐릿, 반응 없음, 버튼 조작 없음. 그런데 이상한 건 이거야. 내가 타서 층 버튼을 누르면, 그 사람은 그 버튼을 향해 손도 뻗지 않는데도 엘리베이터가 이상하게 반응했어. 내가 목적층을 누르기 전엔 정상처럼 내려가다가, 내가 버튼을 누르는 순간 아주 잠깐 멈칫한 다음 다시 움직이는 거야. 마치 누군가 화면을 확인했다가 늦게 따라오는 것처럼.
어느 날은 내가 용기 내서 “혹시 여기 몇 층 사세요?”라고 조용히 물어봤어. 그 사람은 여전히 고개를 돌리지 않더라. 대신 문이 열리기 전, 엘리베이터가 ‘딩’ 하고 닫히는 그 짧은 틈에, 아주 미세하게 숨을 들이쉬는 소리가 났어. 그리고 바로 다음 ‘딩’에서 문이 열리면 또 그 자세 그대로 서 있었고, 내가 탄 날과 똑같은 얼굴빛으로 보였어. 그때 처음으로 확신 비슷한 게 들더라. 이건 기다리는 게 아니라, 이미 정해진 시간에 맞춰 “서 있는 모습”이 엘리베이터에 붙는 거 같다고.
그 이후로 나는 일부러 다른 엘리베이터를 타보기도 했어. 복도 끝 엘리베이터는 멀어서 귀찮긴 한데, 그날은 일부러 바꿔 탔거든. 그런데 그쪽은 달랐어. 도착하면 늘 사람이 타거나, 적어도 잡담이라도 있고, 최소한 공간이 “비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 반면 내가 이상하게 보게 된 엘리베이터는, 비어 있어야 할 타이밍에도 ‘그 사람의 자리’가 남아 있었어. 마치 문이 열리기 전에 이미 엘리베이터 안의 공기가 한 명 분을 채워두는 것처럼.
마지막으로 확인한 건 며칠 전이야. 내가 7층에서 버튼을 누르려는데, 손이 잠깐 멈췄어. 이상하게도 그 버튼 누르는 느낌이 평소와 달랐거든. 버튼이 눌리는 감각이 아니라, 손바닥 아래 어딘가가 아주 미세하게 차가워지는 느낌. 그때 ‘딩’ 소리가 울리고 문이 열렸는데, 이번엔 내 눈앞에 있던 건 그 사람이 아니라 빈 공간이었어. 너무 안도해서 웃음이 나올 뻔했지. 근데 바로 그 순간, 문이 천천히 다 열리고, 거울처럼 보이던 벽에 내 뒷모습이 비치더니—나는 뒤를 돌아볼 사이도 없이, 내 옆자리에도 같은 자세로 누군가가 서 있는 걸 봤어.
그 사람은 내 시선이 닿자마자 고개를 돌리지도 않았고, 말을 걸지도 않았어. 대신 엘리베이터가 다시 ‘딩’ 하고 다음 층으로 넘어갈 때마다, 문이 닫히는 짧은 순간에만 나는 확실히 느낄 수 있었어. 한 번도 아니고, 내가 탔던 날들 내내—그 ‘딩’ 다음에 늘 한 사람이 서 있었다는 게, 사실은 “내가 보기 전엔 이미 거기 있었던 것”이 아니라 “내가 타는 순간부터 그 자리가 나를 포함해서 채워지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느낌. 그래서 지금도 그 엘리베이터를 타면, 문이 열리기 전부터 먼저 숨을 고르게 돼. 문이 열리면, 늘—무조건—한 사람이 서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