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최신글
자유/잡담 괴담 추천 0

원룸 냉장고 문이 혼자서 ‘딸깍’ 닫히는 밤

2026-06-20 08:29:14 조회 4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원룸 냉장고 문이 혼자서 ‘딸깍’ 닫히는 밤. 그날은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다. 퇴근하고 문 열고 먹을 것 꺼내다가, 대충 손으로 밀어 넣고 나왔는데—그때부터 이상한 소리가 계속 신경을 건드렸다. 새벽 두 시쯤, 부엌 쪽에서 작은 스위치가 눌리는 듯한 소리와 함께 냉장고 문이 스르륵 닫히는 게 들렸다. 나는 “내가 깜빡했나?” 싶어서 일어나 확인했는데, 문은 이미 닫혀 있었고, 손잡이는 분명히 잠금처럼 살짝 단단히 물려 있는 상태였다.

처음엔 내가 뭔가 놓치고 그냥 잠든 거겠지 싶었다. 냉장고 문은 잘 안 닫히면 다시 ‘툭’ 소리 나면서 붙는 경우가 있으니까. 그런데 그 소리가 너무 정확했다. ‘딸깍’ 하고 딱 멈추는 느낌, 마치 누가 손바닥으로 한 번 더 눌러준 것처럼. 잠이 덜 깬 채로 문 쪽을 바라보고 있으면, 냉장고 안쪽 빛은 켜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문이 닫혀 있는 위치는 항상 똑같았다. 마치 매일 누군가가 같은 동작으로 맞춰 두는 것 같았다.

둘째 날 밤엔 더 확실했다. 나는 일부러 냉장고 앞에 앉아 폰으로 시간을 보다가, 소리가 나면 바로 확인하려고 했어. 1시 58분쯤, 아주 조용한데도 ‘딸깍’—하고 울렸다. 나는 그대로 부엌으로 뛰어갔고, 문은 당연히 닫혀 있었다. 대신 냉장고 문에 붙어 있던 작은 메모지가 있었다. 평소엔 내가 냉장고 안쪽에 테이프로 붙여놨는데, 그게 이번엔 문 바깥쪽에 붙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각도가 달라져 있었다. 누가 ‘그냥 닫기’만 한 게 아니라, 어딘가를 만졌다는 느낌.

그날 이후로 나는 냉장고 문을 절대 한 번에 세게 밀지 않았다. 꼭 잡고 끝까지 확인하고, 냉장고 문을 닫는 소리를 직접 내고 잠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밤. 나는 잠들기 전까지는 분명히 닫혀 있었는데, 꿈에서 깼을 때는 다시 ‘딸깍’ 소리가 들린 뒤였다. 이번엔 소리가 나고 나서, 냉장고 안쪽에서 미세하게 공기가 휘는 느낌이 났다. 물론 내가 상상하는 거라고 치고 넘길 수도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그날 아침엔 우유팩이 살짝 새어 있었다. 뚜껑이 완전히 닫힌 상태에서, 옆면만 축축해진 정도였는데 누가 건드린 흔적 같았다.

그래서 관리실에 연락했지. “냉장고 문이 가끔 자동으로 닫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면 다들 고장이나 조절 문제라고 할 것 같아서, 최대한 건조하게 설명했다. 그런데 기사님이 오셔서 손잡이를 잡고 흔들어 보더니, “문 자체는 정상입니다. 문이 혼자 닫히는 건 구조상 자동으로 닫히는 게 아니라, 마찰 때문에 살짝 되튕기는 거예요”라고 했다. 그리고는 가스켓을 보더니 “이 집 전반적으로 습기 문제도 있고, 벽이랑 바닥이 조금 휘어서 문이 틀어질 수 있어요”라고 덧붙였다. 말은 그럴듯했지만, 기사님이 가고 나서도 ‘딸깍’은 계속 났다.

나는 그 소리를 시간에 맞춰 관찰하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1시 50분에서 2시 사이. 그 사이로만 들렸다. 어떤 날은 내가 깨어 있었고, 어떤 날은 꿈 속에서 듣다가 눈이 떠지기도 했다. 재미없는 건, 냉장고 문을 일부러 열어두면 그 다음에는 소리가 안 난다는 점이었어. 그러니까 냉장고가 “닫혀 있는 상태”일 때만 누군가가 닫는 소리를 내는 것 같았다. 나는 점점 더 겁이 나서, 냉장고 문 앞 바닥에 조그만 휴지나 종이를 두고 다음 날을 기다렸다. 다음 날 아침, 휴지는 그대로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냉장고 문 쪽만 아주 얇게 눌린 듯한 자국이 있었다. 바닥엔 아무것도 안 떨어졌는데, 문이 닫히는 힘은 분명히 전달된 듯했다.

그때부터 나는 냉장고 문 안쪽을 유심히 보기 시작했다. 냉장고 안은 그냥 생활용품이 들어 있는 공간인데도, 이상하게 냉기가 도는 방향이 매번 같지 않았다. 문이 닫힌 직후엔 공기가 한 번 휘고, 그 다음엔 조용해졌다. 그리고 가끔—내가 먹으려고 꺼내놨던 것이 다시 제자리에 놓여 있는 날이 있었다. 예를 들면 라면 스프나 작은 소스. 이런 건 대충 놓아도 찾기 쉬운데, 굳이 딱 ‘정리된 위치’로 돌아가 있었다. 누가 청소를 하는 느낌이 아니라, 누가 “이 순서로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느낌. 그 생각을 하자마자 목 뒤가 서늘해졌다.

어느 날은 용기 내서 조용히 말해봤다. “여기 사는 사람은 나예요. 문은 제가 닫을게요. 제발 밤에 그러지 마요.” 말이 안 통할 건 알지만, 이상하게 그날만은 소리가 늦게 났다. 2시를 넘겨서 한참 뒤, 아주 약하게 ‘딸깍’이 울렸다. 나는 그 소리에 맞춰 냉장고 문을 확인했는데, 문이 닫혀 있긴 닫혀 있었다. 다만 손잡이 쪽에 아주 미세한 공기 기포 같은 게 보였어. 마치 누가 문을 닫기 직전에 숨을 한 번 내쉬고 사라진 것처럼. 그리고 그날부터, 냉장고 안에서 “툭” “스윽” 하는 작은 소리까지 섞여 들리기 시작했다. 냉장고 안의 물건이 움직이는 정도가 아니라, 안쪽 선반이 아주 미세하게 떨리는 느낌이었다.

마지막으로 확실하게 소름 돋았던 밤이 있어. 나는 잠을 못 자서 거실 바닥에 누워 TV 소리만 작게 켜둔 채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갑자기 부엌에서 이번엔 ‘딸깍’이 아니라 ‘딱’에 가깝게 들렸다. 더 단단하고, 더 가까운 거리에서 난 소리. 숨이 멈추는 줄 알았는데, 냉장고 문은 이미 닫혀 있었다. 그런데도 내 귀는 “지금 누가 문을 만지고 있다”는 방향감각을 똑바로 잡았다. 잠깐 정적이 흐른 뒤, 문이 완전히 닫히면서 나는 마지막 소리가 났다. 그건 닫힌 소리라기보다, 마치 열려 있던 무언가를 ‘확인’해준 소리 같았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나는 냉장고 메모지를 다시 찾았다. 분명 내 손으로는 바꿔 둔 적이 없는데, 그 메모 위에 펜으로 한 줄이 적혀 있었다. “문은 닫혀야 해.”

이 글 반응 남기기
추천과 비추천은 회원당 1회만 가능하며, 다시 누르면 취소됩니다.
추천 0 · 비추천 0
글 신고 안내
같은 회원은 같은 글이나 댓글을 1회만 신고할 수 있으며, 누적 신고가 5회 이상이면 자동으로 숨김 처리됩니다.
현재 글 신고 0회

댓글

댓글 작성은 로그인 후 가능합니다.
댓글이 없습니다.